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인의 사랑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장현주 옮김 / 새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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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인의 사랑 』

다니사키 준이치로 / 새움





과거나 현재를 이어 제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운 미치광이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듯 하다. 그나마 음지에서 아주 조용히 움직이면 좋으련만 이넘의 미친 것들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튀어 나오는데 이러한 사건사고로 최근에는 TV를 켜는 것도 무섭고 해가 떨어지면 밖으로 싸돌아 다니는 것도 두려워졌다. 무엇이 그토록 사회에 대한 불신을 만들었을까...? 전 세계적으로 발병한 코로나를 탓 할수도 있겠지만 미래의 불안정한 사회는 인간들의 사악함 또한 점차 진화하게 만든 것 같다.

어쩌면 <치인의 사랑>은 대물림되는 사회적 공포와 인간적 갈등을 가감없이 드러내놓고 보여주는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저자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자전적 소설로 탐미주의 성향을 가진 그의 사상을 토대로 정숙하고 순종적인 가정적 아내보다는 자유분방한 요부형 아내를 원했다는 소개에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실제로도 이혼 경력에다 게이샤를 했던 아내를 얻었던 그는,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처재인 세이코에게 손을 뻗쳤다하니 '치인의 사랑'은 그야말로 저자 본인의 이야기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그의 가식적 타락이 가져온 말로가 어땠는지 끝까지 지켜보도록 하자.





나의 귀여운 나오미 짱,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야.

실은 너를 숭배하고 있어.

너는 나의 보물이야.

내가 스스로 찾아내서 갈고 닦은 다이아몬드야.



스물여덟의 조지 씨가 그녀는 찍었을 때... 고작 그녀의 나이는 열다섯이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카페에서 호스티스로 일하던 그녀는 말수가 적고 몹시나 음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나오짱이라 불렀지만 본명은 나오미... 이국적인 외모에 이름 또한 그러했으니 조지 씨는 단번에 호기심이 생기게 되었다는 점...

최초의 계획은 그녀를 돌봐주고자 했고 이후엔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해 훌륭한 여자로 키워내 자신의 아내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제안에 지긋지긋한 시골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나오미 짱은 단번에 수락하고 만다. 그러던 무언의 '이해'가 생기던 날... 조지씨에게 자신을 버리지 말라며 법률상의 부부가 된 그들은 겉으로 보기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하긴, 그녀와 조시씨의 나이는 열세 살이나 차이가 났으니까...

나오미가 열여덟 살이 되던 해...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조지는 다른 소년과 함께 있던 나오미를 발견한다. 그저 친구라며 거리낌없이 얘기하기에 무심코 넘긴 일들은 점점 그녀를 퇴폐하게 만들었고 어처구니없는 추악함에 몸서리치게 되는 조지... 자신에게 나오미는 아내이자 인형이었으며 장식품으로 고이 간직되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스크래치가 생기며 더럽혀지기 시작하는데...

곰 같은 여자보다 여우 같은 여자가 낫다고 누가 그랬던가? 그들은 미쳤다. 그냥 미친게 아니라 한참 미쳤다. 하나의 애완동물을 곱게 기르려다가 애완동물의 애교에 빠져 정신 못차리는 집사가 되어버린 조지... 인간의 이성보다는 욕망의 수레에 빠져버린 나약한 존재... 내면이 나약한 인간조차도 이럴진데 불안한 세상의 불미스런 존재들이 미치지 않고는 베길 수 없을 듯... 우리는 이런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이다. 자신의 삶을 오로지 자신의 것으로 쟁취하지 않으면 바로 쟁취당한다는 사실 말이다. <치인의 사랑>에서 무엇을 보든 나는 '인간의 불안한 욕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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