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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무슨 영어야?! - 맨날맨날 틀리는 그 영어만 고치면 영어가 된다!
Chris Woo.Soo Kim 지음 / GenBook(젠북)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영어를 '공부'하기보다는, 그 자체로 좋아하며 즐겁게 배워왔다. 지금까지 그 흥미를 잃지 않았고,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 일하고 있는 것에 감사한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좀 더 즐겁게 영어를 배울 수 있게, 아니, 편하게 영어를 대하고 쉽게 말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일을 하며 매일 느낀다. 그래서 이 책 <아니, 이게 무슨 영어야?!>(젠북. 2007)라는 책을 처음 봤을 때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번엔 또 어떤 책이 나왔을까?', '이 책을 만든 사람들은 어떤 의도, 구성으로 독자들을 돕고 있을까?' 궁금한 것 투성이였다. 우선, 영어 교재를 연구하는 개발자가 아닌 독자의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 나갔다.
재미 있다. 하지만 식상하다. 한국인들이 혼동하는 말들을 정리한 책들은 시중에도 넘쳐 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삽화를 제공하고, 학생들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글을 구성하는 것, 오류 표현과 실제 네이티브들의 표현을 비교하는 것, 어느 하나 신선한 것은 없다. 선별된 단어들 또한 다른 책들에서 여러 번 접해왔던 것들이다. 모범 예문으로 제시된 표현들 중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들도 종종 보인다.
그렇지만 분명히 장점이 있는 책이다. 비슷한 류의 책을 접해보지 않은 독자라면 분명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긴 설명대신 의미 이해를 돕는 정확한 삽화들은 단어를 암기하지 않아도 그 이미지가 연상되도록 돕고 있다. 곳곳에 들어 있는 미국 문화에 대한 정보, 주제로 단어 이외의 추가 단어들 역시 독자가 잘만 활용한다면 앞으로 영어를 하는 데 톡톡히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내용보다는 편집이 돋보이는 책이다. 영어 교재는 우선 끝까지 읽고 싶어야 한다. 독학을 해보겠다고 각종 교재들을 구입한다. 하지만 10쪽을 채 넘기지 못하고 그대로 책장에 모셔둔 경험. 너무나 많다. 하지만 이 책은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있다. 그래서 읽는 재미, 아니 보는 재미가 있다. 처음부터 나와 있는 단어들을 암기하려고 했다가는 이번에도 포기하게 될 테니 절대로 암기하지 말자. 우선 끝까지 보는 거다. 단편 소설을 읽는 느낌으로 한 장 한 장 읽어 나가면 그걸로 충분하다. 주제 단어들을 두 장짜리 소설의 주인공이다 생각하고 그냥 만나서 인사만 나누면 된다. 그렇게 마지막 장까지 본다. 특별히 재미있었다거나, 기억해 두고 싶었던 부분에 표시를 해두고 그 단어들만 챙겨 외우면 되는 것이다.
지금 속으로 외우는 건 죽기 보다 싫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나 역시 외우는 건 도대체가 소질이 없다. 단어를 외워야겠다는 생각만으로도 처음 본 그 단어가 미워진다. 그래서 이 책의 활용법을 하나 생각해봤다. 책에 나와 있는 쓸만한 표현들도 좋겠지만 우선은 각종 명사들을 기억하기 위한 방법이다. 이 책에서 새로 알게 된 단어들을 작은 스티커에 써서 그 단어에 해당하는 물건에 붙여 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5과에 나온 '노트북'과 관련된 단어들을 기억하고 싶다면, 공책에는 'notebook'이나 'notepad'라는 단어를, 노트북에는 'laptop' 또는 'laptop computer'를, 메모하기 위한 포스트잇에는 'note'를 붙여둔다. 자주 쓰는 물건일수록 여러 번 반복해서 보게 되고, 그렇게 하면 '영어 단어 → 한국어 번역'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 사물과 직접 연결시켜 단어를 기억할 수 있다. 이 방법 역시 결코 새로운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니지만 그 과정이 귀찮다는 이유로 알면서도 하지 않는 방법일 것이다.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핵심이다. 하루라도 써 보지 않으면 어제 배운 것까지 바로 잊어버리게 되는 언어 공부. 어떤 책을 보든 그 안의 정보들을 내 생활 속으로 끌어들여 써먹어 보겠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혼동되는 표현들은 그 때 그 때 기억하고 써보려는 노력을 꾸준히 했었다. 자꾸 틀려야 제대로 된 표현도 쓸 수 있다. 틀리고 수정하고, 또 틀리면 또 수정하고. 그 덕분에 이 책에 나온 단어들의 2/3 정도는 이미 구별해서 쓰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너무나 부족하고 헷갈리고, 어렵다. 그럴 때마다 '우리말이 아닌데 당연하지.' 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나머지 1/3을 기억하기 위해 내 방에는 여기저기 스티커가 붙어 있다. 확실히 효과가 있다. 한 번 외워보겠다고 notebook에 여러 번 써볼 그 시간에, 스티커에 한 번만 써서 붙여보기 바란다. 혹시나 당신만의 효과적인 방법을 발견했다면, 그 정보 저에게도 꼭 나눠 주시기를. 하루에도 수많은 신조어가 쏟아져 나온다. 나는 아직도 목이 몹시 마르다.^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