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끝 부분의 ‘마치고 나서’를 통해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쓰는 데는 여덟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생각해 내는 데는 3년의 세월이 걸렸다.”
이 책을 읽는 나는 독자로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데는 사십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이 숨겨놓은 보물들을 모두 찾을 수 있기까지 18년의 세월이 걸렸다.”
18년은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첫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기간이다. 어린 시절 여느 아이들처럼 동화책,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엄마와의 단어 놀이를 좋아했었다. 말과 언어에 대한 관심이 글과 종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그 때부터였다. 매일 도서관에 가고, 높은 책장을 가득 매운 책들을 보면서 뿌듯해하고, 읽지도 않으면서 그저 종이 냄새가 좋아 책을 만지작거렸던 그 때. 내 옆에는 항상 책이 있었다. 책 읽는 엄마가 있었고, 책 권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책은 내 생활의 일부가 된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자기계발서를 유난히 많이 읽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읽은 책들 중 상당수는 뭔가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었고, 감동을 강요받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 동안의 독서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그 동안에 축적된 교훈들이 이 책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정말 말끔하게 정리되었다.
이 책, ‘준비된 행운’은 두 가지 면에서 각각 다른 부류의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첫째, 우화형 자기계발서를 평소에 잘 접하지 않았던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과 같이 이야기로 인생의 교훈을 풀어내는 책들은 우선 쉽고 재미있어야 한다. ‘준비된 행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들을 하고 있다. 맥스와 짐, 백기사 시드와 흑기사 노트는 나와 내 친구의 모습이고, 어쩌면 내가 가진 두 얼굴일수도 있다. 이야기 줄거리 역시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하다. 어린 시절부터 들어온 온갖 이야기들이 여기저기 섞여 있다. 그래서 재미가 있다.
하지만 이런 류의 책들을 많이 읽은 분들이라면 식상함을 느끼기 쉬운 책이다.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마구 섞어서 억지로 교훈을 만들어 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매끄럽지 못한 번역 때문인지, 원 저자의 문체 때문인지 이야기가 뚝뚝 끊어지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둘째, 그런 분들께도 이 책은 권하고 싶다. 이제는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을 그 동안의 배움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짧은 이야기 속에 그 많은 내용들이 모두 들어있음에 감탄하면서 말이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에 담긴 공통적 성공요인들을 곳곳에, 그것도 아주 치밀하게 배치하고 있다. 언뜻 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준비된 독자’들에게는 너무나도 뚜렷하게 포착되는 것이다.
성공 요인 1. 관찰과 투자
가방 공장 사장이 된 맥스는 레스토랑과 호텔에서 일하는 동안 부자들을 유심히 ‘관찰’한다. 그 덕분에 그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 번 돈으로 전국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가방을 조사하러 다닌다. 적극적으로 ‘투자’함으로써 더 많은 가치를 발견한 것이다.
성공 요인 2. 겸손, 존중, 배려, 그리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기
시드는 이 모든 요인들을 ‘체화’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흑기사 노트와 백기사 시드를 극명하게 대비시킴으로써 시드가 가진 성공 요인들을 부각시키고 있다. 겸손과 존중, 타인에 대한 배려는 기본적인 것이다. 대접받고 싶은 만큼 남을 대접해야 한다. 거기에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더해질 때, 성공은 완성된다.
성공 요인 3. 목표를 설정하고 끊임없이 상상하기
시드는 마법의 클로버가 싹을 틔우는 모습을 매일 밤 상상한다. 눈 앞에 피어있는 듯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을 때까지 그 상상을 멈추지 않는다. 목표 설정은 쉬운 일이나 그것을 보고 또 보고, 마음 속에 그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바라는 것을 생생하게 그릴 수 있을 때, 불안과 걱정은 수그러든다.
성공 요인4. 스스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라는 책으로 알려진 서진규씨는 문제 상황에 부딪혔을 때, 혹은 뭔가를 이루고자 할 때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고 한다.
1)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2)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3)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야기 속 시드는 정확하게 위의 세 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 후에 방법을 찾아 실행에 옮긴다. 그 덕분에 매번 흑기사 노트보다 늦게 도착하면서도 자신이 바라는 것을 얻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성공 요인 5. 자기 합리화는 금물
정보가 너무 많아 아무 것도 배우기 싫어지는 시대, 우리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루지 못할 때 자기 합리화를 남용한다. 노력은 조금만, 자기 위안은 듬뿍. “내가 못 찾았는데 그 친구가 찾을 리 없어!”라고 외치는 흑기사 노트는 지나친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근거 없는 자신감은 독이 된다는 것! 행운을 움켜쥐기 위해서는 ‘알리바이 있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준비된 행운’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래의 한 문장에 다 담겨있다.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면 초조해하지 말고 포기하지도 말아야 한다. 반드시 행운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고 달콤한 말 따위에 귀를 기울이지 말아야 한다.” – 111p.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면”이라는 전제이다. 움켜진 행운, 준비된 행운을 위해서는 우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보아야 한다. 판단은 그 후에 하는 것이다.
맥스가 짐에게, 시드가 모든 백성들에게 그랬듯, 이제 이 책을 읽은 나와 여러분이 할 일은 우리가 배운 행운에 관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스스로가 준비된 행운의 증거가 되어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여행, 평생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이 책을 통해 더욱 명확해 졌다.
얼마 전 읽은 ‘35세의 선택’의 한 문장이 갑자기 떠오른다.
“Control your destiny or somebody else will.”
(자신의 운명을 컨트롤하라. 그렇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바로 앞에 와 있는 운이 일회성의 것이 되지 않도록, 운명을 컨트롤하고, 그 행운을 움켜쥐자. 그렇지 않으면 끔찍한 마녀 모르가나가 슬금슬금 다가와 그 운을 가로채 버릴지도 모르니 :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