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여행 - 만화가 이우일의 추억을 담은 여행책
이우일 글 그림 / 시공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예민하고 소심한 만화가 이우일이 들려주는 좋은 여행이란!
   소설가 김영하는 『김영하ㆍ이우일의 영화이야기』에서 만화가 이우일을 "예민하고 소심한 만화가"라고 말한다. 영화 잡지에 칼럼을 쓰는 김영하는 그와 함께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녀올 일이 있었단다. 그런데 대뜸 이렇게 물었단다. "형,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처음 여행을 제안한 사람이 그였기 때문에 걱정이 앞섰던가보다. 그러니 김영하에게 소심하다는 말을 들을 수 밖에. 그러나 그의 패션은 절대 소심한 사람의 취향은 아니다. 그는 큰 키에 뿔이 난 두건을 쓰고 다닌다. 또 걸어 다닐 때는 신고 다니는 휠리스를 이용해 귀신처럼 스르륵 이동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그에게는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더 있다.

   "그는 화산 이씨다. 화산 이씨의 시조는 베트남의 왕족이었는데 반란이 일어나 나라를 잃었다. 멸망한 왕조는 배를 타고 흘러흘러 고려까지 왔다. 중국에선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개성 근처에 자리를 잡은 그들에게 고려의 왕은 화산 이씨라는 성을 하사했다." (『김영하ㆍ이우일의 영화이야기』, p202)


   공식적인 그의 직업은 만화가다. 하지만 삽화도 그리고,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 또 여행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의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온통 궁금증만 유발한다. 도대체 그는 어떤 인간일까? (인간 대신 족속을 집어 넣어도 무방하나 사람이나 인물로 바꿔서는 안된다.) 얼마전 그의 여행담이 담긴 『좋은 여행』이 출간됐다. 그럼, 이제부터는 그에게서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그는 이미 두 편의 여행책을 펴냈다. 한 편은 사랑하는 아내 선현경과 함께 떠난 10개월 간의 신혼여행을 담은 것이고, 또 한 편은 만화가 현태준과 함께 한 도쿄 여행기다. 그는 현태준과 함께 한 여행 마지막 날 다투게 됐고, 그로부터 3년동안 만나지 않았단다. 김영하가 사람 보는 눈은 있다. 역시 그는 예민하고 소심했던 것이다. 어쨌든, 그는 이번 책을 통해 그동안의 여행을 모두 담아냈다. 아내와 단 둘이 떠난 여행도, 예쁜 딸과 함께 한 가족 여행도, 여행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떠난 여행도, 결국 다투고 돌아온 현태준과의 여행도, 그리고 혼자서 떠난 여행도 담겨 있다. 그러니 "만화가 이우일의 추억을 담은 여행책"이라는 작은 제목이 딱이다. 이 많은 여행 가운데 그가 말하는 "좋은 여행"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현실과 꿈. 그것이 만나는 곳에 여행이 있다. 여행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뭔가 값진 것을 손에 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자신에게 구체적인 무언가를 준다고 해서 그 여행이 좋은 것은 아니다. 잠시 삶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것, 아니면 그저 삶의 달리기를 멈추고 한 숨을 돌릴 수 있다는 것으로 여행의 가치는 충분하다." (p275)


   『좋은 여행』 속 이우일은 김영하가 말하는 것처럼 이상하지 않다. 비록 휴대전화는 없지만, 한 집안의 가장이 짊어져야 할 책임 때문에 싫어도 집 전화는 받는다. 그래야 예쁜 딸의 우유값이라도 벌 수 있다. 또, 면허를 딴지 20년이나 됐지만 그는 운전을 하지 못한다. 여행 때마다 운전을 해야하는 아내를 위해 조수의 임무를 다하고, 가끔씩 여행지에서 비정상적인 차, 즉 전기자동차나 스쿠터에 아내와 딸을 태우고 달리기도 한다. 그는 가족을 사랑하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남편이자 아빠이다.

   책을 읽기 전에 그가 그린 만화를 본 적은 없다. 『김영하ㆍ이우일의 영화이야기』에서 맛본 것이 전부다. 그런데 그림이 달라졌다. 『김영하ㆍ이우일의 영화이야기』에서는 웹툰의 전형을 보여줬다면,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마치 수채화같다. 여행책이지만 사진은 없다. 대신 장면들을 스케치한 멋진 그림들이 있다. 과연 그림들이 사진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있으리라. 물론이다. 그림이라서 오히려 판에 박힌 여행 사진보다 더 기억에 남고 느낌이 살아있다. 그렇다고 사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끝부분에 몇 장의 사진이 실려있다. 그림뿐만 아니라 그의 사진 실력도 감상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그의 그림 실력은 물론이고 글, 사진까지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인 거이다.

09-97. 『좋은 여행 : 만화가 이우일의 추억을 담은 여행책』 2009/07/21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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