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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칵테일 -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상큼한 세계사가 온다!
역사의수수께끼연구회 지음, 홍성민 옮김, 이강훈 그림, 박은봉 감수 / 웅진윙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상큼한 세계사가 온다!” 달콤하고 상큼한 세계사라고? 어떻게 인간의 역사에 그렇게 가벼운 수식어를 붙일 수가 있지? 이런 저런 의문과 반감을 가지면서도 이 책, <세계사 칵테일>(웅진윙스. 2007)에 끌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책을 볼 때 유독 주의 깊게 보는 표지의 타이포 디자인이 상큼했고, 삽화 역시 재치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칵테일처럼 달콤, 상큼한 세계사라고 해서 그 내용이 결코 가벼운 것도 아니다. 역사의 문제들을 수수께끼로 접근하고, 가상 인물을 설정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자그마치 130가지 수수께끼를 만나게 된다. 물론 이번에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대부분! 하지만 실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골치 아픈 세계사 과목
고등학교 시절, 역사와 세계사는 내게 골치 아픈 과목이었다. 과거의 온갖 사건들이 시험 문제로 연결될 때, 나는 수많은 연도들 속에서 매번 길을 잃고 말았다. 그래도 그 시절, 세계사 선생님의 강의는 최고였다. 책도 보시지 않고, 눈을 지그시 감고 역사의 온갖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내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우리는 매 시간 감탄했었다. 그 때 처음으로 역사가 재미있게 다가왔고, 이 책을 잃는 동안 그 때 그 시간이 새록새록 떠올라 웃음이 났다.
달콤, 상큼? 아직은 달금, 시큼!
이 책은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쓰여진 역사책이다. 역사의 수수께끼를 짤막한 이야기로 구성해 읽고 싶은 부분부터 골라 읽기도 좋다. 만화로 그려진 주인공들은 개그맨들의 유행어를 흉내내기도 하고, 역사 속 사건을 패러디 하기도 하면서 독자를 즐겁게 해준다. 청소년들이 주 대상이지만 어른들이 읽기에도 재미가 있다. 하지만 일본 책을 번역해서인지 청소년들이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기에는 어려운 한자어와 매끄럽지 못한 문장이 곳곳에 눈에 띄어 아쉬웠다.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내용을 풀어가는 방식이나 표현을 좀더 다듬는다면 정말로 달콤하고 상큼한 세계사 책이 되지 않을까? 지금 상태로는 달다 싶더니 군데군데 씁쓸하고, 상큼하다 싶더니 약간 시큼한 느낌이다.
만화책처럼 재미있는 역사책
하지만 ‘역사책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생각을 가졌던 독자들에게 ‘어라, 만화책처럼 재미있잖아!’라는 사고의 전환을 가져다 주는 것은 분명하다. 내용의 깊이를 따지신다면 이 책은 권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은 그 만큼 가볍다. 하지만 130편의 짤막한 이야기 속에 역사의 중요한 흐름을 잘 담아내고 있고, 불과 100년을 넘기지 못하는 권력, 그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뺏고 뺏기기를 반복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아이를 가진 부모님이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읽으면 특히 좋을 책이다. 부모나 교사는 수수께끼를 던지고 아이들은 그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시간을 가지면서, 관심 많은 연예인이나 친한 친구 이야기를 하듯 친근하고 수다스럽게 역사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지나 온 역사 속에는 미래에 대한 답이 들어 있다. 청소년들이 역사를 좋아하는 현명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도록 그 계기를 마련해 줄 든든한 책이다. 일단 기분 좋게 마셔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