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드라마는 왜 꼭 재미있어야 하나?
   노희경,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그녀의 작품들이 언뜻 떠오르질 않아 프로필을 찾아봤더니 안타깝게도 제대로 본 작품이 한편도 없었다. 그나마 <꽃보다 아름다워>는 몇 번 본 것 같고, 어떤 작품들은 제목조차 낯설다. 그녀의 작품 한 편 제대로 본 것이 없는데, 그녀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작품들은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그녀의 작품뿐만이 아니라 보통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는 작품들은 그저 가볍고 재밌게만 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난 그녀의 작품과는 인연이 없었나보다. 내가 보는 드라마는 일단 가볍고 재밌어야 하기 때문이다. 매일 매일을 얼마나 무겁고 머리 아픈 일에 시달리며 사는가. 잠시 여유가 생겨 보는 드라마마저 머리 아픈 이야기라면 사양하고 싶다.
   드라마는 왜 꼭 재미있어야 하나? 그건 편견이라고 작가 노희경은 말한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은 작가 역시도 가벼운 게 좋다고 말한다. 

   
  나는 요즘 드라마는 반드시 가벼워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가벼운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의 글을 쓸 당시, 가벼움을 깊이 없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가벼움에 반대말은 무거움이요, 깊다의 반대말은 얕다인데, 가벼움의 반대말을 깊다로 착각하고 무거움과 깊다를 동의어로 착각해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p96)  
   

진짜 유죄라고 생각해? 
  앞서 말한 것처럼 제대로 본 작품이 없어서 그동안 그녀의 드라마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 책만큼은 가볍게 잘 읽힌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드라마 작가이기 때문일까? 그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술술 잘 읽힌다. "이런 건 드라마니까 가능한거야" 드라마를 보며 흔히 내뱉는 말 같은 건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와 별반 다를게 없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어느덧 책장의 마지막을 넘기고 있었다. 그저 친한 언니와 수다를 떠는 느낌이었다. 이야기를 읽는내내 왠지 맞장구를 쳐주고 싶어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왔다. "그래, 그래!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어!"
   사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제목은 나에게 강한 반발심을 안겨줬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나는 분명 죄를 짓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평소 연애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사랑이라는 감정도 소비적인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던 내게 유죄라니. 도대체 작가 자신은 어떤 사랑을 해왔기에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는건지, 과연 이런 발언을 할 자격은 있는지 궁금했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 쓴웃음을 머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이야기가 그렇게 어이가 없었냐고? 절대 아니다. 바로 내 자신에게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강하게 반발했으면서 어느새 그녀의 사랑 이야기에 설득 당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더 이야기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지금 몸 안의 온 감각을
곤두세워야만 한다.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건 아니구나. (p56)
 
   

   과연 그녀의 드라마 속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어쩌면 그녀의 드라마를 손꼽아 기다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그동안 마니아 작가라는 평을 받았던 노희경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노희경 작가의 마니아들 혹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나는 요즘 드라마는 반드시 가벼워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가벼운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의 글을 쓸 당시, 가벼움을 깊이 없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가벼움에 반대말은 무거움이요, 깊다의 반대말은 얕다인데, 가벼움의 반대말을 깊다로 착각하고 무거움과 깊다를 동의어로 착각해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p96)

2008/12/21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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