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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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드라마는 왜 꼭 재미있어야 하나?
   노희경,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그녀의 작품들이 언뜻 떠오르질 않아 프로필을 찾아봤더니 안타깝게도 제대로 본 작품이 한편도 없었다. 그나마 <꽃보다 아름다워>는 몇 번 본 것 같고, 어떤 작품들은 제목조차 낯설다. 그녀의 작품 한 편 제대로 본 것이 없는데, 그녀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작품들은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그녀의 작품뿐만이 아니라 보통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는 작품들은 그저 가볍고 재밌게만 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난 그녀의 작품과는 인연이 없었나보다. 내가 보는 드라마는 일단 가볍고 재밌어야 하기 때문이다. 매일 매일을 얼마나 무겁고 머리 아픈 일에 시달리며 사는가. 잠시 여유가 생겨 보는 드라마마저 머리 아픈 이야기라면 사양하고 싶다.
   드라마는 왜 꼭 재미있어야 하나? 그건 편견이라고 작가 노희경은 말한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은 작가 역시도 가벼운 게 좋다고 말한다. 

나는 요즘 드라마는 반드시 가벼워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가벼운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의 글을 쓸 당시, 가벼움을 깊이 없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가벼움에 반대말은 무거움이요, 깊다의 반대말은 얕다인데, 가벼움의 반대말을 깊다로 착각하고 무거움과 깊다를 동의어로 착각해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p96) 

진짜 유죄라고 생각해? 
  앞서 말한 것처럼 제대로 본 작품이 없어서 그동안 그녀의 드라마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 책만큼은 가볍게 잘 읽힌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드라마 작가이기 때문일까? 그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술술 잘 읽힌다. "이런 건 드라마니까 가능한거야" 드라마를 보며 흔히 내뱉는 말 같은 건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와 별반 다를게 없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어느덧 책장의 마지막을 넘기고 있었다. 그저 친한 언니와 수다를 떠는 느낌이었다. 이야기를 읽는내내 왠지 맞장구를 쳐주고 싶어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왔다. "그래, 그래!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어!"
   사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제목은 나에게 강한 반발심을 안겨줬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나는 분명 죄를 짓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평소 연애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사랑이라는 감정도 소비적인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던 내게 유죄라니. 도대체 작가 자신은 어떤 사랑을 해왔기에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는건지, 과연 이런 발언을 할 자격은 있는지 궁금했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 쓴웃음을 머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이야기가 그렇게 어이가 없었냐고? 절대 아니다. 바로 내 자신에게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강하게 반발했으면서 어느새 그녀의 사랑 이야기에 설득 당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더 이야기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지금 몸 안의 온 감각을
곤두세워야만 한다.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건 아니구나. (p56) 

   과연 그녀의 드라마 속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어쩌면 그녀의 드라마를 손꼽아 기다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2008/12/21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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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놀기 -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강미영 지음, 천혜정 사진 / 비아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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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미디어인 블로그가 왕성해지면서 일약 블로그로 스타가 된 블로거들이 책을 내고 있다. 나 역시 그런 블로거 중 한명이기 때문에 호기심 반 부러움 반으로 그들의 책들을 대하고 있지만 솔직히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아무래도 프로 작가가 쓴 책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책들은 읽을거리보다는 짧은 단상 혹은 예쁜 이미지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혼자놀기』의 저자 강미영도 프로 작가는 아니기 때문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혼자 노는 아이템들이 책 가득 찍혀 있을거라 생각하며 책장을 휙휙 넘기는데, 예상과는 달리 촘촘하게 늘어선 텍스트들의 행렬이 펼쳐졌다. 이 텍스트들을 보면서 떠오른 두 가지 생각은, "꽤 열심히 만든 책이네!"와 "지루하면 어떡하지?"였다. 결론을 살짝 공개하자면, 잠들기전 펼쳐들었던 이 책을 결국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잠들었다는 것!

대부분 혼자놀기, 가끔 함께놀기!
   난 혼자놀기를 즐긴다. 어떤 이들은 어떻게 혼자 놀 수 있냐며 신기해하며 나를 대하는데, 혼자놀기의 편안함을 알게 된다면 모두들 혼자놀기의 매력에 푹 빠지리라. 일단, 혼자놀면 약속을 잡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언제 만날지 시간을 정하면, 어디서 만날지 고민이다. 장소를 정하고나면, 또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할지가 고민이다. 혼자놀면 이런 번거로움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퇴근길에 우연히 발견한 커피숍에서 따뜻한 카푸치노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기면 바로 달려가 볼 수도 있다. 처음에는 낯설고 주위의 시선이 신경 쓰이겠지만, 몇 번 시도해 보면 자신에게 시선을 두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럼 밥은 어떡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혼자놀기 달인의 경지가 바로 혼자 밥을 먹는 것이다. 밥을 먹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구이집이나 한정식 집 같은 곳은 곤란하지만, 샌드위치나 케익 등이 준비돼 있는 커피숍 같은 곳은 이용하면 된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거다. 난 혼자서는 절대 못해,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알고 보면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고 있을 것이다. 혼자 살고 있다면 집에서 하는 모든 일들이, 카풀을 하거나 사내커플이 아니라면 출퇴근길도, 매일하는 샤워도,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잠자는 것까지 모두 혼자 하는 일이다. 아마 꼽아보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은 하루 24시간 중에, 일년 365일 중에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혼자놀기, 그거 별일 아니라는 이야기다. 혼자임을 낯설어 할 필요도, 혼자인 사람을 신기하게 쳐다볼 필요도 없다.  

함께하는 "혼자놀기"여서 위로가 돼!
   엄친아 같은 나와 거리가 먼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나처럼 한달에 한번씩 월급이라는 마약을 받는 사람의 이야기라서 책을 읽는내내 즐거웠다. 그녀도 나처럼 교통비가 지급되지 않는 야근을 할 때는 택시의 유혹을 뿌리치고 버스를 타는구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머리가 터질 것 같을 땐 단순작업만 하는 공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는구나, 하면서 말이다.
   비록 책 제목은 "혼자놀기"지만, 나와 같은 사람이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이 반가웠다. 때론 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다시 용기를 내게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란 게 죽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끔은 월요일, 1일, 1월…… 뚝뚝 끊어주면서 계획도 다시 세우고 점검도 해줘야 한다. 어느 날 새삼스럽게 시작하지 않는다면 이 일은 다음 매듭에서도 또 그다음 매듭에서도 할 수 없게된다. (p16)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똑같은 하루가 365번 반복되도록 두지는 말아야겠다. 오늘 하루를 기억할 만한 일들이 필요하다. 내가 일 년을 미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중간 중간에 끼어 있는 스페셜한 날들 때문이다. (p25)  

30대 출입금지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는 것도 아닌데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왜 그리 많았는지. 때를 놓쳤다고 그 일을 망설인다면 평생 그 일은 해볼 수 없는 일이 된다. 지금 늦었다 생각된다면 더 늦기 전에 해야 한다. (p39)  

가끔은 공장에서 일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손만 움직여도 되는 의식의 진공 상태로 빠져들고 싶다.
너무 많은 생각들을 하고, 너무 많은 것들을 회고,
그러면서도 더더더더더 많은 것들을 알고 싶어 하는 나에게
스스로 지쳐가고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을 머리에 담고 사는 내가 힘겨울 때가 있다. (p187)

2008/12/24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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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 미디어인 블로그가 왕성해지면서 일약 블로그로 스타가 된 블로거들이 책을 내고 있다. 나 역시 그런 블로거 중 한명이기 때문에 호기심 반 부러움 반으로 그들의 책들을 대하고 있지만 솔직히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아무래도 프로 작가가 쓴 책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책들은 읽을거리보다는 짧은 단상 혹은 예쁜 이미지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혼자놀기』의 저자 강미영도 프로 작가는 아니기 때문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혼자 노는 아이템들이 책 가득 찍혀 있을거라 생각하며 책장을 휙휙 넘기는데, 예상과는 달리 촘촘하게 늘어선 텍스트들의 행렬이 펼쳐졌다. 이 텍스트들을 보면서 떠오른 두 가지 생각은, "꽤 열심히 만든 책이네!"와 "지루하면 어떡하지?"였다. 결론을 살짝 공개하자면, 잠들기전 펼쳐들었던 이 책을 결국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잠들었다는 것!

대부분 혼자놀기, 가끔 함께놀기!
   난 혼자놀기를 즐긴다. 어떤 이들은 어떻게 혼자 놀 수 있냐며 신기해하며 나를 대하는데, 혼자놀기의 편안함을 알게 된다면 모두들 혼자놀기의 매력에 푹 빠지리라. 일단, 혼자놀면 약속을 잡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언제 만날지 시간을 정하면, 어디서 만날지 고민이다. 장소를 정하고나면, 또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할지가 고민이다. 혼자놀면 이런 번거로움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퇴근길에 우연히 발견한 커피숍에서 따뜻한 카푸치노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기면 바로 달려가 볼 수도 있다. 처음에는 낯설고 주위의 시선이 신경 쓰이겠지만, 몇 번 시도해 보면 자신에게 시선을 두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럼 밥은 어떡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혼자놀기 달인의 경지가 바로 혼자 밥을 먹는 것이다. 밥을 먹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구이집이나 한정식 집 같은 곳은 곤란하지만, 샌드위치나 케익 등이 준비돼 있는 커피숍 같은 곳은 이용하면 된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거다. 난 혼자서는 절대 못해,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알고 보면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고 있을 것이다. 혼자 살고 있다면 집에서 하는 모든 일들이, 카풀을 하거나 사내커플이 아니라면 출퇴근길도, 매일하는 샤워도,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잠자는 것까지 모두 혼자 하는 일이다. 아마 꼽아보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은 하루 24시간 중에, 일년 365일 중에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혼자놀기, 그거 별일 아니라는 이야기다. 혼자임을 낯설어 할 필요도, 혼자인 사람을 신기하게 쳐다볼 필요도 없다.  

함께하는 "혼자놀기"여서 위로가 돼!
   엄친아 같은 나와 거리가 먼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나처럼 한달에 한번씩 월급이라는 마약을 받는 사람의 이야기라서 책을 읽는내내 즐거웠다. 그녀도 나처럼 교통비가 지급되지 않는 야근을 할 때는 택시의 유혹을 뿌리치고 버스를 타는구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머리가 터질 것 같을 땐 단순작업만 하는 공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는구나, 하면서 말이다.
   비록 책 제목은 "혼자놀기"지만, 나와 같은 사람이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이 반가웠다. 때론 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다시 용기를 내게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8/12/24 by 뒷북소녀.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알찬 텍스트, 친숙한 작가, 편안한 내용!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혼자놀기"의 달인들 혹은 "혼자놀기"가 낯선 사람들에게  

•  한 핏줄 도서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시간이란 게 죽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끔은 월요일, 1일, 1월…… 뚝뚝 끊어주면서 계획도 다시 세우고 점검도 해줘야 한다. 어느 날 새삼스럽게 시작하지 않는다면 이 일은 다음 매듭에서도 또 그다음 매듭에서도 할 수 없게된다. (p16)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똑같은 하루가 365번 반복되도록 두지는 말아야겠다. 오늘 하루를 기억할 만한 일들이 필요하다. 내가 일 년을 미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중간 중간에 끼어 있는 스페셜한 날들 때문이다. (p25) 

30대 출입금지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는 것도 아닌데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왜 그리 많았는지. 때를 놓쳤다고 그 일을 망설인다면 평생 그 일은 해볼 수 없는 일이 된다. 지금 늦었다 생각된다면 더 늦기 전에 해야 한다. (p39) 

가끔은 공장에서 일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손만 움직여도 되는 의식의 진공 상태로 빠져들고 싶다.
너무 많은 생각들을 하고, 너무 많은 것들을 회고,
그러면서도 더더더더더 많은 것들을 알고 싶어 하는 나에게
스스로 지쳐가고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을 머리에 담고 사는 내가 힘겨울 때가 있다.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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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를 만나다
메릴린 챈들러 맥엔타이어 지음, 문지혁 옮김 / 가치창조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몇 달 만에 나서는 서울 나들이. 이번엔 어디를 둘러볼까, 고민하던 중 예술의 전당에서 "서양미술거장展"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때마침 이 한권의 책도 내게 날아들었다. 사실 그의 명성만큼 그의 그림은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이 그를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

빛의 화가, 렘브란트를 만나다!
   '빛의 화가'라는 별명을 가진 렘브란트. 같은 네덜란드 작가로 역시 빛을 이용해 그림을 그렸던 베르메르의 그림과는 달리, 렘브란트의 그림은 보자마자 '빛'이 아닌 '어둠'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그림 전체에 짙게 드리운 어둠. 그 어둠은 빛을 더욱 빛나게 하고,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뿐만아니라 어둠 속에 묻혀 보일듯 말듯한 사물들은 보는 이들을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고 더욱 집중해서 들여다보게 한다.
   유화 작품뿐만이 아니라 다수의 에칭 작품을 그렸던 렘브란트.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그림도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자화상>이라는 제목의 에칭 작품이다. 에칭은 뾰족한 도구로 판을 새기는 판화의 한 기법으로 경제적인 이유로 많이 찍어내고자 했던 화가들이 주로 선호했다고 한다. 그러나 렘브란트는 섬세하게 새기는 그림의 특별함 때문에 선호했다고 한다. 차갑고 날카로운 여느 작가들의 작품들과는 달리 렘브란트의 작품에는 부드러움이 살아있다. 마치 유화물감으로 그려낸 그림처럼 말이다. 그저 내리긋는 것도 힘들텐데, 저렇게 부드러운 선을 살리려면 얼마나 정성들여 새겨야 했을까. 게다가 과연 이것이 새겨서 그린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섬세하고 음영 표현이 뚜렷하다. 
   그는 자화상을 비롯해 많은 인물들을 그렸지만, 성서 속 주인공들도 많이 그렸다. 그래서 이런 작품들을 완벽하게 읽어내려면 성서를 알아야 한다. 친절하게도 이 책에는 그림마다 저자의 이야기와 시가 달려있다. 나처럼 성서가 낯선 사람이더라도 저자의 이야기와 시를 읽는다면 그림 속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008/12/21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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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왜 꼭 재미있어야 하나?
   노희경,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그녀의 작품들이 언뜻 떠오르질 않아 프로필을 찾아봤더니 안타깝게도 제대로 본 작품이 한편도 없었다. 그나마 <꽃보다 아름다워>는 몇 번 본 것 같고, 어떤 작품들은 제목조차 낯설다. 그녀의 작품 한 편 제대로 본 것이 없는데, 그녀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작품들은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그녀의 작품뿐만이 아니라 보통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는 작품들은 그저 가볍고 재밌게만 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난 그녀의 작품과는 인연이 없었나보다. 내가 보는 드라마는 일단 가볍고 재밌어야 하기 때문이다. 매일 매일을 얼마나 무겁고 머리 아픈 일에 시달리며 사는가. 잠시 여유가 생겨 보는 드라마마저 머리 아픈 이야기라면 사양하고 싶다.
   드라마는 왜 꼭 재미있어야 하나? 그건 편견이라고 작가 노희경은 말한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은 작가 역시도 가벼운 게 좋다고 말한다. 

   
  나는 요즘 드라마는 반드시 가벼워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가벼운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의 글을 쓸 당시, 가벼움을 깊이 없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가벼움에 반대말은 무거움이요, 깊다의 반대말은 얕다인데, 가벼움의 반대말을 깊다로 착각하고 무거움과 깊다를 동의어로 착각해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p96)  
   

진짜 유죄라고 생각해? 
  앞서 말한 것처럼 제대로 본 작품이 없어서 그동안 그녀의 드라마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 책만큼은 가볍게 잘 읽힌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드라마 작가이기 때문일까? 그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술술 잘 읽힌다. "이런 건 드라마니까 가능한거야" 드라마를 보며 흔히 내뱉는 말 같은 건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와 별반 다를게 없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어느덧 책장의 마지막을 넘기고 있었다. 그저 친한 언니와 수다를 떠는 느낌이었다. 이야기를 읽는내내 왠지 맞장구를 쳐주고 싶어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왔다. "그래, 그래!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어!"
   사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제목은 나에게 강한 반발심을 안겨줬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나는 분명 죄를 짓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평소 연애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사랑이라는 감정도 소비적인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던 내게 유죄라니. 도대체 작가 자신은 어떤 사랑을 해왔기에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는건지, 과연 이런 발언을 할 자격은 있는지 궁금했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 쓴웃음을 머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이야기가 그렇게 어이가 없었냐고? 절대 아니다. 바로 내 자신에게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강하게 반발했으면서 어느새 그녀의 사랑 이야기에 설득 당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더 이야기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지금 몸 안의 온 감각을
곤두세워야만 한다.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건 아니구나. (p56)
 
   

   과연 그녀의 드라마 속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어쩌면 그녀의 드라마를 손꼽아 기다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그동안 마니아 작가라는 평을 받았던 노희경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노희경 작가의 마니아들 혹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나는 요즘 드라마는 반드시 가벼워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가벼운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의 글을 쓸 당시, 가벼움을 깊이 없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가벼움에 반대말은 무거움이요, 깊다의 반대말은 얕다인데, 가벼움의 반대말을 깊다로 착각하고 무거움과 깊다를 동의어로 착각해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p96)

2008/12/21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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