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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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되지 않은 이별, 애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첫 이별은 담담했지만, 여러 번의 이별이 거듭될수록 가슴이 먹먹해져서 눈물을 참느라 눈알이 아플 정도였다.
빨리 읽히는게 너무 아쉬웠던 책. 2016년, 왜 소설가들이 뽑은 최고의 소설이었는지 읽고나니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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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나도 어쩔 수가 없어! 2018년 9월에 읽은 책들


 

아, 가을이 되면 나는 어쩔 수가 없다.
방구석이든 카페든 도무지 느긋하게 붙어 있을 수가 없다.
유난히 짧은 이 계절을 만끽하기 위해, 마음이 조급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서점들은 독서의 계절이라 부르짖지만, 어찌 이 계절에 가만히 책만 읽을 수 있을까.

그래도, 9월에 읽은 책이 4권 밖에 되지 않다니.
꽤 여러 권의 책들을 읽었는데, 9월이 끝나도록 마무리하지 못한 책들이 몇 권 있고, 『나의문화유산답사기』처럼 발췌독을 한 책도 있었다.

   

  

 

 


진도가 잘 안나가는 책들을 연이어 읽고 있던 즈음에 분위기 전환 겸 펼쳐든 책이었다.
제목을 보면 대충 어떤 장르의 책인지 짐작할 수 있듯이, 460여 페이지가 그냥 후루룩 넘어갔던 책이다.
다음날 출근해야 된다는 부담감마저 이겨버릴 정도로 궁금증과 긴장감이 컸던 책.

 


책장에 리처드 도킨스의 저작들이 여러 권 꽂혀 있는데, 우리 독서모임인 <책중독자> 때문에 새롭게 사서 읽은 책.
진화론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의 이론들을 일목요연하게 반박하며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론을 공고히 다져주는 책.
이 책을 시작으로 리처드 도킨스의 나머지 저작들도 모두 읽어보려 했지만 실패.
진화론은 이미 지나간 세기의 이론이라 그런지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지식인이니까, 진화론쯤이야 기본이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뒷표지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처음부터 다시 읽게 될거라고.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이 수기를 쓰고 있는 '나'의 이념의 세계, 혹은 의식의 흐름이 먼저 나오고 '나'가 왜 이런 수기를 쓰게 됐는지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가 뒤에 나와서, 다 읽고나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게된다. 그러면 '나'의 세계가 더 잘 보인다.
톨스토이의 대작들을 읽을 때는 톨스토이가 좋았는데, 이 작품을 읽고나니 도스토예프스키가 더 좋아졌다.
아무래도 (중산층도 못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귀족 출신이었던 톨스토이보다 가난한 인간의 고뇌가 느껴지는 도스토예프스키가 더 가까울지도.

 

 


추석 연휴 때 3권 모두 읽는 것이 목표였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다.

사실 2권도 몇 장만 더 읽으면 되지만, 이왕 못 읽게 되었으니 10월에 다시 읽자며 던져뒀다.

1권은 이제 막 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설렘과 연암의 날카로운 시선, 재미있는 이야기(교과서에서 배웠던 <호질>)가 나와서 꽤 재미있는 편이다.
10월에는 꼭 완독을 목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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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10-01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날 좋을 때 뭔 놈의 책입니까 기래 -

책은 나중에 닐거도 되지요.

그리고 굳이 억지로 권수 맞추려고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가는 대로 오는
대로 닐는 게 최고지요.

살다 보니 타이밍이란 게 있더라구요.
뭐 그래도 10월에도 빠이팅팅팅!!!

뒷북소녀 2018-10-02 09:1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넵! 시월에도 사실... 열심히 돌아다닐 계획 밖에 없지만,
읽고 싶은 책들도 너무 많아서요. 둘 다 열심히 해보려구요.
레삭매냐님도 홧팅입니다.^^

목나무 2018-10-01 2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록 종수는 적지만 알차고 좋은 책들만 읽었구먼 ^^
가을은 짧으니 잠시 독서 미루고 이곳저곳 많이 다니길~~ 🤗

뒷북소녀 2018-10-02 09:20   좋아요 1 | URL
고마워요. 설해목님~^^
시월에는 기필코... <열하일기>를 완독하겠다는 의지.
시월에는 또 어떤 책들을 추천해 주실지... 기대하겠습니다.
 

영화 《명당》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불타는 가야사와 남연군 묘


 


   영화 《명당》은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고찰 가야사를 불 태우고 그 자리에 아버지 남연군 묘를 이장한 흥선대원군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유홍준 교수가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 '불타는 가야사와 꽃피는 개심사'에도 등장합니다.


   고종 5년(1866년), 두 번씩이나 통상 요구를 했지만 거절 당한 오페르트는 흥선대원군을 자극하기 위해 충남 가야산에 있는 남연군 묘를 파헤칩니다. 이 묘가 어떤 묘인데, 감히 파헤쳤을까요?

   이하응에게는 여러 한량이 모여들었는데 어느날 정만인이라는 지관이 찾아와 말하기를 충청도 덕산땅에 "만대에 걸쳐 영화를 누리는 자리(萬代榮華之地)"가 있고 또 가야산 동쪽 덕산에 "2대에 걸쳐 황제가 나올 자리(二代天子之地)"가 있으니 둘 중 한 곳에 선친의 묘를 쓰라는 것이었다. 흥선군은 만대의 영화보다 2대에 그칠지언정 천자를 낳는다는 자리를 택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권)』, 143쪽

   안동 김씨의 눈을 피해 한량처럼 지내던 이하응에게 지관 정만인이 이렇게 제안을 합니다. 당연히 이하응의 선택은 그것이 2대에 그치더라도 황제의 아비가 되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이 명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장동 김씨 일가와 흥선 사이에 피 터지는 싸움이 벌어지지만, 실제로는 정지관이 제발로 찾아가 알려준 것입니다. 지나간 역사에 가정이란 있을 수 없지만, 만약 이하응이 2대천자지지가 아닌 만대영화지지를 선택했더라면 조선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명당의 조건에 해당하는 요소들이 거의 모범답안처럼 펼쳐져 조산(祖山)ㆍ주산(主山)ㆍ안산(案山), 좌청룡ㆍ우백호가 이처럼 뚜렷하게 드러나는 곳을 보기 쉽지 않다. 얼핏 보기에 좌청룡 쪽 산세가 너무 험악하다는 인상을 주는데, 그 때문에 계곡 아래쪽에는 석조보살상을 세워 그 기세를 누그러뜨렸다고 한다. 오직 흠이 있다면 주산에서 명당으로 흐르는 지맥이 생각보다 짧다. 그래서 정만인은 만대(萬代)가 아닌 2대(二代)의 천자가 나온다고 예언했나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권)』, 147쪽

   이하응은 가야사를 불 태우고, 가야사 금탑이 있던 자리를 남연군 묘자리로 잡습니다. 후에 진짜로 아들이 왕에 즉위하자 고마운 마음 탓인지, 미안한 마음 탓인지 남연군 묘 맞은편 산 기슭에 절을 짓고 '보덕사'라는 이름을 내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절 또한 한국전쟁 때 불타버려 지금은 새롭게 지은 절만 남아 있습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안동 김씨가 아닌 장동 김씨가 계속 언급되는데 당시 안동 김씨들이 장동(지금의 청운동)에 살아서 그렇게 불렀다고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영화감독 보다는 유홍준 교수님이 좀 더 친절합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한번에 쭉 읽는 책이 아니라 이렇게 생각날 때마다 꺼내어 펼쳐보는게 좀 더 흥미롭고 유익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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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9-27 2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느 팟캐에서 들어 보니 <명당>이 <관상>
을 따라 하려다가 망작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남연군묘는 정말 천하 명당이라는 생각합니다.
풍수에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곳에 오르면 알
수가 있답니다.

개심사는 소박하니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전에 유홍준 교수님이 진행하시는 당일치
기 부여답사에 따라 나선 적이 있었는데 정말
좋았던 기억입니다.


뒷북소녀 2018-09-28 09:27   좋아요 0 | URL
이 덧글 보고 찾아보니 <명당>이랑 <관상> 비교에서 쓴 글이 있더라구요.
보니까, 정말 <관상>과 똑같은 법칙으로 만들었던데,
이번 추석 대작 세 편 모두 봤지만, 저는 <명당>이 가장 별로였어요.
왜 박스오피스 예매순위가 2위인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예전에 다녀온 곳들이 많은데, 책을 읽고 갔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아서, 기회되는대로 다시 다녀올려구요.^^
 

 

 

<책중독자>는 책을 좋아하는 분이시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책모임 입니다.
모임은 딱딱한 토론보다는 자유롭게 대화하듯이 진행됩니다.


장소 : 반월당 중앙파출소 부근 갤러리카페
정확한 장소는 모임 당일 개별 문자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회비 : 1차(각자 음료값) + 2차/∞ (자유참석)
음료값은 4~5천원 선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신청방법 : 비밀덧글로 [성함/연락처/참석날짜]만 남겨주시면 신청 끝!
덧글만 남겨주시면 신청이 완료되지만,
인원체크가 필요하니 변동사항 생기시는 분들은
반드시 다시 덧글 남겨주세요.
모임 전날이나 당일날 남겨주신 연락처로
자세한 장소와 안내 문자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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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9-19 1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랄까 간첩들 접선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나저나 한 달에 두 번, 대단하십니다.

뒷북소녀 2018-09-19 15:3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모임 장소는...
<쇼코의 미소> 378쪽에 셋째줄 두번째 단어입니다.

카알벨루치 2018-11-03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시네요! 여기 대구분 많다!!!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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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Every Fear, 여성이 느낄 수 있는 온갖 '공포'와 '폭력'!
   히치콕 감독은 영화에서 극적인 전개를 위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의문에 빠트리는 장치를 미리 보여줘 관객이 스스로 추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종종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관객이 줄거리를 따라잡지 못하게 하는 히치콕식의 속임수 장치'맥거핀(Macguffin)'이라 하는데 사건, 상황, 인물, 소품 등이 모두 맥거핀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전작인 『죽여 마땅한 사람들』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피터 스완슨이 이번에는 히치콕 스타일의 서스펜스를 표방하는 소설을 선보였습니다. (사실 히치콕 스타일이 뭔지 몰라서 글로 배웠습니다. 영화를 찾아서 볼 시간은 없었구요.)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는데, 304호 여자가 먼저 등장합니다. 데이트폭력으로 악몽에 시달리며 외출 조차 맘 놓고 할 수 없었던 케이트는 6개월 동안 얼굴도 모르는 육촌(원서 표현이 궁금한 단어입니다)과 집을 바꿔서 생활해 보기로 합니다. 런던에서 보스턴으로 날아온 첫 날, 303호 여자가 죽었고 육촌의 집은 바로 304호입니다. ㄷ자 구조의 아파트라 303호 건너편에 있는 312호에서는 303호가 보인다고 합니다. 312호 남자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거의 집착하듯이 303호 여자를 창문으로 지켜봤다고 고백합니다.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는 탓에, 죽은 여자의 전 남자친구라는 수상한 남자가 아파트 근처를 돌아다닙니다. 심지어 육촌의 집에서 304호 열쇠까지 나타납니다. 여러 정황들이 그녀의 육촌이 죽은 여자의 남자친구라고 말하고 있는데, 혹시 케이트는 지금 살인자의 집에 살고 있는 게 아닐까요? 케이트의 남자친구 또한 케이트를 죽이려고 한 적이 있었으니까요.

   이 소설의 특성상 더이상의 줄거리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케이트가 겪고 있는 '공포'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한국어 제목과는 다른 『Her Every Fear』입니다. 케이트는 전 남자친구의 집착과 살해 위협으로 불안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이제 더이상 위협할 수 있는 남자친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케이트의 증상은 나아지지가 않습니다. 원래 앓고 있던 공황 장애는 더 심해졌고, 심지어 머릿 속에는 온통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생각 뿐입니다.

   케이트는 유리 테이블을 싫어했다. 물건을 올려놓을 때마다 유리가 박살나거나 적어도 금이 갈 것만 같았다. 그녀는 언제나 곧 다가올 비극적인 순간에 살았다. 따라서 낮은 난간 앞에 서거나, 차들로 붐비는 도로를 건너거나, 수북이 쌓인 접시를 들고 가는 웨이터를 보면 질색했다. 짜증 나고 골치 아픈 공포증이었다. 그러다 5년 전, 조지와의 사건이 터지면서 케이트의 삶은 영원히 바뀌었다. 그녀는 일 년 넘게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아니, 단순히 못 나가는 정도가 아니라 나간다고 상상만 해도 공포와 슬픔으로 몸이 마비되었다. 부모님과 심리치료사가 케이트를 서서히 그 구멍에서 끌어냈고, 삶은 한결 나아졌다. 38쪽

   이렇게 조금 나아진 케이트가 겨우 용기를 내어 한 것이 이번 여행인데, 또다시 공포와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나 또한 약간의 불안 증세가 있지만, 이 소설에는 여성이 느낄 수 있는 온갖 '공포'가 모두 등장합니다. 살인, 데이트 폭력, 관음증에 가스라이팅까지. (물론 우리 여성이 느낄 수 있는 공포는 훨씬 더 많지만요.)
   이 책을 읽으면서 케이트의 '공포'에 얼마나 공감했는지 모릅니다. 우리집이 보스턴에 있는 육촌의 집처럼 여러 개의 방과 창고를 가진, 운동장처럼 넓은 집도 아니며 벽장도 없고 현관 외에는 외부로 통하는 다른 비상구가 없다는 사실에 안도합니다. 하지만 샌더스 같은 고양이가 없다는 사실은 정말 아쉽습니다. 누군가 몰래 숨어들더라도 샌더슨이 있다면 분명 할퀴어 줄테니까요.

   이 소설은 모든 등장인물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듣고 의문이 생겼다면, 또 다른 등장인물이 등장해 해결해 줍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매순간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합니다. 그것은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일종의 '맥거핀'을 심어두었기 때문입니다.

   반은 코빈의 몫, 반은 내 몫, 둘이 공평하게 반반. 380쪽

   이 문장이 얼마나 소름끼치는 문장인지, 이 소설이 얼마나 긴장감이 넘치는지는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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