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놀기 -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강미영 지음, 천혜정 사진 / 비아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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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미디어인 블로그가 왕성해지면서 일약 블로그로 스타가 된 블로거들이 책을 내고 있다. 나 역시 그런 블로거 중 한명이기 때문에 호기심 반 부러움 반으로 그들의 책들을 대하고 있지만 솔직히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아무래도 프로 작가가 쓴 책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책들은 읽을거리보다는 짧은 단상 혹은 예쁜 이미지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혼자놀기』의 저자 강미영도 프로 작가는 아니기 때문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혼자 노는 아이템들이 책 가득 찍혀 있을거라 생각하며 책장을 휙휙 넘기는데, 예상과는 달리 촘촘하게 늘어선 텍스트들의 행렬이 펼쳐졌다. 이 텍스트들을 보면서 떠오른 두 가지 생각은, "꽤 열심히 만든 책이네!"와 "지루하면 어떡하지?"였다. 결론을 살짝 공개하자면, 잠들기전 펼쳐들었던 이 책을 결국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잠들었다는 것!

대부분 혼자놀기, 가끔 함께놀기!
   난 혼자놀기를 즐긴다. 어떤 이들은 어떻게 혼자 놀 수 있냐며 신기해하며 나를 대하는데, 혼자놀기의 편안함을 알게 된다면 모두들 혼자놀기의 매력에 푹 빠지리라. 일단, 혼자놀면 약속을 잡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언제 만날지 시간을 정하면, 어디서 만날지 고민이다. 장소를 정하고나면, 또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할지가 고민이다. 혼자놀면 이런 번거로움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퇴근길에 우연히 발견한 커피숍에서 따뜻한 카푸치노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기면 바로 달려가 볼 수도 있다. 처음에는 낯설고 주위의 시선이 신경 쓰이겠지만, 몇 번 시도해 보면 자신에게 시선을 두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럼 밥은 어떡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혼자놀기 달인의 경지가 바로 혼자 밥을 먹는 것이다. 밥을 먹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구이집이나 한정식 집 같은 곳은 곤란하지만, 샌드위치나 케익 등이 준비돼 있는 커피숍 같은 곳은 이용하면 된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거다. 난 혼자서는 절대 못해,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알고 보면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고 있을 것이다. 혼자 살고 있다면 집에서 하는 모든 일들이, 카풀을 하거나 사내커플이 아니라면 출퇴근길도, 매일하는 샤워도,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잠자는 것까지 모두 혼자 하는 일이다. 아마 꼽아보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은 하루 24시간 중에, 일년 365일 중에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혼자놀기, 그거 별일 아니라는 이야기다. 혼자임을 낯설어 할 필요도, 혼자인 사람을 신기하게 쳐다볼 필요도 없다.  

함께하는 "혼자놀기"여서 위로가 돼!
   엄친아 같은 나와 거리가 먼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나처럼 한달에 한번씩 월급이라는 마약을 받는 사람의 이야기라서 책을 읽는내내 즐거웠다. 그녀도 나처럼 교통비가 지급되지 않는 야근을 할 때는 택시의 유혹을 뿌리치고 버스를 타는구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머리가 터질 것 같을 땐 단순작업만 하는 공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는구나, 하면서 말이다.
   비록 책 제목은 "혼자놀기"지만, 나와 같은 사람이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이 반가웠다. 때론 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다시 용기를 내게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란 게 죽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끔은 월요일, 1일, 1월…… 뚝뚝 끊어주면서 계획도 다시 세우고 점검도 해줘야 한다. 어느 날 새삼스럽게 시작하지 않는다면 이 일은 다음 매듭에서도 또 그다음 매듭에서도 할 수 없게된다. (p16)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똑같은 하루가 365번 반복되도록 두지는 말아야겠다. 오늘 하루를 기억할 만한 일들이 필요하다. 내가 일 년을 미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중간 중간에 끼어 있는 스페셜한 날들 때문이다. (p25)  

30대 출입금지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는 것도 아닌데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왜 그리 많았는지. 때를 놓쳤다고 그 일을 망설인다면 평생 그 일은 해볼 수 없는 일이 된다. 지금 늦었다 생각된다면 더 늦기 전에 해야 한다. (p39)  

가끔은 공장에서 일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손만 움직여도 되는 의식의 진공 상태로 빠져들고 싶다.
너무 많은 생각들을 하고, 너무 많은 것들을 회고,
그러면서도 더더더더더 많은 것들을 알고 싶어 하는 나에게
스스로 지쳐가고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을 머리에 담고 사는 내가 힘겨울 때가 있다. (p187)

2008/12/24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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