폴과 비르지니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9
베르나르댕 드 생피에르 지음, 김현준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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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09

『 폴과 비르지니 』

베르나르댕 드 생피에르 / 휴머니스트






죽음도 불사하는 사랑이 과연 존재할까? 오래도록 의심하였다. 상대가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는지 매번 확인하고 다시 또 물어보고... 무엇에 대한 불안인지 입 밖으로 사랑을 말하지 않으면 마치 처음부터 사랑이 아니었던 것처럼 어쩌면 우리는 사랑이란 목마름에 고취되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진정한 연민과 저버릴 수 없는 사랑이 있었으니, 바로 폴과 비르지니를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인적이 드문 포르루이 섬... 상처있는 두 여인의 용기있는 성장기를 거쳐 그녀들의 아이에 이르기까지의 거친 여정이 기록되어 있는 <폴과 비르지니>... 프랑스의 섬에 머물면서 자연의 생생한 감동의 현장을 기록하고 계절색의 변화를 그리며 작품을 끄적인 저자 베르나르댕 드 생피에르... 모리셔스 섬의 초록의 녹지와 저 멀리 보이는 바닷내음이 그대로 밀려오는 듯 했다. 한가로운 전원의 조용한 삶을 기억하게 했고 거친 바다를 통해 상실을 보여준 삶의 굴곡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은 진정한 사랑이었지만 얻고자하는 욕망에 의한 파멸 또한 그려내고 있는 이 책은 적지않은 메세지를 담고 있었다.





그녀들은 언젠가 더욱 행복하게 살아갈 제 자식들이,

유럽의 잔인한 편견에서 멀리 떨어져,

사랑의 기쁨과 평등의 축복을

동시에 누리리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지.



프랑스의 섬... 포르루이... 산의 동쪽 사면엔 폐허가 된 오두막 두 채가 덩그러니 다 쓰러져가듯 외로이 서 있었다. 오두막의 발치에 앉아 그곳을 지나가던 백발 어르신의 발걸음을 붙잡은 누군가가 이곳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는데... 20년 전에 사람이 살았었지~라며 목소리를 낸 이 책의 화자인 어르신의 이야기로 <폴과 비르지니>의 아프지만 그럼에도 진정한 사랑을 담고 있었던 추억이 재생된다.

노르망디 출신의 라 투르... 지원했던 군 복무가 허사로 돌아가자 사랑하는 여인과의 결혼을 마음먹는다. 부유한 가문의 출신이었던 여자의 집에서 극도로 반대하자 사람의 발길이 닿지않는 이곳으로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했던 그가 마다가스카르로 떠난지 얼마되지않아 열병으로 사망했고 포르루이에 남겨진 라 투르 부인은 그렇게 뱃 속에 아이를 품은 과부가 되고 만다.

한편 귀족의 욕정으로 철저하게 이용당한 뒤 버려진 마르그리트... 자신의 과오를 숨기기 위한 피난처로 삼은 곳이 바로 포르루이... 그녀 또한 임신한 상태였고 그렇게 둘의 관계는 연민과 신뢰를 바탕으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두 채의 오두막을 지어 그곳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 꿨던 두 여인은 친구이자 가족이었던 것이다. 먼저 출산한 마르그리트는 아들 폴을 낳았고 린 투르 부인은 딸 비르지니를 낳아 두 아이의 미래 또한 설계하며 그곳에서의 풍요로운 삶을 유지했다.

친남매처럼 성장하던 폴과 비르지니의 감정은 날이 갈수록 짙어졌고 가족이란 우애를 넘어 사랑으로 번져 나갔다는 사실... 그러나 세월은 흘렀고 부모는 늙어갔으며 흑인노예 또한 병들어 그들의 생계는 점점 어려워졌다.



죽음은 가장 큰 복 입니다.

그러니 죽음을 바라는 것이 당연하지요.

삶이 하나의 형벌이라면,

응당 그 끝을 염원해야 하는 것이요,

삶이 하나의 시련이라면,

짧게 끝나길 바라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라 투르 가문에 홀로 남겨진 이모가 위독한단 소식과 더불어 비르지니에게 자신의 유산을 남기겠노라는 편지가 도착한다. 점점 빈곤해져 갔던 라 투르 부인은 비르지니를 이모님 댁으로 보내기로 하는데... 무엇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생제랑호를 삼켰던 거친 풍랑과 파도는 그들을 어디로 데려갈지... 어쩌면 지금부터가 이 책의 시작일지 모르겠다.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그 속에서 평화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했음을 느끼게했던 소설이다. 두 개의 발췌문에서 보았듯이 그녀들의 희망적인 다짐과 다음의 파멸의 메세지는 상반되어 있다. 이국의 섬과 그곳에서 찾은 행복이 어떻게 무너지기 시작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얼마나 아팠는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결국은 진실한 사랑이었음을 전하고 있었던 <폴과 비르지니>는 가슴속에 오래도록 남을 엔딩을 담고 있었다. 지금 당신의 사랑이 그토록 불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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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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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HANTOM OF THE OPERA

『 오페라의 유령 』

가스통 르루 / 소담출판사





역사상 최고기록을 가지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 그리고 더 유명한 주제음원인 THE PEANTOM OF THE OPERA가 들려오는 듯 쉼없이 '존재하는 것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들게 만들었던 소설이었다. 읽는내내 가슴으로 고뇌했던 것은 실제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대한 문제의 성찰이었다.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끊임없이 보여줬던 '음악 천사'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노래를 가르쳤고 그녀가 무대에 설 수 있게끔 도와줬으며 나의 자리는 2층 5번 박스석이니 나의 존재를 잊지말라고 쉼없이 부르짖었다. 또한 자신의 외모를 숨기고자 타인에게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호기심많은 인간들의 입방아에 오르면서 그의 존재는 타인으로부터 묻히고 만다. 이것이 바로 오페라의 유령의 존재의 유무에 대한 고뇌였던 것이다.


한편 현실로 따져보자면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소외계층의 취약한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도 생각해 보았다. 나는 세상에 존재하며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음을 외치고 싶은데, 경멸하는 타인으로 인해 무시되면서 점점 어둠의 그늘로 숨어드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도대체 누가 '음악 천사'를 '오페라의 유령'으로 구원이 아닌 공포의 존재로 만들었는지...


이처럼 <오페라의 유령>이 뮤지컬 원작소설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지만 또다른 시각으로 소외된 누군가의 시선으로 이 책을 만난 계기가 되었다. 겉으로 보여지는 흉칙함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거짓말 하지 않는 눈으로는 혐오의 시선으로 그들을 벼랑끝으로 내 몬다는 사실을... 우린 이 책을 통해서 나의 눈을 다시 보아야 할 것이다.




당신은 나를 두려워하고 있어.

하지만 나는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야.

나를 사랑해 봐.

그러면 알게 될 거야.

나도 사랑만 받는다면 얼마든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어.


어느 감독의 회고록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 오페라 극장의 기이한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은 전설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오페라 극장 총감독의 퇴임기념 마지막 특별공연이 한창인 날... 화려한 무대와는 다르게 무대 뒤편은 무척이나 북적이고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그러던중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는 무대장치 감독인 조제프 뷔케의 죽음을 알렸고, 그는 그렇게 지하 3층에서 목을 멘 채로 발견되었다. 이상한 점은 시체 주위를 둘러싼 장성곡의 흐름과 시체의 목에 감겨있던 노끈이 사라졌다는 점... 그리고 그날밤 크리스틴 다에는 천상의 목소리로 '새로운 마르그리트'에 등극이되면서 장안에 화제가 되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며 얼굴이 창백해진 한 남자가 있었는데 샤니 가문의 라울... 과거 숙모와 라니옹에 머물면서 크리스틴과 보냈던 라울은 바다에 빠진 그녀의 스카프를 되돌려 주면서 인연이 닿았던 적이 있었다는거... 그리고 무대위의 그녀를 다시 봤을 땐, 자신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새로 부임한 감독 아르망 몽샤르맹과 피르맹 리샤르는 오페라의 유령 따윈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라며 그가 보내온 편지를 무시하고 만다. 2층 5번석인 자신의 박스석을 비워두고 매달 월급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과 최고의 오페라 무대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라는 계약서까지... 끝까지 그의 존재를 무시한 결과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온다. 공연중에 크리스틴 다에가 납치되었고 이후 샤니 자작의 실종... 그리고 당시 증인이라는 의문의 페르시아인까지... 베일에 쌓인 이 모두가 거짓말 같았지만 과연 이들은 그의 숨겨진 가면을 벗겨낼 수 있을지...



그들은 <오페라의 유령>을 이렇게 말했다. '붉은 죽음의 가면 눈구멍에선 어떤 시선도 찾아볼 수 없으며 밤에만 빛나는 눈빛은 흉칙한 악마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독자들은 아는가? '오페라의 유령'이 그 흉칙한 가면을 벗을 때면 '음악 천사'로 변해 자신을 사랑해 달라고 간절히 애원하는 나약한 인간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세상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인간이라도 철저하게 제외된 불쌍한 사람과 사건 사고를 보면 분노하기 마련인데 평생을 버림받은 한 남자의 절망을 끝까지 외면할 것인지... 숨을 쉬는 것 뿐만 아니라 살아있음에 사랑받고 싶었던 그의 간절한 노래를 들어줄 누군가를 부르짖는 절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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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장원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8
윌리엄 허드슨 지음, 김선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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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08

『 녹색의 장원 』

윌리엄 허드슨 / 휴머니스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2의 주제... '이국의 사랑'과 가장 어울리는 책이 바로 <녹색의 장원>이 아닐까 한다. 흔히 만날 수 없는 이상의 낙원, 영혼이 머물듯한 녹색의 향연은 그야말로 머릿속에 영상으로 재생되는 것처럼 무척이나 아름다운 장관을 그려내고 있었다. 닿을 수 없는 곳이란 생각이 들어서인지 더욱 이국적으로 다가온 이들의 로맨스는 열대우림의 자연과 더불었고 숨겨져 있는 문명의 영위 또한 느끼게 했다.

<녹색의 장원>의 저자 윌리엄 허드슨은 드넓은 팜파스의 자연을 누리며 성장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의 사후 100주기를 맞아 새로운 번역으로 만날 수 있었던 이 책을 이토록 아름다운 열대밀림의 대자연과 그만의 문체로 세세하고도 다채롭게 표현했던 문명을 마주할 수 있었다. 또한 오드리 햅번이 '리마'를 연기한 작품으로 흥행하진 못했지만 여느 작가들의 찬사를 받은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 책을 마주하기 전, 거대한 열대림의 숲을 생각하고 영상으로 그려내면서 읽으면 무엇보다도 멋진 작품이었노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서문은 '아벨'의 친구의 말로 시작된다. 조지타운에 들어와 공직을 맡았던 그는 이방인이었던 '아벨 게베스 데 아르헨솔라'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무척 인기가 좋았던 그의 성정과 친절함에 절친한 사이가 된 그는 우정을 깊이 쌓으려 하지않고 원주민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정색하며 토라지기도 했다. 결국 사과의 편지를 보낸 아벨... 그는 자신이 경험했던 <녹색의 장원>의 이야기를 친구에게 털어놓기 시작한다.



인간 예술가는 규칙적으로 배치한 기둥과

아치의 단조로운 복제를 통해

수평의 거리를 확보할 수 있을 뿐이고,

이 질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전체 효과가 무너지지 않나.

그러나 자연은 무작위성을 통해

미적 효과를 창출하거니와

오히려 무한히 다양한 꾸밈으로

아름다움의 착시 효과를 증폭시킨다네.



당시 베네수엘라는 혁명으로 변형된 도당들의 정부로 관심은 없었지만 친지에 이끌려 정부를 전복하려는 음모에 가담하게 되었던 '아벨'... 그의 모험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잡히면 총살되는 것이 다분한 사실이었기에 베네수엘라 동부의 지도에 나오지 않는 야만인의 숲으로 도피하기로 한다.

수많은 역경과 인디언족을 만났던 그는 도피하는 중에도 무언가 이루려는 야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자신이 경험한 일기로 책을 낸다거나 황금의 땅을 찾아 머나먼 여행을 했지만 이뤄낸 것은 없었다는 사실... 결국 '아벨'은 파라우아리 산맥의 거칠고 야만적인 인디언 족을 만나 함께 지내게 된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자 사바나 개울의 저편의 영혼을 움직이는 '녹색의 장원'을 마주했고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그곳을 탐험하기로 한다.

아벨의 이야기를 들은 인디언족은 그곳은 '사악한 숲'이라며 발걸음을 하지말라고 하였으나 이미 광활한 아름다움을 맛 본 그였기에 다시금 숲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문명의 동물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이라 느꼈던 아벨에게 천상의 목소리와도 같은 인간의 음성이 들려온다. 목소리의 행방을 찾던 중 신비로운 소녀와 마주하게 되었고 독사에 물려 위기에 처한 그를 구해준 그녀 '리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연과 문명을 결합한 그들의 이국적 사랑은 맞물리지 않은 톱니바퀴처럼 결정적인 순간이 올 때마다 어긋나고 만다.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다르고 언어의 한계 또한 쉽지 않았으며 길들여지지 않았던 '리마'의 자유분방함이 '아벨'에겐 버거운 존재였을지도 모르겠다. 과연 대자연 속에 그려진 이들의 사랑은 어떻게 끝이날까?

사람의 손이 닿지않았던 미지의 숲 속... 대자연의 광활함과 아름다운 선율을 만날 수 있었던 <녹색의 장원>... 뿐만 아니라 밀림에 속해 있던 인디언족의 권력다툼과 그에 속하고 싶었던 '아벨'의 야망, 그리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자 했던 '리마'의 여정을 보면서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어디에 속해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숲 속 정원을 그리며 두 사람의 영혼의 끈을 단단하게 묶어주었던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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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7
조르주 상드 지음, 조재룡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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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07

『 그녀와 그 』

조르주 상드 / 휴머니스트





저자 조르주 상드의 자전적 소설이라곤 하지만, 이 사랑 참 아프다. 과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이고 관계의 부재가 얼마만큼 소중한지 깨닫게 해준 고질적이 사랑의 방식을 이 책에서 마주한 듯 하다. 나이를 많이 먹지 않았지만 중년의 나이가 된 지금 사랑을 말하자면 진정한 사랑이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념이 아닐까 싶다. 젊었을때는 눈에 무언가 씌인듯 한 사람만 보이고 온 마음을 상대에게 내주어도 부족함 없을 듯 싶었겠지만 열매도 시간이 지나면 무르익어가듯 사랑 또한 서서히 색이 변하고 만다는 것을... 문제는 변하는 색이 믿음에 의해 짙어지기도 하지만 빠르게 익은만큼 퇴색해지는 사랑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헤어짐의 가장 많은 사유가 성격차이라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불신에 의한 관계의 균열이 문제가 아닐까 싶다.

또한 사항은 편도가 아니라 왕복이어야 오래 유지될 수 있다. 일방적인 사랑은 이기적인 상황에 쉽게 포기하기도 하고 사랑의 목마름에 지치기기가지 하지만 주고받는 사랑은 서로에 대한 배려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그만큼 돈독한 믿음이 쌓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물건을 거래하는 것처럼 내가 준만큼 받을 생각을 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그야말로 바라지않는 사랑이 짙고 오래간다는거...

<그녀와 그>는 한 여인을 두고 사랑을 갈망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의 처지때문에 매번 헌신적이었던 테레즈 자크... 기분에 따라 감정의 격차가 오르내리며 내키는대로 상처가 되는 말을 내뱉는 로랑 드 포벨...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 채 그녀의 주위를 맴돌며 조용히 힘이 되어 주었던 리처드 파머... 지금 이들의 사랑이야기의 서막이 열린다. 과연 그녀는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지...






나 자신을 세상의 가장 완벽한 존재,

가장 귀중한 존재,

가장 탁월한 존재라고 믿게 될 날,

나는 다른 모든 이들의 사형판결을 인정하리라.



이야기는 로랑 드 포벨과 테레즈 자크의 편지로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영국신사(사실은 미국 신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녀와 그>는 자전적 소설로 조르주 상드와 뮈세... 그리고 의사 파젤로에 대한 로맨스를 담고 있었다. 이들의 밝지않았던 마지막을 생각해 보면 어쩜 이 이야기도 해피엔딩은 아닐거라 예감해본다.

역사화가이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로랑 드 포벨은 권위적인 자존심이 무척 강한 사람이었다. 일찌감치 테레즈에게 관심이 있었으나 무도회를 즐기는데 더욱 열정적이었고 그곳에서 만나는 여인들이 적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상습적인 도박으로 방탕한 생활을 했다. 연상이어서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그럼에도 로랑은 테레즈에게 누나와도 같고 부모와도 같은 마음이 있었으니 연인으로 발전하기엔 뭔가 석연치 않은 마음이 들었던 건 분명하다.

또 한 사람... 미국의 무역상이었던 리처드 파머는 아주 오래전부터 테레즈를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그녀의 처지가 여의치않아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상황까지 목격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녀에게 향하는 마음을 접을 수 없어,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으며 알지못하게 그녀에게 닥친 어려움을 해결해 준다. 게다가 새로이 나타난 사랑까지 응원을 해 줬으니...

그리고 테레즈 자크... 초상화가였던 그녀는 부유한 은행가의 사생아로 세상과 등지며 삶을 영위했다. 포르투갈의 귀족과 결혼하면서 그녀의 삶에도 빛을 보는가 싶었지만 비열한 이중결혼에 그녀의 존재자체가 흐트러지게 된다. 다행히 실력있는 화가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려했지만 이넘의 남자들이 그녀의 마음을 죄다 흔들어놓기 시작한다.

다시 처음으로 가자면 파머가 초상화를 목적으로 로랑을 찾았고 역사화가로서 초상화는 그릴 수 없다며 테레즈의 주소를 준 것... 사실 파머의 목적은 테레즈가 사는 곳을 알아보기 위함이었고 그녀를 향한 마음을 고백하려했지만 이미 둘의 관계가 가까워져 있음을 느꼈다. 특히 화가 치밀었던 이유는 테레즈가 품고 있던 비밀을 로랑에게 알려줬을 때, 연민의 감정이 아닌 사랑이라 확신하며 거침없는 구애를 했던 로랑... 그랬던 그가 내 것이 되었다 싶었을때 상처가 되는 발언을 서슴없이 퍼부었다는거... 그리고 이런 철없는 행동을 한없이 용서해 줬던 테레즈때문이었다. 그녀 자신이 완벽한 존재로 그리고 귀중한 존재로 인정받는 날이 과연 올까?

사랑... 그것 참 아프고 힘들다. 한 걸음 가까워졌다 싶으면 두 걸음 멀어지고 다신 손잡았다 싶으면 결국 이별이었다. 읽는내내 엄청난 짜증스러움과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왔다. 떡을 먹다가 목에 턱 걸린 것처럼... 아낌없이 주는 사랑은 아주 오래전 얘기다. 누가 뭐라해도 일차적인 사랑은 나 자신부터... 그렇게 나를 아껴가며 시작하는 사랑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나를 지킬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녀와 그>는 19세기의 규정되지 않는 사랑의 미로인듯 갈래길에서 쉼없이 머뭇대는 소설이었다. 아마도 해답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독자의 진심어린 위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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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에서의 죽음‧토니오 크뢰거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6
토마스 만 지음, 김인순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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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06

『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토니오 크뢰거 』

토마스 만 / 휴머니스트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왜 인간은 하염없이 머뭇거리게 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던 소설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동경하게 될 수도 있고 그가 살아온 삶의 방향을 함께 밟고 싶어서 그의 궤적을 따라 가는 경우도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냥 부럽다며 입으로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더라도 용기를 내어 목표한 바를 시도하고 실패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좀더 나은 방향을 모색해 다신 한번 도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독자이기도 하다. 이왕 후회할 거면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나서 후회해도 늦지 않는다는 말처럼 말이다.

위와 같은 것들을 생각하면 이 책의 저자 토마스 만은 자전적인 글을 통해 오래도로 고뇌하고 사색의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동경은 했지만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고 겉으로는 용기를 내어봤지만 내면의 나는 용기를 내지 못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인생의 허무'라고나 할까?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토니오 크뢰거>... 토마스 만의 대표적이 두 작품의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주인공 모두 명망 있거나 어느정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자들로 각자의 억압된 상황 속에서 벗어나고자 갈망했던 울림이 있었다는거... 하지만 용기있게 나아가지 않았고 결정적인 순간에 머뭇거렸으며 결국 허무하게 생을 마감한다거나 귀향의 길을 떠나게 되는 씁쓸함을 담아냈다. 어쩌면 자신의 자리에서 안주했던 일상을 벗어내지 못했던 나 아닌 누군가의 삶 또하 비춰낸 듯... 그렇게 조용히 책 속으로 빠져본다.





언젠가 사람들 눈에 별로 띄지 않는 자리에서

아셴바흐는 존재하는 거의 모든 위대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한다고 직접 말한 적이 있었다.

수심과 고통, 빈곤, 외로움, 나약한 신체, 악덕, 열정,

수많은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존재한다는 것이다.


5월의 무더운 어느날... 작가 아셴바흐는 도시의 산책길을 걷고 있다. 오전 내내 극도의 주의력과 통찰력을 끌어내 집필 활동을 벌였지만 거듭해서 펜을 내려놓게 되는 구절때문에 생각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의지와 예리함으로 나름 유명세를 얻어 명성을 지향했지만 다시금 생각해보니 타인의 공감을 그대로 끌어내는 진부한 재능일 뿐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감하지 못했다는 느낌에 그는 진실로 영예롭게 나이들길 바랐던 것이다.

돌아가는 전차를 기다리던 중... 그와 마주한 낯선이의 모습에 자극이 되었고 젊은 시절처럼 먼 곳으로 떠나고 싶은 갈망이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정신의 노예가 되어 인식을 남용하는 지금, 그것에 구애받지 않길 희망하며 야간열차에 오르는 아셴바흐... 그는 그렇게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베네치아가 품고 있는 고귀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아셴바흐... 골목마다 불쾌한 공기가 코끝에 머물렀고 흩어지지 않는 찌든 공기는 그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떠나려 했지만 그의 발목을 붙잡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완벽한 미소년 타지오... 소년을 사랑한 그는 점점 목죄어오는 대기의 전염병 속에서 타오르는 촛불의 불씨를 잃게 되는데...



나의 가장 절절하고 은밀한 사랑은

금발과 푸른 눈의 사람들,

활기에 넘치는 밝은 사람들,

행복하고 사랑스럽고 평범한 사람들을 향합니다.


창조적 삶을 지향했던 토니오 크뢰거... 그는 오히려 예술과는 대립되는 평범한 시민의 삶을 동경하고 있었다. 성실함이 몸에 베인 푸른 눈의 소년 한젠 그리고 평범하지만 생기있는 소녀 잉게보르크 홀름... 이 둘은 토니오 크뢰거가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은 길을 잃고 헤매는 시민으로 결국 귀향을 통해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었던 그... 각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나를 찾았던 토니오 크뢰거는 자신이 원하던 삶을 찾았을지...

이상적인 삶을 향한 인간의 고뇌는 무엇과 연결지어야 할까? 바로 행동이다. 두 작품에서 보여준 주인공은 결심은 하되 목표한 바를 향해 움직이지 않았음에 더욱 사색이 짙어졌던 것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숨을 쉬는 한... 우리는 살아내야 할 것이고 의미없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있음을 믿어 의심치 말아야한다. 아셴바흐가 낯선 이를 통해 여행을 시작했고 토니오 크뢰거가 나를 찾기위해 귀향길에 오른 것처럼 무엇이든 변화하기 위해선 행해야 함을 뇌리에 새겨야 한다.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토니오 크뢰거>는 의미있는 오늘을 보내기 위한 메세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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