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지와 겐이치로 A - 대단한 겐지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보며, 특히 똘기 가득한 정신과 의사 이라부를 보며 며칠을 희희덕거렸다. 한참 머릿속이 복잡하던 시기에 나는 자발적으로 이라부가 되었다. 이라부처럼 행동하고, 이라부처럼 판단했다. 그리고 복잡하던 문제들은 어느새 별 것 아닌 것이 되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었다는 이야기다.

 

이라부 같은 인간들이 가득 모여 있는 책을 만났다. 아니, 그보다 더하다. 아톰, 피터팬같은 만화 속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인간을 부려먹는 고양이도 나온다. 무지 웃긴다. 또 며칠을 시시덕거렸다. 그런데 이게 그냥 웃기기만 한 게 아니다. 날카롭고, 분석적인데다 풍자 비슷한 것까지 담겨 있다. 24편의 단편 속에 등장하는 수십 개의 녀석들이 저마다 분명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표지에 그려진 고양이인지 곰돌이인지 모를 퀭한 눈의 녀석처럼, 언뜻 알 수 없는 소리지만 뚜렷한 의미로 다가와 피부에 박히는, 그런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었다.

 

겐지와 겐이치로는 미야자와 겐지다카하시 겐이치로라는 두 작가의 소통을 담고 있는 책이다. 74년 전에 죽은 겐지의 작품에서 제목을 따와 현재를 살고 있는 겐이치로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제목만 들어도 뭔가 심상치 않다. 내용은 기발함을 넘고 상상을 초월한다.

 

오츠베르와 코끼리/ 기아 진영/ 고양이 사무소/ 주문 많은 요리점/ 베지테리언 대축제/ 첼로 켜는 고슈/ 스무엿샛날 밤/ 이하토브 농학교의 봄/ 축제의 밤/ 포라노 과장/ 수선월의 4/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영결의 아침/ 돌배나무-크람본 살인사건/ 도토리와 살쾡이/ 바람의 마타사부로/ 봄과 아수라/ 북극 쥐의 모피/ 나메토코 산의 곰/ 푸리오신 해변/ 가죽 트렁크/ 겐쥬 공원의 숲/ 안방 동자 이야기/ 가돌프의 백합

 

처음 몇 편을 읽으면서 이적의 <지문사냥꾼>(2005. 웅진지식하우스)이 떠올랐다. 기괴한 캐릭터들이 신선하고 재치가 넘쳤지만 한편으로는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그런데 이 책 <겐지와 겐이치로>의 캐릭터들은 또 다른 느낌으로 내 오감을 자극했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의 나라로 안내하던 아톰과 피터팬. 작가 겐이치로는 아톰 할아버지, 피터 영감으로 그들을 망가뜨린다. 아톰은 늙어서 치매에 걸렸고, 피터팬은 120킬로쯤 나가는 뚱보가 되어 있다. 우리가 아는 세상과는 정반대의 세상이 이 곳에 있다. 젊어지는 병, 죽음에 이르지 않는 병에 걸린 주인공들이 늙어서 죽게 될 우리 앞에 있다. 이것 참 골 때린다.

 

24편의 이야기에는 유독 동물이 많이 나온다. 그들의 세상에서 인간은 더 이상 주인공이 아니다. 아니, 그 속에 끼는 것조차 어렵다. 그저 멀찍이 떨어져서 그들이 마구잡이로 비트는 인간 세상을 고통스럽게 바라볼 뿐이다. 인간 세상의 온갖 보기 싫은 모습들이 곳곳에 녹아 있다. 보고 싶지 않지만 억지로 봐야 하니 미칠 지경이다. 인간의 무서운 친구, 호기심이라는 녀석이 결국 이 책의 끝을 보게 만드니까.

 

 대단한 겐지의 아름다운 동화 속 인물들이 짓궂은 겐이치로의 손에서 다 망가졌다?는 문구를 보며 그저 재미있는 책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웬 걸? 망가지기는커녕 다시 태어났다는 표현이 딱 맞다. 겐지의 인물들이 더 궁금해졌으니까. 작가 겐이치로는 위대한 선배 겐지의 작품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흡수하고 소화시켰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섞인 내용물을 토해냈다. 그 속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있다. 보지 않겠다며 뒤로 돌려 버린 고개를 다시 돌려놓는 매력적인 녀석들이 가득하다. 그 녀석들은 네 삶을 똑바로 보라고 외친다. 그리고 생각이라는 것을 좀 하고 살라며 우리에게 호통을 친다. 쉬우면서 난해하고, 웃기면서 씁쓸한 그런 이야기. ミヤザワケンジ·グレ-テストヒッ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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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èm 2013-04-12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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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et ke noithat 2013-04-12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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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a cuon 2013-04-12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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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o ve 2013-05-06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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