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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 더 언디펜더블
월터 블록 지음, 이선희 옮김 / 지상사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아, 어렵다. 제목부터 어렵다 싶더니 그 내용은 더더욱 어렵다. 알아 먹지 못할 말들이 쓰여져서 어려운 것은 결코 아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들이 가득하기 때문에 어렵다. 이 책은 우리의 편견을 깨부수려는 책이다. 의도는 알겠으나 차곡차곡 쌓여 부지불식간에 내 일부가 되어 버린 편견들은 쉽사리 깨지지 않는다. 부패 경찰관, 공갈협박꾼, 마약 중독자, 아동 노동 착취자, 폭리 취득자… 이들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그들을 비난해서는 안 되고, 한술 더 떠 그들 직업의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니! 아, 도대체 무슨 소리란 말이냐.
도덕의 문제로 접근하는 순간 이 책은 말도 안 되는 소리로 가득 찬 몹쓸 책이 되고 만다. 그래서 일까? 저자는 들어가는 말부터 독자들을 어르고, 달랜다. “폭력을 가하지 않는 활동이 법적 처벌이나 다른 형태의 폭력으로 처벌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지, 이러한 활동이 도덕적이거나 적합하거나 좋은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명심하라.”는 조심스러운 명령과 함께.
이 책을 견디지 못하고 덮어버린 독자들의 머릿속에는 지독한 편견 하나가 덧씌워질지도 모른다. ‘그럼 그렇지. 하여튼 미국이란 나라는…쯧쯧쯧.’ 그 이유는 이 엉뚱한 책이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였고, 그 저자 역시 미국의 경제학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꾹 참고 이 책의 끝을 만나보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편견 껍데기를 눈과 마음에 평생 덮어 쓴 채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철저하게 왜곡된 시선으로.
우리는 의도하든 아니든 근거 없는 편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논리’라는 튼튼한 박스 테이프로 잘 감싸고 튼튼하게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 그것은 쉽게 찢어지는 종이 테이프에 불과하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빤히 보이는 진실들을 우리는 외면하고 있다. 자꾸 ‘우리’라는 표현을 써서 불편한가? 그렇다면 ‘나’로 해두자. 표현이 바뀐다고 해서 진실이 바뀌지는 않을 테니까.
사회의 악으로 간주되는 온갖 직업들을 한 곳에 모아두고, 그들의 직업이 사실은 위대한 것이며, 우리에게 도움까지 주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말도 안 된다’는 생각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그를 따라가더라도 조금만 한 눈을 팔면 그의 논리에 깜박 속아 넘어간다. 지독히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주장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그의 말 속에는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이 있으니 어쩔 수가 없다. 보고 싶지 않은 면을 들춰내며 ‘네 위선을, 이기적인 논리를 똑바로 쳐다봐!’라고 호통치는 듯한 글을 통해 차츰차츰 편견의 두께가 얇아진다.
아직까지도 그들을 사회의 ‘영웅’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거북하고, 뭔가 꺼림칙하다. 하지만 ‘악’이라 단정짓는 것은 잘못이고, 오히려 내 편견이 그들에게 독과 악이었음은 인정한다. 알고 있지만 결코 아는 체 할 수 없던 문제들을 과감하게 결과물로 만들어 낸 저자 ‘월터 블록’. 그의 다른 저서들을 찾아 읽기 전에 이 책을 한 번 더 정독할 생각이다. 그에게 반박할 수 있을 때까지 반박하고, 내 나름의 논리로 설득도 해 볼 생각이다. 이 직업들로 인해 내가 받은 피해를 펼쳐 보이고, 싸워도 볼 작정이다. 그 과정을 통해 내 성장을 막는 편견들은 점점 더 얇아지고, 시야는 넓어질 테니까.
* 개인적으로 표지 디자인이 참 아쉽다.
책의 내용을 보기도 전에 읽기 싫은 책으로 만들어버리는 촌스럽기 그지 없는 표지.
표지만 잘 만들었더라도 독자들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