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말을 걸다 - 밥상에서 건져 올린 맛있는 인생찬가
권순이 지음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점심에 불고기 전골을 먹었습니다. 한가운데에 맛있는 불고기가 놓이고, 그 주위를 신선한 버섯들이 둘러쌉니다. 육수를 자작하게 부어 한소끔 끓여서는 버섯 먼저 꺼내 양념장에 찍어 먹습니다. 잘 익은 새콤한 백김치에 불고기를 얹어 먹으니 이 또한 궁합이 잘 맞습니다. 입에 맞는 음식과 정다운 사람이 함께한 점심 덕에, 뭉근한 화롯불로 데운 것 마냥 종일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매일 먹는 음식 속에는 사람의 손길이 담겨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통해 우리는 손길에 담긴 정성을 함께 맛봅니다. 여기 정성이 담뿍 담긴 음식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음식에 얽힌 포근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음식이 말을 걸다>(상상공방. 2008)의 따듯한 요리사 권순이 씨는 음식이 내는 소리를 듣는 사람입니다. 그 소리에 담긴 인생찬가를 소박한 글로 풀어낼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녀의 음식은 온갖 추억을 우려낸 육수에 담가 한소끔 끓여낸 전골입니다. 찬찬히 씹어 먹다 보면 여러 가지 맛이 느껴집니다. 가끔은 달큰하고, 어떨 땐 짭짤하고, 싱겁기도 하다가 눈물이 핑 돌게 맵기도 합니다. 우리네 인생처럼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맛입니다. 매일의 삶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들은 어느새 우리 인생을 닮았습니다.

내 엄마는 소문난 요리사입니다. 계량컵, 계량숟가락 같은 것 없이도 기가 막히게 간을 잘 맞춥니다. 뚝딱뚝딱 있는 재료로 만든 요리도 푸짐하고 맛깔스럽습니다. 식당에서 한 번 맛본 음식은 집에 와서 더 맛있게 만들어내고, 몇 번만 먹어보고도 음식의 재료를 척척 알아냅니다. 절대 미각 장금이가 따로 없습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오늘 <음식이 말을 걸다>에서 보았습니다. 

그냥 요리책이 아닙니다. 요리 동화입니다. 푸근한 웃음 짓는 엄마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맛있는 이야기입니다. 신선한 재료들이 여기저기서 조잘대는 소리는 엄마의 주방에서 나던 바로 그 소리입니다. 어제는 “두툼두툼” 두부를 썰어 넣은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었고, 오늘은 “바그르르” 끓은 와인에 손질한 치즈를 넣은 퐁듀향이 고소하게 풍깁니다. 채 썰어 놓은 풋고추는 “야드레” 윤기가 흐르고, 막 쪄낸 찰옥수수는 “쫀득하니 달달한” 맛이 일품입니다. 

분주한 주방 속에서 29가지 요리가 탄생했습니다. 어느 하나 화려하지 않습니다. 촌스러우리만큼 소박한 음식들뿐입니다. 맨 마지막에 내놓은 음식은 그중에서도 으뜸갑니다. 잘 지어진 흰 쌀밥 한 그릇이 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헛헛하세요? 외로우세요?” 물으며 “여기 따뜻한 참마음 들어간 밥 한 그릇 드셔 보세요.”랍니다. 그런데 반찬 없이 먹는 밥 한 공기가 참 맛있습니다. 한 상 잘 얻어먹었습니다. 

지금 헛헛하신가요? 그럼 권순이 씨의 소담한 밥 한 그릇 맛보세요. <음식이 말을 걸다>는 딱 흰 쌀밥 같은 책입니다. 그것도 야드레 윤기가 흐르는 알맞게 차진 밥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Unitas Brand Vol.2 - 2008
바젤커뮤니케이션 편집부 엮음 / (주)바젤커뮤니케이션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7년 11월에 창간한 국내 최초 브랜드/마케팅 전문 잡지다. ‘최초’라는 의미도 중요하지만 이 잡지의 최대 강점은 충실한 내용에 있다. 전체 240쪽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쪽이 채 안 되고, 업계 전문가와 학자뿐 아니라 소비자의 목소리까지 균형 있게 다룬다. 전체 기사의 2/3가 특집 기사처럼 느껴질 만큼, 단행본의 깊이와 잡지의 다양함을 고루 갖추고 있다.

이번 2호(격월 발행)는 인터뷰 기사가 주를 이룬다. 이는 마케팅 용어가 난무하는 영화 같은 성공 사례가 아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주려는 편집자의 의도에 따른 것. 8쪽에 걸쳐 메가트렌드 7가지를 짚어주는 서울대 주우진 교수의 「21세기 메가트렌드」와 브랜드-소비자 관계에 대한 얼리어답터 12명의 생각을 들어보는 「브랜드는 뱀파이어에 의해서 양육 된다」는 특히 주목해서 볼 기사들이다.


댓글(1) 먼댓글(1)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uthentic pandor 2010-07-05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21세기 메가트렌드」와 pandora bracelet charms브랜드-소비자 관계에 대한 얼리어답터 12명의 생각을 들어보는 「브랜드는 pandora charm bracelet뱀파이어에 의해서 양육 된다」는 특히 주목해서 볼 기사들이다.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 시골의사 박경철이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휘릭 휘릭 어휴… 휘릭 휘리릭 후유…

이야기 하나가 마무리 될 때마다 한참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마지막 마침표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깊은 한숨만 내뱉고 있었다. 이미 지나간 책장을 붙들고서 바보처럼 엉엉 울며 어깨를 들썩였다. ‘착한 인생’을 앞에 두고 그저 이런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착한 것이 더 이상 미덕이 아닌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착한 사람을 답답해하고 조롱하고 무시하고 이용해먹는 세상. 때로는 생존을 위해 악한 인생을 선택하는 세상. 생각하면 숨이 턱턱 막힌다.

나는 오늘도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생각의 틈을 막아 버린다. ‘착한 인생’을 힘겹게 사는 이웃들을 깡그리 무시한 채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착하지 않은 인생’을 살아간다. ‘착하게 살아 봐야 남들한테 이용만 당하지’하는 악에 받친 확신을 되뇌며.

경북 안동의 ‘신세계 병원’에는 매일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손님으로 북적대는 사랑방에는 이들과 함께 울고 웃는 의사가 한 명 있다.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리더스북. 2008)는 그 의사가 몇 년간 써내려 간 낡은 일기장이다.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박경철 의사는 그저 담담하고 세밀하게 그들의 삶을 묘사할 뿐이다. 자신의 감정을 과하게 늘어놓지도, 독자들의 반응을 이끄는 질문을 던지지도 않는다. 오늘은 누가 찾아왔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하고 가만가만 이야기하는 게 전부다. 그런데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그의 마음 앞에 나는 시종일관 울컥거리고 말았다.

신장암 진단을 받고 “선생님, 죽으려고 왔어요.”하며 찾아온 남자, 그리고 그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담담히 앉아있던 아내. 얼마 후 의사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아내는 인근 빌딩에서 청소 일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인근 빌딩에 있는 식당에 점심 먹으러 들렀던 어느 날, 의사는 우연히 비상계단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울먹이는 소리를 듣는다. 빚 독촉에 시달리며 제발 몇 달만 봐주라고 통사정을 하고 있던 그녀는 바로 그 남자의 아내였다.

“왼손에는 한 입 베어문 열무김치 한 조각이 쥐어져 있었고, 오른손에는 전화기가 들려 있었다. 색바랜 양은도시락에 담긴 차가운 밥과 검정 비닐에 싼 열무김치, 그것이 전부였다. 그나마 서러운 식사를 하는 중에 빚 독촉 전화를 받은 모양이었다.

도시락 위로 떨어지는 눈물과 콧물, 왼손에서부터 팔뚝으로 타고 흐른 벌건 김치 국물 자국, 그리고 도시락에 담긴 찬밥 한 덩어리가 그의 고단하고 처절한 삶을 말해주고 있었다.”


착하고 맘 좋던 사람들, 희망을 앉고 열심히 살던 사람들이 제 열정에 녹아 병이 들고 만다. 병든 몸을 짊어지고도 손도 써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다. 오로지 ‘가난’, 악성 종양보다도 뿌리깊은 가난 때문에. 이 모습을 지켜보는 ‘시골의사’는 일을 그만두고 쉬어야 한다는, 더 큰 병원으로 가서 수술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말도 한없이 조심스럽고 죄스럽다.

이런 미안한 마음을 갚을 길이 없어 글로나마 기억하려는 그의 마음이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의 여백을 채우고 있다. 여백까지 빽빽한 247쪽의 책은 247명의 고된 인생이 되어 내 마음을 짓누르고 고개를 숙이게 한다.

착한 마음이 미덕이 아닌 시대라지만 적어도 바보 취급당하는 일만은 없어야 하는데. 그저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inks of london 2010-07-05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착한 마음이 미덕이link of london아닌 시대라지만 적어도 links of london jewelery바보 취급당하는 일만은 없어야 하는데. 그저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책의 제국 책의 언어 - 조우석의 색깔있는 책읽기
조우석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사람, 글로 노는구나. 샘날만큼 신명나게.’

<책의 제국, 책의 언어>(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07)를 읽는 내내 맴돌았던 생각이다. 제목? 딱딱하다. ‘책의 제국’이라는 표현은 거부감마저 든다. 대학 교재 식의 지루한 글이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하지만, 일단 선택. 책이 좋으니 ‘책 이야기 하는 책’을 지나칠 수가 있어야 말이지. 이것도 병이다.

학술 서적처럼 느껴지는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서평집이다. “최근 몇 년 새 나온 국내외 주요 저술 60여 종”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조우석이 “찬찬히 읽고 그 생각의 가능성을 요모조모 따져본” 서평집.

저자 조우석의 이름에는 문화부 기자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그런데 이 사람 출판 기자만큼책과 많이 놀았다. 지금은 당연히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신문의 북섹션, 그 틀을 처음 만든 ‘사고’의 현장에 조우석이 있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야겠다. 이 책, 재미있다. 30쪽 정도 읽으며 문체에 익숙해지고 나면 술술 읽힌다. 방송에서는 '삐-' 소리로 처리했을 말들도 종종 등장하고, 한 책을 마구 칭찬하는가 싶더니 마지막에는 날카로운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변화무쌍하고 유쾌, 상쾌, 통쾌하다.

몇 해 전 이권우의 서평집 <책과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해토. 2005)를 읽으며 남이 쓴 서평을 읽는 재미를 알았다면, 이 책은 재미에 자극이란 양념을 얹어준다. 그것도 새빨갛고 속이 얼얼하게 매콤한 양념을. 이렇게 써보고 싶단 말이다. 서평을 읽으면서 ‘그래, 이 책 괜찮네. 한 번 읽어봐?’ 식의 머리만 울리는 반응이 아니라, 낄낄대고 웃다가, 움찔했다가, 화도 냈다가, 변화무쌍하게 몸을 움직이는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면!

너무 극찬인가? 솔직히 머리말, 안 읽힌다. “‘구텐베르크 은하계’ 재탄생을 위한 전주곡”이라는 부제? 부담스럽다. 1부 83쪽을 넘기데 시간 꽤나 걸렸다. 하지만, 그 이후는 저자랑 같이 놀게 된다. 조우석 자신도 인정한 “종횡무진 서평”. 하지만 원래의 의도대로 책의 내용을 드러내는 일에 소홀하지 않고, 자기 목소리도 들어갈 만큼 들어갔다. 그가 아는 서평의 문법이 그러하니까.

1부 ‘우주·역사·그리고 신화 삶아먹기’가 어렵다면 4부 ‘말·언어·문학에 관한 엉뚱한 성찰’부터 읽어도 좋다. 읽고 싶은 글 먼저 골라 읽는 것도 재미. 개인적으로는 4부에 실린 서평들에 가장 깊이 공감했고, 읽는 내내 신이 났었다. 일단 새롭고 싱싱한 글을 써내는 패션지 에디터 김경의 인터뷰집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화가로 알려졌지만 글이 더 기가 막힌 김점선의 <10cm 예술>이 포문을 연다. 다음 타자는 진옥섭. 전통 공연 연출가인 그는 <노름마치 1, 2>에서 이 시대 마지막 예인들의 삶과 예술을 담는다. 우리 것에 대한 애정도 놀라웠지만 입에 짝짝 달라붙는 그의 글솜씨에 더 감탄했었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두 책 <박찬욱의 오마주> <박찬욱의 몽타주>에 대한 서평까지. 저자 조우석은 여기서 박찬욱의 글을 “우리말 최상의 산문”이라 평했다.

위에 언급한 책들을 읽지 않고도 대강의 맛은 느낄 수 있었겠지만, 역시 내가 읽고 그도 읽은 책일 때 우리의 책 수다는 더 맛깔 나고 입에 붙는다. <책의 언어, 책의 제국>에서 독자가 얻는 수확은 이런 서평도 있구나 하는 신선함, 당장 읽고 싶은 책들을 발견하는 뿌듯함이다.

2008년 읽을 책의 목록이 갑자기 확 늘어났다. 하지만, 부담은커녕 어깨가 들썩인다. 같은 책을 읽고 비슷한 느낌을 받은 리뷰어를 만났을 때의 기쁨, 나 혼자만 느낀 게 아니었다는 묘한 안도감, 이후에도 그 리뷰어의 글을 챙겨보게 되는 신뢰감. 온라인에서 서평 활동을 하며 느꼈던 여러 가지 감정들을 오늘 오프라인에서 제대로 만났다. 일단 목록에 추가한 책들 좀 읽고 다시 만납시다 조우석씨!



+ 더하기, 표지 디자인! 이건 정말 아니지요.
심플? 그래요 심플 좋지만, 이건 심플이 아니라 '썰렁', '어색' 이지요.
출판마케팅연구소 책 참 좋은데, 디자인에도 좀 더 신경 써 주셨으면 하는 소망이 =ㅅ=;;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d hardy schuhe 2010-07-05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출판마케팅louis vuitton handtaschen연구소 책 참 좋은데, links of london charms디자인에도 좀 더 신경 써 주셨으면 하는 소망이



inox 2013-04-24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inox giá rẻ

chan ga goi dem 2013-05-06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莊網頁CUA禁令大鼠饒NOI糞HUU ICH胡志明市XE碼頭麗THUONG龍川

cong inox 2013-05-06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trang web nội dung rất hay bà bổ ích

chothuêxe45 2013-12-17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在河内的汽车租赁45廉价的住宿
 
서진규의 희망 - 하버드의 늦깎이 공부벌레 서진규의 유학 생존기
서진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세월을 한 자락 한 자락 뒤적여본다. 얼룩진 눈물자국, 불 같은 분노, 이 세상으로부터 버림받는 것 같던 좌절, 좌절 후 다시 찾아온 기쁨, 온전한 웃음, 마음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행복… 이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자그마치 60년이다. 반백이 넘는 세월, 그 세월을 뒤적이는 손길을 따라 한 사람이 서 있다. 겹겹이 쌓인 주름 속에 희망의 증거를 가득 담은 사람. ‘하버드의 늦깎이 공부벌레’, 서진규다.

조그만 나라 한국의 가난한 여자 아이가 가발공장 여공, 골프장 식당 종업원, 미국 가정의 식모, 미 육군을 거쳐 59세에 하버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조국에서 가만가만 지난 60년을 들려준다. 그 목소리를 고스란히 글로 담은 책, 서진규의 <희망>(랜덤하우스. 2007)은 거짓 없이 최선을 다했던 생을 함축하는 한편의 시 같은 자서전이다.

전체 293쪽 중 저자의 사진이 들어간 것은 불과 4쪽. 나머지 289쪽은 오로지 글뿐이다. 별다른 기교도 장식도 넣지 않은 책. 하지만, 눈부시다. 자신에게 당당하게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은 그 자체로 이렇게 빛이 난다. 가진 힘을 다 쓰고 잠드는 하루, 잠재된 열정을 다 태운 세월은 그 자체로 든든한 백이 되어 지금의 서진규를 만들었고, 미래의 서진규를 키운다.

‘박사’라는 꿈을 이루고 이제는 행복만 누려도 좋을 시기. 그러나 삶은 결코 관대하지 않았다. 악화된 만성 C형 간염과 갑상선 기능항진증이라는 병마가 그녀를 움켜쥐었고, 결국 갑상선의 기능을 완전히 소멸시켜야 했다. 하지만, 지난 60년을 한 번도 제대로 쉬어본 적 없는 그녀에게는 고통스럽던 1년의 치료 기간도 상이었다. 이제서야 숨을 고른다. 그만큼 치열했던 삶이다.

올해로 나이 예순. 그녀는 또 꿈을 꾼다. 10년 안에 미국의 국무장관이 되겠다는 꿈을. 희망의 증거만 60년을 모은 사람 앞에 불가능이란 녀석은 머물 공간이 없다. 하지만, 인생 후배들에게 이제는 당부도 하고 싶다. 꿈을 위해 치열하게 앞서 나가는 것도 좋지만 인생에는 반드시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끔은 제자리에 서서 숨을 고르는 것도 꼭 필요한 과정임을.

누군가의 성공 이야기가 주춤해 있는 내게 다시 걸을 힘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성공 그 자체에 압도되어 나와는 상관없는 희미한 이야기로 들릴 때가 있다. 서진규의 이야기는 또렷했다. 한 글자 한 글자 정확한 발음으로, 귀를 타고 들어와 마음속에 박혔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여인이 떠올랐다. 사랑 때문에 전쟁 같았던 삶, 하지만 죽어가는 순간에도 ‘사랑하라’는 말을 전했던 에디트 피아프, 전 세계 난민들을 보듬으며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의 온전한 일치를 보여주는 긴급구호 팀장 한비야, 암 투병 중인 지금도 열심히 희망을 그리는 화가 김점선. ‘일단 시도’하고 ‘물론 최선’을 다하는 여인들을 서진규와 함께 만났다. 그리고 지금의 그녀를 있게 한 전 세계 친구들의 따뜻한 손길을 느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고, 사람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더라”며 무수한 도움을 받았던 그녀가 이제는 도움을 주느라 바쁘다. “희망파도”를 마구 끼얹는 이 사람 앞에서 나는 바닷가 절벽처럼 담담하게 서 있고 싶다. 그런 파도라면 기꺼이 맞아 덕지덕지 붙은 욕심과 게으름을 깎아내고 싶다.

증거가 확실한 희망에 오늘 나는 완전히 설득당했다.

"행복은 그 일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존재한다는 걸 나는 믿는다. 스스로 눈을 감고 외면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볼 수 있고, 언제든 잡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도 나는 확신한다. 오늘도 수많은 행복의 씨가 그 꽃을 틔우길 갈망하며 주인의 손을 기다리고 있계지. 흩어져 있는 크고 작은 행복을 찾아내 씨를 뿌리고 꽃을 피우는 부지런함에 따라 그 수확량이 달라질 터...... 난 좀 더 바빠지기로 결심했다." (98쪽)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iffany & co 2010-07-05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도 수많은 행복의 pandora beads씨가 그 꽃을 틔우길 갈망하며 주인의 손을 기다리고 pandora bracelets있계지. 흩어져 있는pandora bracelets 크고 작은 행복을 찾아내 씨를 뿌리고 꽃을 피우는 부지런함에 따라 그 수확량이 달라질 터...... 난 좀 더 바빠지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