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바이올린
진창현 지음, 이정환 옮김 / 에이지21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소리에 꿈을 타고

 

진창현 선생께서 사인을 하시기 전에 먼저 적어주신 글귀다. 저 한 마디에 그의 인생이 담겨 있음이 이제서야 절절히 다가 온다. 책을 읽기 전, 강연회장에서 먼저 선생님을 만나 뵈었다. 왜소한 체격에 반쯤 쉰 목소리, 하지만 그 눈빛만은 그 자리에 있던 어떤 젊은이의 것보다도 강렬했다. 약간은 알아 듣기 어려운 한국말이었지만 곧 함께 웃을 수 있었던 것은 말이 아닌,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여운이 참 오래 남을 것 같은 책이다. 장인의 혼에 정신을 빼앗겨 그저 숙연한 마음이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통해 어떤 역사책보다 생생한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보았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시대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지금에 와서는 도저히 이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과 억압의 시대. 그 시대를 살아 내는 것만으로도 위대하다. 그런데 저자는 마음 속에 품은 꿈을 한 번도 잊지 않았고, 마침내 최고의 장인으로 조국의 후손들 앞에 섰다.

 

나라면 어땠을까? 계속해서 질문했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하고 괴로운 시대, 도무지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곧바로 무기력해졌다. 지금 나는 얼마나 편한 시대에 살고 있는가. 내 앞에 놓인 모든 고민들이 부끄러워졌다. 감히 역경이라는 말을 붙일만한 어려움은 하나도 없다. 진창현 선생의 것에 빗댈만한 시련은 한 번도 겪지 못했다. 갑자기 힘이 난다. 세상에 못할 일이 무어냐! 움직이자. 호기심을 갖고 열심히 찾아 나서자.

 

강연을 마치고 참석자 한 명이 이런 질문을 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꿈도, 의욕도 없이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선생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호기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순간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어려서부터 나는 유난히 꿈이 많은 아이였고, 항상 뭔가를 배우고 싶어했다.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특이한 아이였다. 매일 바쁘게 생활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항상 재미있다는 말을 달고 살았으니까. 나는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배우고 싶고, 알고 싶은 것도 많고, 그래서 매일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인다. 이런 내 삶의 원동력이 호기심이었음을, 삶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임을 그 순간 알게 되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월요일에는 좀더 바빠질 것 같다.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생각하고, 끊임 없이 도전해야 할 이유를 찾았기 때문이다. 도전하지 않았다면 바이올린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새로운 분야에 호기심을 갖지 않았다면 진창현 선생의 삶을 180도로 바꿔놓은 그 강의도 들지 못했을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밀림까지 가서 바이올린 제작에 쓸 재료를 구하는 선생의 용기에 감탄했다. 하지만 그저 감탄만 하고 실천이 없다면 그의 조국 방문, 후배들을 향한 그의 애정은 의미를 잃고 말 것이다.

 

소리에 꿈을 타고. 선생님은 저기에 소리를 쓰셨지만, 저는 다른 무언가로 채우겠지요? 그 무언가를 자신 있게 써내려 갈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귀한 이야기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그 날이 오면 저도 꼭 오늘의 선생님처럼 제 삶의 이야기를 후배들과 나누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희망의 증거가 되어 저희 앞에 서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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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ê xe 2013-08-07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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