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풍수 - 도시, 집, 사람을 위한 명당이야기
최창조 지음 / 판미동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한 가지라도 뭔가를 얻었다면 나로서는 대만족이다.

 

저자는 위 문장으로 이 책을 마무리한다. 그렇다면 나는 저자를 대만족 시킨 독자이다.하지만 독자인 나는 결코 크게 만족할 수 없는 책이었다. 무려 384쪽이나 되는 정리 안 된 문장들이 머리 속에서 갈 곳을 잃고 떠다니는 느낌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풍수,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도시 풍수에 대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명료하다. 하지만 간단명료한 의도를 너무나 구구절절 하게, 온갖 상념들을 뒤섞어서 전달하는 방식이 문제였다. 물론 나의 책 읽기가 한 없이 부족하고, 풍수에 대한 관심이 많이 부족한 탓도 있으리라.

 

풍수하면 떠오르는 것은 학교 때 배운 풍수지리설, 조상의 묏자리가 좋아야 그 후손들이 잘 된다는 어른들의 말씀, 수맥봉을 들고 방안 구석구석 다니며 수맥을 찾는, 이른바 풍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잡다한 이미지만 연상될 뿐 정작 풍수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원래의 풍수가 무엇이었던 간에, 나는 어른들이 말하는 풍수, TV 화면에서 보여주는 풍수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풍수 공부를 30년 한 저자 역시 풍수에 대해 자신 있는 정의를 내리지는 못한다. 자신의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펼치기는커녕, 다른 이들의 말을 인용하고 그에 동의하는 방식으로 생각을 조금씩 드러낼 뿐이다. 독자인 나를 한참 잘 설득하나 싶더니 결국 나도 잘 모르겠다는 식이다. 풍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자신이 인생을 살면서 품었던 생각들을 이 책에 다 쏟아내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다. 글이 자꾸 늘어지고 온갖 생각들이 뒤섞인 느낌이다.

 

하지만 땅에 대한 생각, 명당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어디 땅만 그렇겠는가? 세상 어떤 것도 애정을 갖고 정성을 쏟으면 뭔가 답을 하기 마련이다. 풍수에 대한 감()도 땅 자체를 사랑할 때 얻을 수 있는 것. 자본이 명당이라지만 얼마 되지 않는 좁은 방도 누군가에겐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명당일 수 있다. 결국 사람과의 교감과 조화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은 것은 풍수에 대한 지식도, 관심도, 재미도 아니었다. 저자는 30년간 한 분야를 연구해온 전문가이다. 하지만 내가 그에게서 얻은 것은 전문가로서의 지식이 아닌, 그만큼의 시간을 더 살아온 인생 선배의 모습이었다. 고집스럽게 한 가지 주장을 하던 젊은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인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 결코 정답이 될 수 없음을 몸소 체험한다. 삶이란 예외투성이이고, 어느 하나 단정지을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며,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의 온도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땅, 그 땅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할 인간, 결국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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