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규의 희망 - 하버드의 늦깎이 공부벌레 서진규의 유학 생존기
서진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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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월을 한 자락 한 자락 뒤적여본다. 얼룩진 눈물자국, 불 같은 분노, 이 세상으로부터 버림받는 것 같던 좌절, 좌절 후 다시 찾아온 기쁨, 온전한 웃음, 마음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행복… 이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자그마치 60년이다. 반백이 넘는 세월, 그 세월을 뒤적이는 손길을 따라 한 사람이 서 있다. 겹겹이 쌓인 주름 속에 희망의 증거를 가득 담은 사람. ‘하버드의 늦깎이 공부벌레’, 서진규다.

조그만 나라 한국의 가난한 여자 아이가 가발공장 여공, 골프장 식당 종업원, 미국 가정의 식모, 미 육군을 거쳐 59세에 하버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조국에서 가만가만 지난 60년을 들려준다. 그 목소리를 고스란히 글로 담은 책, 서진규의 <희망>(랜덤하우스. 2007)은 거짓 없이 최선을 다했던 생을 함축하는 한편의 시 같은 자서전이다.

전체 293쪽 중 저자의 사진이 들어간 것은 불과 4쪽. 나머지 289쪽은 오로지 글뿐이다. 별다른 기교도 장식도 넣지 않은 책. 하지만, 눈부시다. 자신에게 당당하게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은 그 자체로 이렇게 빛이 난다. 가진 힘을 다 쓰고 잠드는 하루, 잠재된 열정을 다 태운 세월은 그 자체로 든든한 백이 되어 지금의 서진규를 만들었고, 미래의 서진규를 키운다.

‘박사’라는 꿈을 이루고 이제는 행복만 누려도 좋을 시기. 그러나 삶은 결코 관대하지 않았다. 악화된 만성 C형 간염과 갑상선 기능항진증이라는 병마가 그녀를 움켜쥐었고, 결국 갑상선의 기능을 완전히 소멸시켜야 했다. 하지만, 지난 60년을 한 번도 제대로 쉬어본 적 없는 그녀에게는 고통스럽던 1년의 치료 기간도 상이었다. 이제서야 숨을 고른다. 그만큼 치열했던 삶이다.

올해로 나이 예순. 그녀는 또 꿈을 꾼다. 10년 안에 미국의 국무장관이 되겠다는 꿈을. 희망의 증거만 60년을 모은 사람 앞에 불가능이란 녀석은 머물 공간이 없다. 하지만, 인생 후배들에게 이제는 당부도 하고 싶다. 꿈을 위해 치열하게 앞서 나가는 것도 좋지만 인생에는 반드시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끔은 제자리에 서서 숨을 고르는 것도 꼭 필요한 과정임을.

누군가의 성공 이야기가 주춤해 있는 내게 다시 걸을 힘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성공 그 자체에 압도되어 나와는 상관없는 희미한 이야기로 들릴 때가 있다. 서진규의 이야기는 또렷했다. 한 글자 한 글자 정확한 발음으로, 귀를 타고 들어와 마음속에 박혔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여인이 떠올랐다. 사랑 때문에 전쟁 같았던 삶, 하지만 죽어가는 순간에도 ‘사랑하라’는 말을 전했던 에디트 피아프, 전 세계 난민들을 보듬으며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의 온전한 일치를 보여주는 긴급구호 팀장 한비야, 암 투병 중인 지금도 열심히 희망을 그리는 화가 김점선. ‘일단 시도’하고 ‘물론 최선’을 다하는 여인들을 서진규와 함께 만났다. 그리고 지금의 그녀를 있게 한 전 세계 친구들의 따뜻한 손길을 느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고, 사람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더라”며 무수한 도움을 받았던 그녀가 이제는 도움을 주느라 바쁘다. “희망파도”를 마구 끼얹는 이 사람 앞에서 나는 바닷가 절벽처럼 담담하게 서 있고 싶다. 그런 파도라면 기꺼이 맞아 덕지덕지 붙은 욕심과 게으름을 깎아내고 싶다.

증거가 확실한 희망에 오늘 나는 완전히 설득당했다.

"행복은 그 일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존재한다는 걸 나는 믿는다. 스스로 눈을 감고 외면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볼 수 있고, 언제든 잡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도 나는 확신한다. 오늘도 수많은 행복의 씨가 그 꽃을 틔우길 갈망하며 주인의 손을 기다리고 있계지. 흩어져 있는 크고 작은 행복을 찾아내 씨를 뿌리고 꽃을 피우는 부지런함에 따라 그 수확량이 달라질 터...... 난 좀 더 바빠지기로 결심했다." (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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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ffany & co 2010-07-05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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