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불멸의 기억
이수광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일본의 심장을 쏜지 10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안중근 의사는 편안하게 잠들지 못한다!
   2009년은 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격살한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덕분에 그의 삶을 주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뮤지컬, 오페라 등으로 만들어지는가 하면 소설가 이문열은 『불멸』이라는 제목으로 조선일보에 연재를 하고 있다. 평소에는 외면하다가도  무슨 기념일만 되면 쏟아지는 관련 서적들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다시 들춰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나라에서 팩션형 역사서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수광 작가 또한 기념도서 출판 대열에 합류했다. 그가 펴낸 『안중근 불멸의 기억』은 기존의 작품과는 다른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기행과 팩션 두 부분으로 나뉜다.
   기행 부분은 2007년 7월 12일 작가는 속초항에서 러시아령 자루비노로 향하는 배를 타고 9박10일간의 여정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독립군으로 활동하는 안중근의 행적을 그대로 따라간다. 안중근이 전투를 벌이거나 머문 곳, 백두산, 하얼빈역, 여순감옥 등을 둘러보며 그곳에서의 안중근을 상상한다. 
   팩션 부분은 사형 집행일 전날 안중근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안중근은 부유한 집안의 장손이었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나라를 위해 고향과 가족을 남겨두고 북간도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그는 의병 부대를 이끌며 무장 항일 운동을 벌이지만 실패한다. 더이상 싸움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마침내 히토히로 부미를 저격할 결심을 한다. 그 결심히 실행으로 옮겨지던 날,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저격 후 체포돼 사형을 언도 받게 됐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그런 그의 당당한 모습에 오히려 일본 간수까지 감동하게 된다. 이 부분은 안중근이 옥중에 쓴 『안응칠 역사』를 재구성한 것이다.

   "처음에 저는 선생님이 이토 각하를 살해한 악질 조선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일본의 영웅을 살해한 원수라고 생각하여 제 손으로 복수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몇 달 동안 선생님과 함께 생활하면서 선생님이 진정한 동양 평화를 위해서 일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선생님은 사상가시고 평화주의자십니다.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p103)


왜 하필 안중근 의사인가?

   특정 시기에 역사 속 인물이 집중 조명되는 것은 물론 기념 사업으로 인한 것도 있겠지만, 그 인물이 특정 시대가 요구하는 것에 부응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안중근 열풍은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지금의 가진 자들은 자신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일반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의 부를 축적하고도 또다른 권력을 욕심내고 자기네들끼리 그것을 누리려고 한다. 겉으로는 무엇을 내놓고 어떻게 하겠노라고 그럴싸한 말들을 쏟아낸다. 그러나 그들의 속마음은 전혀 다른 것이다.
   안중근은 그런 위정자들과는 정반대다. 어쩌면 이렇게 비교하는 것조차 그 분께 누가 될 수도 있으리라. 그는 개인 또는 한 가족의 안위가 아닌 한 나라의 안위를 원했고, 나아가 동양의 평화를 원했다. 또 그것은 말로만 그친 것이 아니다. 그는 열 한명의 동지들과 함께 단지동맹을 했고, 실제로 그것을 행동으로 이끌어 냈다.

   "동지들, 우리는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갖은 고초를 무릅쓰고 의병 투쟁을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소. 그러나 나라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있으니 좀더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오. 소수정예의 힘으로 손가락을 끊어 '대한독립' 네 글자를 혈서로 쓰고, 3년 안에 나라의 원수 이토 히로부미와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을 죽이지 못하면 자결합시다." (p128)

   아쉽게도 안중근은 전세계가 놀랄만한 일을 해냈지만, 우리는 그로부터 36년이 지난 후에야 독립을 얻어 낼 수 있었다. 그 또한 우리 스스로 얻어낸 온전한 독립이 아니니 더욱 아쉽다. 게다가 조국이 광복을 맞이하면 조국 땅에 묻어달라던 그의 유언도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그의 유해를 찾기 위해 발굴 작업을 했으나 유골 수습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사형수나 고문으로 죄수가 죽으면 관대신 길이 1미터 남짓의 침관에 시신을 구겨 넣었다고 한다. 죽어서도 만세를 부를 것이라고 했던 그가 아직까지도 편안하게 잠들지 못할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안중근 불멸의 기억』은 기행과 팩션이 어우러져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 이 책은 사실로 재구성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작가의 목소리가 너무 절제된 느낌이다. 역사가가 아닌 소설가니, 게다가 기행과 팩션이 어우러진 장르니 작가의 목소리가 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09-100. 『안중근 불멸의 기억』 2009/07/26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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