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불멸의 기억
이수광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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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심장을 쏜지 10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안중근 의사는 편안하게 잠들지 못한다!
   2009년은 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격살한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덕분에 그의 삶을 주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뮤지컬, 오페라 등으로 만들어지는가 하면 소설가 이문열은 『불멸』이라는 제목으로 조선일보에 연재를 하고 있다. 평소에는 외면하다가도  무슨 기념일만 되면 쏟아지는 관련 서적들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다시 들춰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나라에서 팩션형 역사서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수광 작가 또한 기념도서 출판 대열에 합류했다. 그가 펴낸 『안중근 불멸의 기억』은 기존의 작품과는 다른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기행과 팩션 두 부분으로 나뉜다.
   기행 부분은 2007년 7월 12일 작가는 속초항에서 러시아령 자루비노로 향하는 배를 타고 9박10일간의 여정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독립군으로 활동하는 안중근의 행적을 그대로 따라간다. 안중근이 전투를 벌이거나 머문 곳, 백두산, 하얼빈역, 여순감옥 등을 둘러보며 그곳에서의 안중근을 상상한다. 
   팩션 부분은 사형 집행일 전날 안중근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안중근은 부유한 집안의 장손이었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나라를 위해 고향과 가족을 남겨두고 북간도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그는 의병 부대를 이끌며 무장 항일 운동을 벌이지만 실패한다. 더이상 싸움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마침내 히토히로 부미를 저격할 결심을 한다. 그 결심히 실행으로 옮겨지던 날,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저격 후 체포돼 사형을 언도 받게 됐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그런 그의 당당한 모습에 오히려 일본 간수까지 감동하게 된다. 이 부분은 안중근이 옥중에 쓴 『안응칠 역사』를 재구성한 것이다.

   "처음에 저는 선생님이 이토 각하를 살해한 악질 조선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일본의 영웅을 살해한 원수라고 생각하여 제 손으로 복수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몇 달 동안 선생님과 함께 생활하면서 선생님이 진정한 동양 평화를 위해서 일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선생님은 사상가시고 평화주의자십니다.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p103)


왜 하필 안중근 의사인가?

   특정 시기에 역사 속 인물이 집중 조명되는 것은 물론 기념 사업으로 인한 것도 있겠지만, 그 인물이 특정 시대가 요구하는 것에 부응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안중근 열풍은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지금의 가진 자들은 자신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일반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의 부를 축적하고도 또다른 권력을 욕심내고 자기네들끼리 그것을 누리려고 한다. 겉으로는 무엇을 내놓고 어떻게 하겠노라고 그럴싸한 말들을 쏟아낸다. 그러나 그들의 속마음은 전혀 다른 것이다.
   안중근은 그런 위정자들과는 정반대다. 어쩌면 이렇게 비교하는 것조차 그 분께 누가 될 수도 있으리라. 그는 개인 또는 한 가족의 안위가 아닌 한 나라의 안위를 원했고, 나아가 동양의 평화를 원했다. 또 그것은 말로만 그친 것이 아니다. 그는 열 한명의 동지들과 함께 단지동맹을 했고, 실제로 그것을 행동으로 이끌어 냈다.

   "동지들, 우리는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갖은 고초를 무릅쓰고 의병 투쟁을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소. 그러나 나라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있으니 좀더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오. 소수정예의 힘으로 손가락을 끊어 '대한독립' 네 글자를 혈서로 쓰고, 3년 안에 나라의 원수 이토 히로부미와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을 죽이지 못하면 자결합시다." (p128)

   아쉽게도 안중근은 전세계가 놀랄만한 일을 해냈지만, 우리는 그로부터 36년이 지난 후에야 독립을 얻어 낼 수 있었다. 그 또한 우리 스스로 얻어낸 온전한 독립이 아니니 더욱 아쉽다. 게다가 조국이 광복을 맞이하면 조국 땅에 묻어달라던 그의 유언도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그의 유해를 찾기 위해 발굴 작업을 했으나 유골 수습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사형수나 고문으로 죄수가 죽으면 관대신 길이 1미터 남짓의 침관에 시신을 구겨 넣었다고 한다. 죽어서도 만세를 부를 것이라고 했던 그가 아직까지도 편안하게 잠들지 못할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안중근 불멸의 기억』은 기행과 팩션이 어우러져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 이 책은 사실로 재구성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작가의 목소리가 너무 절제된 느낌이다. 역사가가 아닌 소설가니, 게다가 기행과 팩션이 어우러진 장르니 작가의 목소리가 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09-100. 『안중근 불멸의 기억』 2009/07/26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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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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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아직 99℃, 그러나 함께 일어서면 반드시 100℃로 끓어오를 수 있다! 
   최근 자주 접하게 되는 말이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정당한 대가를 치뤄라는 것이다. 우석훈은 실업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 토익 책을 덮고 짱돌을 들고 광장으로 나가라고 했고(『88만원 세대』), 유시민은 우리가 얻은 민주주의는 우리 스스로가 쟁취한 것이 아니니 대가를 치뤄야 한다고 했으며(『후불제 민주주의』), 한홍구 또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각자 준비하라고 했다. (『특강 :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이미 많은 사람들이 광장으로 몰려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더 독려하고 있다. 이것으로는 부족하단 말인가? (혹 어떤 이들은 음모론을 주장하며 배후를 대라고 할지도 모른다.)

   "물은 100도씨가 되면 끓는다네. 그래서 온도계를 넣어보면 불을 얼마나 더 때야 할지, 언제쯤 끓을지 알 수가 있지. 하지만 사람의 온도는 잴 수가 없어. 지금 몇도인지, 얼마나 더 불을 때야 하는지. 그래서 불을 때다가 지레 겁을 먹기도 하고 원래 안 끓는 거야 하며 포기를 하지. 하지만 사람도 100도씨가 되면 분명히 끓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네."
   "그렇다 해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남지 않습니까? 선생님은 어떻게 수십년을 버텨내셨습니까?
   "나라고 왜 흔들리지 않았겠나. 다만 그럴 때마다 지금이 99도다… 그렇게 믿어야지. 99도에서 그만두면 너무 아깝잖아." (p92~93)

한사람의 열걸음보다 열사람의 한걸음!!
   우리는 그 답을 최규석의 『100℃』에서 찾을 수 있다. 물이 끓으려면 100℃가 돼야 한다. 99℃에서는 절대 끓을 수 없다. 지금 우리가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는 99℃까지 온도가 올랐지만, 아직 1℃가 모자라서 끓을 수가 없단다. 그렇다면 그 1℃를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 함께 아궁이에다가 부채질을 하면 되는 것이다. 이 더운 날 한명이 희생해서 부채질 10번 하면 되지 굳이 모든 사람이 나갈 필요가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혼자서 부채질 10번 하는 것보다 열명이 모여 한번씩 부채질 하는 것이 훨씬 낫다. 왜냐하면 혼자서 부채질을 하다보면 처음의 세기와 나중의 세기가 달라질테니까. 
   그는 "한사람의 열걸음보다 열사람의 한걸음!!"을 강조하고 있다. 1987년 6월민주항쟁이 일어났을 때도 그랬다. 학생들이 아무리 화염병을 던지고 시위를 해도 국가는 꿈쩍하지 않았다. 그런데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과 이한열 사망 사건이 터지면서 전국민이 6월 항쟁에 참여했고, 그때서야 노태우 전 대통령이 6ㆍ29 선언을 하며 대통령 직선제로 개헌을 했다.
   지난해 6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수없이 광장에 나갔지만 어느 것하나 우리 뜻대로 해결된 것이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데도 국회에서는 날치기도 모자라 대리투표까지 해가며 언론악법을 통과시켰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는 우리의 뜻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을 막으려면 모두 함께 일어설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정부의 편에 서 있을 것이고, 어떤 이들은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할지도 모른다. 또 어떤 이들은 이렇게해서 과연 바꿀 수 있을까 방관하고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이들은 어느 편에 서야할지 몰라서 방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이들이 우리 현대사와 민주주의를 제대로 알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래도 함께하지 않을까?
   저자 최규석은 1977년생이다. 그는 1987년 6월민주항쟁 당시 겨우 초등학생이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와 나는 역사의 현장에 있지도 않았고, 현대사 교육을 제대로 받은 것도 아니다. 지금은 국사 교과서에서 현대사 비중이 높아졌지만, 우리 때는 비중도 얼마되지 않았고 그나마 대충 훑어보고 지나가는 정도였다. 그러니 모를 수 밖에. 우리 역사는 분명 말해주고 있다. 모두 함께한다면 우리의 뜻을 전할 수 있다고 말이다.
   저자는 6월민주항쟁을 통해 민주주의를 보여주고 있다. 원래 이 책은 중고생들의 현대사 수업 보충교재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고 한다. 그래서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이 많다. 그러나 현대사는 학생뿐만이 아니라 우리들도 함께 꾸준히 알아나가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도 역사는 흘러가고 있으니까. 그러니 이 책을 비롯해 다른 현대사 관련 책들도 함께 읽어보길 바란다.

09-99. 『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2009/07/21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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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돌의 도시 - 생각이 금지된 구역
마누엘 F. 라모스 지음, 변선희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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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스페인 국가 대표 자격이 없소. 2군 가서 더 뛰고 오시오!
   생각이 금지된 구역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무엇이 금지된 곳이라고 하면 일단 주제 사라마구가 떠오른다. 정말 없어졌으면 하고 바랐던 '죽음'이 사라지자 도시는 이내 혼란에 빠졌고 죽지 못해 고통 받던 사람은 차라리 죽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조차 사라지면 이 모양인데, 생각이 금지되면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문득 조지 오웰의 『1984』가 떠오른다. 빅 브라더가 완벽하게 사람들의 감정을 통제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지 않는가.  

   『둥근 돌의 도시』의 시간적 배경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먼 미래인 49세기. 전 우주는 하나로 통합됐고, 세계의 대통령이 전 우주를 통치한다. 주인공 카르멜로 프리사스는 내리막길만 보이면 미친듯이 달린다. 나도 자전거를 타다가 내리막길만 보이면 바람의 속도로 달려 내려간다. 그래서 그의 기분을 알 것 같다. 덕분에 그는 여러 번 병원신세를 진 적도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그날도 그는 내리막길을 달려 내려갔다. 그런데 어떤 남자가 핸드백을 들고 그를 앞서나가기 시작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상황에서 승부 근성을 느끼리라. 그는 자신보다 앞서가는 그 남자의 핸드백을 잡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 차에 부딪혀서 쓰러진다.
   그가 눈을 뜬 곳은 병원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영웅이라 부른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주인공보다 앞서갔던 그 남자는 세계의 대통령 핸드백을 훔쳐서 달아나고 있던 중이었다. 그때 주인공 때문에 함께 차에 치이고 만 것이다. 이쯤되면 뉴스에도 나올 수 있고, 어쨌든 도둑을 잡았기 때문에 영웅이라 해도 된다. 하지만 도가 지나치다. 멀티 기능이 탑재된 버추얼 비전에서 연일 그의 영웅적인 일을 보도하며 우상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그의 연인이 되길 원했고, 그것은 세계의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러던 중 또 하나의 사건이 터진다. 대통령의 비서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장관 한 명은 돌에 맞아서 살해당하고, 영웅의 행적은 묘연하다. 형사 아부 아산은 영웅이 이 사건의 범인이라 지목하고 그를 찾아나선다.
   『둥근 돌의 도시』는 많은 소설들을 연상시킨다. 앞서 언급했듯이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들도 떠오르지만, 조지 오웰의 『1984』와는 유사한 점이 많다. 당시 조지 오웰이 이 작품을 썼을 때 1984년은 미래였고, 빅 브라더는 "텔레스크린"을 이용해 사람들을 통제하고 세뇌시킨다. 행동뿐만이 아니라 감정까지. "둥근 돌의 도시" 또한 마찬가지다. 이곳은 생각뿐만 금지된 것이 아니라 책도 없고 음악도 들을 수 없다. 또 작가의 독특한 글쓰기 방식을 보면, 보르헤스가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미안할뿐이다. 이 허접한 작가를 세계의 대작가들과 비교해서 말이다. 
   마누엘 F. 라모스는 나름 여러 시도들을 하고 있다. 혹시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같기도>라는 프로그램을 아는가? "~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가 시도하고 있는 것들이 바로 그 <같기도> 같다.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전혀 SF 같지 않고, 생각이 금지된 곳이지만 그것이 결여된 사회를 제대로 그려내지도 못하고, 블랙 유머를 통해 사회를 비웃고 있지만 그 유머는 전혀 통하지 않고, 독특한 문체를 구사하고 있지만 읽히는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야기에 몰입되기는 커녕 도리어 산만할 뿐이다.
   게다가 나를 언짢게 한 부분도 있다. 앞부분에 이런 대화가 등장한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도 할 수 있지요. 한국인들도 이런 말을 했어요."
"중국인들이에요." / "일본인들이에요."
"누가 말했든 상관없소. 중요한 건 위기가 곧 기회라는 거지요."
"그렇다면 이제부턴 따근한 개고기를 먹고, 야구를 하고, 월드컵 경기에서 이기고, 옥상에서 직원에게 총을 쏘겠네요?"
"당신 참 무식하기도 하군. 체노아, 그런 걸 발전이라고 합니다." (p10)

   이건 분명 한국을 비꼬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인을 중국인 혹은 일본인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따근한 개고기로 몸보신해서 월드컵에서도 이길 수 있었다는 말이 아닌가. 그리고 결국은 그런 행동이 무식하다고 비꼬고 있다. 애초에 작가 자신부터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이러니 재밌게 봐 줄 수가 없는거지. 작가는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몸풀기 경기가 아니다. 월드컵으로 따지자면 본선 경기인 것이다. 본선 경기에서 실력을 테스트하면 안되지. 이런 작가도 스페인 대표선수라고, 더 갈고 닦은 다음 오시오!

09-98. 『둥근 돌의 도시』 2009/07/21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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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여행 - 만화가 이우일의 추억을 담은 여행책
이우일 글 그림 / 시공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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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하고 소심한 만화가 이우일이 들려주는 좋은 여행이란!
   소설가 김영하는 『김영하ㆍ이우일의 영화이야기』에서 만화가 이우일을 "예민하고 소심한 만화가"라고 말한다. 영화 잡지에 칼럼을 쓰는 김영하는 그와 함께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녀올 일이 있었단다. 그런데 대뜸 이렇게 물었단다. "형,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처음 여행을 제안한 사람이 그였기 때문에 걱정이 앞섰던가보다. 그러니 김영하에게 소심하다는 말을 들을 수 밖에. 그러나 그의 패션은 절대 소심한 사람의 취향은 아니다. 그는 큰 키에 뿔이 난 두건을 쓰고 다닌다. 또 걸어 다닐 때는 신고 다니는 휠리스를 이용해 귀신처럼 스르륵 이동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그에게는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더 있다.

   "그는 화산 이씨다. 화산 이씨의 시조는 베트남의 왕족이었는데 반란이 일어나 나라를 잃었다. 멸망한 왕조는 배를 타고 흘러흘러 고려까지 왔다. 중국에선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개성 근처에 자리를 잡은 그들에게 고려의 왕은 화산 이씨라는 성을 하사했다." (『김영하ㆍ이우일의 영화이야기』, p202)


   공식적인 그의 직업은 만화가다. 하지만 삽화도 그리고,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 또 여행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의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온통 궁금증만 유발한다. 도대체 그는 어떤 인간일까? (인간 대신 족속을 집어 넣어도 무방하나 사람이나 인물로 바꿔서는 안된다.) 얼마전 그의 여행담이 담긴 『좋은 여행』이 출간됐다. 그럼, 이제부터는 그에게서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그는 이미 두 편의 여행책을 펴냈다. 한 편은 사랑하는 아내 선현경과 함께 떠난 10개월 간의 신혼여행을 담은 것이고, 또 한 편은 만화가 현태준과 함께 한 도쿄 여행기다. 그는 현태준과 함께 한 여행 마지막 날 다투게 됐고, 그로부터 3년동안 만나지 않았단다. 김영하가 사람 보는 눈은 있다. 역시 그는 예민하고 소심했던 것이다. 어쨌든, 그는 이번 책을 통해 그동안의 여행을 모두 담아냈다. 아내와 단 둘이 떠난 여행도, 예쁜 딸과 함께 한 가족 여행도, 여행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떠난 여행도, 결국 다투고 돌아온 현태준과의 여행도, 그리고 혼자서 떠난 여행도 담겨 있다. 그러니 "만화가 이우일의 추억을 담은 여행책"이라는 작은 제목이 딱이다. 이 많은 여행 가운데 그가 말하는 "좋은 여행"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현실과 꿈. 그것이 만나는 곳에 여행이 있다. 여행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뭔가 값진 것을 손에 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자신에게 구체적인 무언가를 준다고 해서 그 여행이 좋은 것은 아니다. 잠시 삶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것, 아니면 그저 삶의 달리기를 멈추고 한 숨을 돌릴 수 있다는 것으로 여행의 가치는 충분하다." (p275)


   『좋은 여행』 속 이우일은 김영하가 말하는 것처럼 이상하지 않다. 비록 휴대전화는 없지만, 한 집안의 가장이 짊어져야 할 책임 때문에 싫어도 집 전화는 받는다. 그래야 예쁜 딸의 우유값이라도 벌 수 있다. 또, 면허를 딴지 20년이나 됐지만 그는 운전을 하지 못한다. 여행 때마다 운전을 해야하는 아내를 위해 조수의 임무를 다하고, 가끔씩 여행지에서 비정상적인 차, 즉 전기자동차나 스쿠터에 아내와 딸을 태우고 달리기도 한다. 그는 가족을 사랑하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남편이자 아빠이다.

   책을 읽기 전에 그가 그린 만화를 본 적은 없다. 『김영하ㆍ이우일의 영화이야기』에서 맛본 것이 전부다. 그런데 그림이 달라졌다. 『김영하ㆍ이우일의 영화이야기』에서는 웹툰의 전형을 보여줬다면,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마치 수채화같다. 여행책이지만 사진은 없다. 대신 장면들을 스케치한 멋진 그림들이 있다. 과연 그림들이 사진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있으리라. 물론이다. 그림이라서 오히려 판에 박힌 여행 사진보다 더 기억에 남고 느낌이 살아있다. 그렇다고 사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끝부분에 몇 장의 사진이 실려있다. 그림뿐만 아니라 그의 사진 실력도 감상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그의 그림 실력은 물론이고 글, 사진까지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인 거이다.

09-97. 『좋은 여행 : 만화가 이우일의 추억을 담은 여행책』 2009/07/21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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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마음산책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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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알려진 소설가와 조금 알려진 만화가의 만남!
   영화 속 주인공들을 통해 트라우마를 설명한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을 읽었다. 나름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내게는 꽤 유익하고 재밌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심리학'을 싫어한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을 정해진 틀에 집어 넣고 분석하는 것이 싫다. 감히 그것을 심리학이라는 잣대로 분석하려는 사람들도 오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거의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번씩 극장을 찾는다. 난 어린 소녀(!), 그러니 고전 영화를 못 본 것은 당연한 것이고 최신 영화도 못 봤다. 영화 이야기만 가득한 책 또한 싫다. 내가 못 봐서, 공감할 수 없으니까. 즉,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은 내가 싫어하는 두 분야를 합쳐 놓은 것이지만 그 싫음이 배가 되지는 않았다. 두 가지를 적당하게 잘 섞어 놓아서 오히려 반감이 된 경우다.
   이렇게 재미를 보고 나니 이와 같은 책이 또 읽고 싶어졌다.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영화를 보지 않아도 읽을 수 읽는 책 말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을 통해 트라읽고나니 또다른 영화 이야기가 읽고 싶어졌다. 예전에 한국 작가 작품들을 열심히 탐독하다가 아직까지 김영하의 작품은 한권도 읽지 못했다는 생각에 왕창 사둔 책들이 있다. 그 가운데를 『김영하ㆍ이우일의 영화이야기』가 차지하고 있었다. 나에겐 스스로 정한 금기사항이 하나 있다. 한 소설가의 작품을 읽을 때는 반드시 소설부터 읽어보기. 한 소설가의 에세이를 읽고 크게 실망한 적이 있었는데, 그녀의 소설을 읽고 마음이 풀렸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려면 그 금기를 깨야만 한다. 아직 그의 소설을 손도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기는 원래 깨라고 있는 법이다.

영화이야기, 이렇게 편안하게 풀어 놓을 수도 있다!
   『김영하ㆍ이우일의 영화이야기』는 『굴비낚시』에 이은 그의 두번째 영화 에세이다. 유명 영화 잡지에서도 칼럼을 썼다고 하던데, 영화를 꽤 좋아하는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 왠걸! 그는 나처럼 연중행사로 영화를 보는 사람이었다. 또 "영화를 미치도록 좋아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은 "제가 영화잡지에 매달 글을 쓰기는 하나, 그리고 그걸로 책을 묶어낸 바 있기는 하나, 또 가끔 소설에 영화 얘기를 갖다 쓰기는 하나, 기실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답니다."라고 말한단다.(p.85)
   아마 눈치 빠른 사람은 이 대목에서 이미 알아챘으리라. 그렇다. 이 책은 드러내놓고 "영화이야기"라고 외치고 있지만, 영화의 서사가 어떠니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어떤 기법이 사용됐는지와 같은 이야기는 전혀 없다. 그저 두루뭉수리하게 이것 저것 말한 다음, 마지막에 사실은 이 영화를 이야기하고 있었다고 밝힌다. 아마 그런 코멘트가 없었다면 나같은 사람드은 그가 어떤 영화를 이야기하는지 절대 몰랐을 것이다. 한마디로, 편안한 책이다. "영화이야기"를 읽으면서 머리 싸매지 않아도 되고, 틀에 박힌 글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칼럼을 쓰고나서 그는 무사할 수 있었을까. 예전에 블로그에 개인적인 영화 평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난리가 났다. 내 의견에 찬성이니, 반대니 하면서 블로그에서 대판 싸움이 벌어졌고 거의 사이버테러 수준의 악플을 받았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블로그에 올린 글도 이렇게 난리인데, 영화 잡지는 오죽했을까. 그는 서문에서 고백하고 있다. 그 영화 잡지에서 잘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아참, 서문에는 그가 두 영화 잡지의 연재를 마치며 쓴 마지막 인사가 두 편 실려 있다. 첫 편은 그냥 읽어도 된다. 두번째 편은 그도 그냥 건너뛰어도 된다고 했으니 건너뛰는게 좋다. 솔직히 지루하다.
   게다가 매 이야기마다 이우일의 만화가 그려져 있다. 그의 만화는 더 골 때린다. 나도 소녀 이미지에 맞게 바르고 고운 표현을 하고 싶지만, 정말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만화라고 하면 어릴적 읽은 순정만화와 『노다메 칸타빌레』가 전부인 내게는, 과히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김영하와 이우일이 부산국제영화제에 간 이야기가 잠깐 나오는데, 거기서 김영하가 묘사한 이우일은 좀 더 연구 해고픈 인물이다. 800년전 베트남 보트피플의 후예인 그는 큰 키에 희한한 두건을 쓰고 있고 휠리스를 타고 다닌다. 궁금한 나머지 다음 책은 이우일의 『좋은 여행』을 읽어볼까 한다.
   아무튼 약간 알려진 소설가와 조금 알려진 만화가가 만나 진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마치 친구들과 주고받는 수다와 같은 "영화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영화의 세계에선 아마추어인 그들과 잠시 외도를 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나이가 들면 들수록 동갑내기 안에서 친구를 발견할 가능성은 점점 적어진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좋고 싫음, 호오가 분명해진다는 것이고 (다시 말해 성질이 더러워진다는 것이고, 좋게 말하면 취향이 분명해진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점점 더 넓은 범위 안에서 '친구'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언어와 문화가 그것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우회로를 택할 수밖에 없다. 형이라 부르면서, 혹은 동생이라 부르면서도 사실은 서로를 친구라고 여기는 관계. (p.142~143)


09-96. 『김영하ㆍ이우일의 영화이야기』 2009/07/19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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