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초상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30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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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세계문학 230

『 여인의 초상 : 상 』

 헨리 제임스 / 열린책들

 

 

 

 

나이가 그렇게 많이 먹은 것도 아닌데 딸이라고 차별받는 가정에서 자라서 그런지 이 책은 내가 추구한 이상과도 같은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었다. 할 줄 아는건 공부밖에 없었고 그조차도 여의치 않아 빠른 시기에 독립을 하겠다는 목표로 열심을 다해 살았으나 취업하고도 내 뜻대로 벗어나지 못했던 시절... 그저 어른이 말씀하시는대로 토달지않고 조용히 따랐으며 결혼할 마음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도망치듯 결혼을 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오히려 나에겐 결혼이 탈출구였던 것처럼, 마치 자유의 삶을 누리게 되었고 <여인의 초상>을 읽는내내 주인공 이사벨을 마음 가득 응원하게 되었다. 다소 마음에 들지않는 부분도 있었으나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에 그저 그녀가 다짐한 소신이 흔들리지않도록 간절히 바랐던 것 같다.

 

19세기에 쓰여진 <여인의 초상>은 인간이 드러내보이지 않는 심리적 묘사와 무엇하나 놓치지 않고 그려내는 곳곳의 경관을 아주 상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손 끝에서 나오는 문체로 하나의 광활한 미술작품을 그려내듯... 공허한 아름다움까지 보여진다니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모든 것이 드리워져 있다고 표현해야 하겠다. 이 책에서는 혼자가 된 한 여성이 자신만의 독립적인 인생을 살기위한 이상적인 자아를 실현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데, 몹시 고집스럽고 당찬 행동에 엄지손가락을 내어 보일수도 있다는 점... 그런 당돌한 그녀를 만나보도록 하자.

 

 

 

 

 

대개의 여자들은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떤 남자가 다가와서

어떤 운명을 제공해 주기를

다소 우아하고 수동적인 자세로 기다린다.

 

 

 

영국 가든코트의 시골저택... 템스강의 나즈막한 언덕에 위치한 붉은 벽돌의 저택에서는 오후의 다과회를 즐기는 귀족들이 있다. 30년전 미국에서 건너온 노신사 터치트씨는 남은 생을 그곳에서 여유로이 보내기로 한다. 별난 구석이 있지만 아내로서 역할을 다했던 터치트 부인은 별거 중이지만 여행을 즐기다 가끔 그곳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병자 간호라란 별명을 가진 그의 아들 랠프 터치트는 폐질환으로 그저 집에 머물고 있는데 혼자 남겨질 아들 생각에 터치트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후의 다과회에 눈여겨봐야 할 인물은 바로 워버턴 경... 여인들은 남성의 구원이 될 것이니 훌륭한 숙녀에게 구애하라고 조언하는 노신사에게 결혼에 대한 욕구를 느끼지 못한다고 단호하게 얘기하지만, 터치스부인이 데려온 이 책의 주인공 이사벨 아처를 보고 한 눈에 반해 며칠이 지나지않아 청혼을 했고 허무하게 거절당하는 치욕을 맛본다. 이사벨 아처가 유럽에 온 이유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 싶었고 될 수 있는대로 행복해지려는 이상을 품고 있었기에 지금은 결혼 생각이 없다는 것... 문제는 그녀에게 호기심을 가진 남자가 한두명이 아니었으니 그녀는 정중한 거절의 방법을 터득해야했고 자신의 이상ㄹ 실현하기위해 여행을 시작한다.

 

 

<여인의 초상>을 읽으면서 유의해야 할 점은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성격이다. 무척 다채롭고 개성이 강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대화중에 자주 언쟁을 벌이는 듯 했으나 귀족스럽게 예의를 차리는 모습에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가기도 한다는거... 특히 노신사 터치트씨가 생을 마감하며 그녀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다운 행보에 독자에게 흐뭇함을 느끼게 해줬다는 점... 새장을 벗어난 새는 과연 자신만의 날개짓으로 세상을 마주할 수 있을지... 또 그녀가 선택한 남자는 과연 누구일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어쩌면 끝까지 혼자일수도... 다음이야기를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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