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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앤 아버스 - 금지된 세계에 매혹된 사진가
퍼트리샤 보스워스 지음, 김현경 옮김 / 세미콜론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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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진.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에 관심을 가지고 셔터를 눌러 대지만, 여전히 사진 촬영을 취미로 가지려면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물론 보급형 카메라로 취미용 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만, ‘폼’이 안나는 것이 사실이다. 꼭 비싼 장비로 찍는 것이 좋은 사진을 얻는 필요충분 조건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나는 사진 찍을 때 ‘폼’ 좀 나는 카메라를 갖기 위해 다른 생활비를 줄여야만 했다. 오늘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 한 아저씨는 내가 아직 학생인줄 아시고 이런 말씀을 하셨다. 딸에게 이런 카메라를 사 줄 정도면 부모님이 돈을 잘 버시는가보군요.


다이앤 아버스, 그녀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다른 사람들은 전쟁 때문에 고통을 받기도 했지만, 그녀는 유태인이면서도 그런 어려움은커녕 오히려 그런 사람들을 동경하며 살았다. 그녀는 자신이 평범한 사람들처럼 ‘가난’을 맛보면서 살고 싶어했다. 그래서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남자와 결혼을 했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던 ‘가난’을 맛보기는 했지만, 그녀의 결혼 생활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은 예쁘고 좋은 것만을 찍으려고 한다. 나조차도 그렇다. 내가 잘나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예쁘지 않기 때문에 비록 잘나지 않은 소박한 피사체지만 내 사진기를 통해서 예쁘고 좋게 보여지길 원한다. 그러나 풍요와 평온 속에서 자란 그녀는 그녀가 갖지 못한 빈곤과 고통을 동경하며, 그녀의 사진기 속에 그러한 피사체를 담아냈다.

사실 나 같은 사람은 그녀를 이해할 수가 없다.


다이앤 아버스를 스스로 고통 속으로 뛰어들게 만든 것에 우울증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녀는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 가정에서 자랐지만, 남모를 아픔을 가지고 있었다. 우울증을 한번쯤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우울증에 빠지게 되면 자학하게 된다. 내 자신이 너무 보잘 것 없는 것처럼 느껴져서. 아마 다이앤도 그런 이유로 스스로를 고통으로 내몰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열심히 활동할 나이에 그녀는 자살을 했다. 간혹 사람들은 그녀의 사진들을 손가락질하며 비난하지만, 사람들은 금지된 세계에 대해 어느 정도의 호기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녀는 사라졌지만, 금지된 세계에 매혹당한 사람들과 함께 그녀의 사진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한가지 이 책에 대해서 아쉬웠던 점은 사진가의 책이라고 해서 많은 사진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두꺼운 분량에 비해 사진의 비중이 너무 적었다는 점, 그로인해 지루함을 유도할 수 있었다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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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매혹적인 죽음의 역사
기류 미사오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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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죽음, 어릴 적 내게 죽음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정확하게 몇 살 때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 ‘죽음’이라는 것의 의미를 깨달았을 때 나는 엄청난 정신적 공황에 빠졌었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마치 내가 관 속에 누워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대로 영원히 잠에 빠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기독교에서처럼 믿음을 가지면 정말 천국을 갈 수 있는지, 불교에서처럼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 며칠을 고민했었다. 만약 죽음 이후의 세계가 종교에서 말하는 것과는 달리 완전히 한줌의 흙으로 돌아간다면 어떡하나. 언젠가는 죽을 인생, 이렇게 아등바등 살면 뭐하나 그냥 죽어버리면 되지, 그런 생각에 한동안 악몽에 시달려야만 했었다.

나이가 들면서 가까운 사람들이 ‘죽음’의 세계로 들어서는 것을 보게 되고, 영화나 책을 통해 ‘죽음’이라는 것을 계속 접하다보니, 이제는 면역력이 생겼는지 나의 ‘죽음’에 대해서도 무덤덤하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책 『알고보면 매혹적인 죽음의 역사』를 읽으면서 나는 또다시 어릴 적 꾸었던 악몽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죽음’, 나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지만 혹자들에게는 매혹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속시키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사람들의 피와 살을 먹기 위해 사람들을 죽이기도 하며, 또 어떤 일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이야기로 나뉜다. 하나는 죽음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들, 과거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죽음에 매혹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이야기한다. 나머지 하나는 유명한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스캔들을 다루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죽음에 대해 좀 더 깊은 무언가를 얻길 원했다. 그러나 후반부에 다루어지는 유명인들의 죽음에 대한 스캔들이 이 책의 깊이를 떨어뜨리고 너무 흥미 위주로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평소 관심이 있었던 사람의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어릴 적 악몽을 다시 떠올렸지만, 덕분에 차분히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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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조선풍속사 - 조선.조선인이 살아가는 진풍경
이성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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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가 이성주의 전작인 『엽기 조선왕조실록』은 풍문으로만 접했었지만, 후속 작품이 나왔다고 해서 이번에는 직접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엽기 조선풍속사』라, 조선의 풍속사 중에서 우리가 흔히 듣지 못한 그런 엽기적인 일들이 있었다는 말인가. 원래 역사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역사책에서는 접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을 기대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속에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지금의 문화와 비교해 보면 과히 엽기적이었다. 특히 뒷간 문화는 프랑스에서 향수가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보다 더 엽기적이었다. 그러나 지금 시대와 비교해 보면 엽기적이라는 생각이 들뿐. 혹시 또 모른다. 지금 우리가 뒷간에서 화장지를 쓰는 문화가 또 다른 미래에서는 엽기적인 행위로 치부될지.


이 책에는 엽기적인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정사에서는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던 가슴 아픈 이야기들도 담겨 있다. 특히 힘없는 나라, 약한 남자들 때문에 두 번 상처 받았던 환향녀들과 호래 자식의 이야기는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한가지 더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세종대왕 때 대마도를 정벌하여 영웅이 되었던 이종무 장군의 이야기였다. 그동안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비화가 숨겨져 있을줄은 정말 몰랐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단순히 가볍게만 읽을 수 있는 그런 류의 이야기는 아니다. ‘조선ㆍ조선인의 살아가는 진풍경’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듯이 우리 조상들의 삶이 담긴 이야기이다.

그러나 저자는 시종일관 가벼운 말투로, 현재에 비속어처럼 쓰이는 말들을 여과없이 사용하며 표현하고 있다. 조선의 풍속이 엽기적이었다기보다는 작가의 말투가 더 엽기적으로 느껴졌다고나 할까.

역사라는 것에 부담 가지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너무 가벼워서 진지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단점으로 돌아왔다. 만약 내게 자식이나 조카가 있다면 절대로 권해주고 싶지 않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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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마을 이야기 1
제임스 캐넌 지음, 이경아 옮김 / 뿔(웅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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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을을 지키는 치안판사와 경사가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하는 일이라곤 고작 술집에서 취객들 간에 벌어지는 실랑이를 말리는 것뿐이다. 하루 종일 문을 열어 놓아도 도둑 한번 들지 않는 평화로운 마을 마리키타에 반란군들이 들어 닥친다. 워낙 평화로운 생활을 해왔던 마을 사람들은 반란군들에게 전혀 협조를 하지 않는다. 이에 화가 난 반란군들은 마을에 있는 남자들을 죽이고 12세 이상의 소년들을 끌고 간다.

하루 아침에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잃어버린 여자들은 실의에 빠진다. 남자들이 사라진 마리키타에는 1년 넘도록 소득이 없었으며, 소득이 없는 마을의 쓰레기를 치우러 오는 사람도 없고, 수확도 없었다. 마리키타의 여자들은 쓰레기가 넘치는 더러운 곳에서 굶주림과 헐벗음에 고통 받고 있었다.

반란군에 맞서다가 총에 맞아 죽은 경사의 아내 로살바가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 마리키타의 신임 치안판사가 되어 마리키타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녀는 마을을 일으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들을 정하고, 필요한 사람들을 뽑아서 일거리를 준다. 그리고 그녀들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규칙들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지금껏 남자들에게만 의지하며 살아왔던 그녀들에게 그녀들만의 마을을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할 일들은 정해 놓았으나 남자들만큼 추진력이나 행동력이 강하지 않아 주저 앉을 때도 있다. 그러나 그녀들은 정부에 구호를 요청한다거나 이웃 마을의 남자들을 데려 오지는 않는다.


책 속에는 남자들이 사라진 마을의 이야기와 남자들만 있는 게릴라 부대의 이야기가 교차시키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자들은 그녀들만의 세계를 건설해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지만, 남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파괴해가며 그것을 빼앗으려고 한다. 아주 잔혹하게 말이다.


공산주의 게릴라들이 어느 두 산간 마을의 남자들을 끌고 갔다는 콜롬비아 신문의 기사를 보고 그 후의 두 마을의 삶이 궁금해져서 이 이야기를 썼다는 작가 제임스 캐넌. 표지에 몇 줄 적힌 그의 이력을 보면서 그가 어떤 사람일까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이름을 보면 분명 남자인데,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었을까.


책을 덮으면서 얼마 전 아침 드라마에서 본 산부인과 여의사의 대사가 떠올랐다. 만약 남자가 출산을 짊어지게 됐다면 지금처럼 배 아파가며 아이를 낳는 일은 절대 없을거라며, 주사 한방이면 고통없이 낳을 수 있는 방법이 벌써 개발 됐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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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철학 스케치 1 - 이야기로 만나는 교양의 세계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 / 풀빛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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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무엇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학창시절, 철학이라는 학문과 친해질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철학과 멀어지게 된 것인지, 아니면 철학이라는 학문이 내게 따분하기만 한 학문이었기 때문에 애써 친해지려고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다.

여하튼 나는 ‘철학’이라는 학문과는 그다지 친하지도 않으며, 애써 친해지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오지랖이 미어 터지도록 여기저기에 많은 호기심을 보이는 내가 유독 ‘철학’이라는 것에는 왜 그리도 매정하게 대했는지.

그러나 살다보면 ‘철학’이라는 것, 굳이 필요는 없지만 모르면 답답할 때가 있다. ‘철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 곳에 걸쳐져 있는지 ‘철학’이라는 것을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할 때가 더러 생긴다. 그럴 때마다 이번에는 ‘철학’과 친해져봐야지, ‘철학’의 산을 넘고야 말겠다 다짐을 하지만 워낙 밑바탕으로 깔린 것이 없어서 이내 무릎을 꿇고야 만다.


한국 철학. 그래, 우리 것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의 나라 철학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한국사라면 나도 자신이 있으니까, 한국 철학의 산부터 넘어보자.

이런 마음가짐으로 나는 한국 철학을 만나러 갔다.


‘철학’이라고 하면 뭔가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철학’을 논할 때 그것이 발생하고 유행하게 된 시대적인 배경을 논하지 않을 수 없으며, 역사를 알면 그 시대의 철학도 보이게 마련이다.

1권에는 고조선의 건국 신화가 된 단군신화에서부터 삼국시대에는 호국 신앙으로, 고려시대에는 한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 이념으로 작용했던 불교, 조선왕조를 흥하고 망하게 했던 성리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2권에는 새로운 시대를 요구했던 실학 사상과 근대 사상들을 풀어 놓았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보다 쉽게 한국철학에 접근하고 친해지길 원했던 저자들의 마음이 담긴 책이다. 덕분에 내용은 아주 이해하기 쉽다. 특히 1권은 마치 중고등학교 시절 국사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교과서에 충실하다. 하지만 2권에서는 우리가 국사 시간에 자주 듣지 못했던 이야기와 그다지 비중이 크지 않았던 근대 사상들이 등장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솔솔했다.

특히 허균 선생님께서 남기신 말씀은 내가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남녀의 정욕은 하늘로부터 받은 것이고, 남녀가 나뉘는 윤리와 도덕은 성인의 가르침이다. 하늘이 성인보다 높으니 성인의 가르침을 어길지언정 감히 하늘이 준 사람의 본성을 어길 수 없다.’ - 허균 (1권, p.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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