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신의 마지막 이름(외)
귄터 아이히 지음, 김광규 옮김 / 종합출판범우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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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터 아이히.

알라신의 백번째 이름.. 이라는 말과

한때 연극을 했던 수현언니와

볼때마다 놀랐던 언니의 빠른 필기와

그렇게 빠르게 써준 언니의 메모 하나와

노트 바뀔 때마다 잊기 싫어서

맨 윗장에 그 다섯줄을 적어놓던 어린 나와

거기 내 글씨로 씌어진 G. Eich라는 이름이

단번에 모두 떠오르는 읽기.


오래전에 나도 생각의 속도를 따라잡는 쓰기가 가능해졌다. 

요즘엔 쓰기가 더 빠를 때도 있다. 

수현언니..

글씨체가 적어도 4개는 되는 나로서는

언니의 빠른 글씨 익히는 거 어렵지 않았는데

그걸 따라한다고 열폭하는 애가 있어서

상당히 당황했던 기억이 ㅋ

지금은 어떻게 서로 달라져 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언니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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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처럼 낯선 창비시선 375
전동균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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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여, 너무 울어대지 마라

나도 수없이 나를 때리며 여기까지 왔다



그런가.

간만에 


오글거리지 않는

탁, 치고만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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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렌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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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묘사가 좋고.

키작은남자 카미유.귀족청년 루이 20~23p.
도락가 탕아 말발 54~55p.
구두쇠 아르망 56~57p.

루이에 대해서는 작가의 호감이 느껴질 정도임.


참 길다.
왜 길 수밖에 없는지야 2부까지 가야 알 수 있지.
문제는 이 지루한 읽기의 견인차가 제목 이렌이라는 것이다.
왜 이렌이 제목이 되었을까.
그래서 이렌이 도발적으로 표면에 나서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사실 뻔한 이야기.
그래도 공쿠르상 수상자라는데!
하여 400페이지 이상을 참고 참으며 겨우 겨우 읽었다.
추리소설 참 많이 읽은 작가가 정통문학도 능해서, 아니 그 반댄가.. 여튼
가지고 놀았으나 그 무엇도 새롭진 않았다.
아마도 그래서 이 작품 이후 시리즈를 늦게 시작했는지도.
일단 다음 작품을 읽고 판단할 문제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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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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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감


젊은날의 치기와 선망과 욕정이 낳은 비극을 너무 늦게 알게 된 사람의 놀라움이라... 

그런데 비극은 비극인데 왜 우리 토니 웹스터씨가 이리도 회한에 젖어야 하는 거지?

말의 저주라.. 그건 미스테리한 것이지 기정사실도 아닌데.

오히려 나는 이 소설이 '제2의 롭슨'으로 간주하고 밀어내 버린 그 부분에 집중했으면 더 좋았으리라 생각한다.

젊은날의 치기를 깨달은 늙은이의 회한이 무슨 가치가 있으려나.

늙어서까지 고수한 '그 무엇'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더 가치있는 것이 아닌가.

그 일관성과 그로 인한 희생과 거기서 시작되는 위대함 같은 거.

쪼잔한 토니씨에게서, 평범한 평균치 인생에서 위대성을 찾아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걸.

쉽게 간 소설이라는 생각을 금치 못하겠다.


문학도 늙는다.

문학에 주는 賞도 늙는다.

문학을 택하는 작가도 독자도 늙는다.

늙어서 어렵게 가는 길을 외면해 버린다.

그리 가도 역시 결과의 맛은 분명히 비슷하니까.


변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하는 것이 늙음이라는 걸 최근에서야 깨달았고

영원히 변치 말자고 약속하고, 그 약속을 깨고, 깨진 약속에 화를 내는 쪽은 

오히려 젊음이라는 것도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그러니까 백신처방을 받은 쪽은 젊은이가 아니라 늙은이인 것.

나이 든 요즘 자꾸 드는 생각은 지금에 와서 이렇게 오랜 노년을 겪을 바엔

차라리 인생의 정의를 노년 쪽에 포커스를 맞춰 결정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

아 ㅅㅂ 길어도 너무 길다. 어쨌거나...


변화가 초래한 그 상처들의 축적체가 인생이라면

그래서 늘그막에 회한에 휩싸여 고독과 합체해 버린다면

그야말로 늘그막에 삶이 역주행하기를 꿈꿀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어쨌든 상실의 시기이고 결국은 모두 내어놓고 말 것이니.


그리고.. 번역본 제목 그다지 좋지 않다.

원제의 느낌을 호도한달까.

끝의 감각. 끝의 느낌. 끝나는 느낌.

그게 왜 예감이고 나아가 징조인지... 읽고나니 더욱.

번역이나 출판이 독자를 가르치려 하면 안되요.



- 줄긋기


우리의 인생이 상황을 막론하고 이미 시작돼 버렸음을, 그래서 얼마간 이득을 봤고, 또 얼마간 손해를 감수했음을 우리가 어찌 알 수 있었을까. 21_ 


역사는 승자들의 거짓말입니다. / 그게 또한 패배자들의 자기기만이기도 하지.

역사는 생 양파 샌드위치입니다. 죽자고 반복하니까요.  / 그걸 샌드위치 속에 다 넣기엔 좀 많지 않은가 싶은데?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입니다.  33_ 


폭군이 적을 제거하라는 서신을 친필로 보내는 법이 거의 없듯이. 36_ 


마치 우주의 작은 레버가 눌리는 바람에 바로 이 곳에서 불과 몇 분 동안, 자연이 뒤집히고 시간도 거꾸로 흐른 것처럼. 67_ 


     ※ 해소(海嘯) 영국 세번강의 밀물, 바다에 버금갈 정도로 파도가 크게 이는.

                       1 . 삼각형 모양의 하구에서 만조 때나 폭풍, 해저 화산 따위로 인하여 바닷물이 역류하여 일어나는 거센 파도. 

                            좁은 하구의 저항 때문에 생기며, 중국의 첸탕 강(錢塘江), 남아메리카의 아마존 강 하구가 유명하다. 

                       2 . 빠지는 조수가 바닷물과 부딪쳐 거센 물결을 일으킬 때 나는 파도 소리.


그는 논리적으로 사고했고 논리적 사고로 도출한 결론에 따라 행동했다. 반면 (중략) 우리는 충동적으로 결정한 다음, 그 결정을 정당화할 논거의 하부구조를 세운다. 그런 후,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를 상식이라고 말한다. 95_ 

 

역사는 승자들의 거짓말이 아니다.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역사는 살아남은 자, 대부분의 승자도 패자도 아닌 이들의 회고에 더 가깝다는 것을. 101_ 


'모든 날이 일요일'이라. 묘비명으로 나쁠 것 같지 않다. 안 그런가? 110_ 


어쩌면 이것이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의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미래를 꾸며내고,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들의 과거를 꾸며내는 것. 141_ 


회한remorse이란 말은 어원적으로 한 번 더 깨무는 행위를 뜻한다. 회한의 감정은 그와 같다. 236_ 


인간은 생의 종말을 향해 간다. 아니다, 생 자체가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 그 생에서 가능한 모든 변화의 닫힘을 향해. 254_ 




옮긴이의 말 中,


과연 작가의 언어적 역량이 독자의 사고와 감각을 넓힐 수 있는가. 


- 문학이 되기 위한 작품의 조건에 대해 저넷 윈터슨. 258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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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모던 클래식 52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홍서연 옮김 / 민음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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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림으로 곁들여진 것들 :

생 토마토 la tomato crue
타인의 식사 le repas de l'autre
크스라 모로코 빵 la kesra marocaine
토스트 le toste
슈게트 la chouquette

 

인상적인 사람 :

마르트이모의 정원

자크 데스트레르 삼촌의 식사


사감 :

수사의 성찬. 때론 풍부하게, 때론 과하게, 때론 민망하게, 아주 아주 현란한 수사가 곁들여지는데

그 수사의 찬란한 관을 씌워준 요리맛을 내가 맛본 적이 없고, 또한 들어도 맛있을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참 읽기가 난해하고도 미묘하게 가독성이 떨어졌다.

요리관련 만화도 그렇고, 뭐 음식 하나, 식재료 하나로 나라도 지구도 우주도 구한다는 논리라서 ㅋㅋ

하여간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 넘치는 수사였다.


또 하나 남은 것이 있다면,

철학 전공자라서 그런가. '맛도 추억의 힘'이라는 한 마디로 요약하면 될 것을 

작가가 참 길게도 찾아다녔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만큼 결말이 상식적이었다는 뜻.

뭔가 이보다는 참신한 결말을 바랐던 건 내가 비상식적이라서인지 뭔지.

독선으로 만인의 미움을 산 이 주인공도 결국 죽음 앞에서는 인지상정의 수준으로 안착하는 것,

인생이란 게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하는

그 출발점이자 종착점이 아쉬움을 자아냈다.


읽고난  날 하필 슈choux를 만들었다.

슈는 속에 커스타드와 생크림을 잔뜩 넣어야 진정한 슈.

한 입 베어물면 차갑고 달콤하고 뭉클한 슈크림이 입 안이 미어지게 가득 채워져야 제맛인데.

대체 왜 크림을 2분의 1만 넣어야 한다는 것일까. 

크림이 느글하지 않다면 그야말로 풍부함의 절정이 슈인 법인데. 이상한 친구들이야... 훔.

 

밑줄 :

 

72_ 완전성이란 회귀다. 퇴폐기의 문명만이 완전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88_ 먹는 것은 쾌락의 행위이고 이 쾌락을 글로 쓰는 것은 예술 활동이지만 진정한 단 하나의 예술작품은 결국 타인의 식사이다. 나의 식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내 일상의 전후에 범람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크 데스트레르 삼촌의 식사는 완전함을 갖추었고 완결된 자기만족적 단위로서, 내 기억 속에 시간과 공간을 넘어 새겨진 유일한 순간으로서, 내 인생의 감정들로부터 해방된 영혼의 진주로서 남을 수 있었다. 마술 거울 속에 반사되어 다른 아무 것에도 열려 있지 않은 그림이 된, 거울틀 안에 내접하고 주변의 삶에서 고립되어 밖이 없는 하나의 세계를 연상케 하는 방을 바라볼 때처럼 타인의 식사는 우리 관조의 틀 안에 갇혀 있고 무한히 새어나가는 우리의 기억과 미래의 선으로부터 자유롭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거울 또는 자크 삼촌의 접시가 내게 떠올리는 삶, 관점들이 없는 삶, 그래서 가능성이 소거됨으로써 예술 작품이 되는 삶, 과거도 없고 내일도 없고 주변도 지평선도 없는 삶. 여기 그리고 지금. 그것은 아름답고 충만하고 완결적이다.

 

105_ 아무도 좋아해야 할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자기들이 원망하는 게 실은 자기 자신이라는 걸 몰라서 모두가 불행하다는 걸 나는 안다.

 

108_ 수식이 없는 네 개의 굴. 그것은 그 투박한 겸손 덕에 장엄한 자연 그대로의 완전한 전주곡이었다. 과일향 나는 차가운 드라이 백포도주 한 잔. 
매끄럽게 물결치며 나른하게 접힌, 얇게 저민 훈제햄 두 장. 소금을 넣은 버터, 커다란 둥근 빵에서 잘라낸 한 조각. 넘칠 듯이 왕성한 부드러움. 거짓말 같은, 그러나 맛있는. 결코 나를 떠나지 않을 두 번째 잔의 백포도주. 자극적이고 매력적이고 선정적인 서언.
멍청해질 정도로 부드러운, 파랗고 굵은 아스파라거스 몇 줄기.
영계 남은 것. 엄청난 크림과 라드, 검은 후추 약간, 누아르무티에 산인 듯한 감자, 그리고 삼십 그램도 포함되지 않은 기름기.
사과타르트. 얇고 바삭거리는 타르트 판과 노르스름하게 구워져 도도한, 수정같은 설탕으로 만든 캐러멜이 살짝 얹힌 과일.
그리고 그들의 노골적인 이야기들. 말 더럽게 안 듣는 자동차와 못먹을 술들과 아직 죽지 않은 멧돼지 등등. 촌구석 형제들의, 난삽하고 거칠지만 진짜 젊음이 있어 따뜻한 이야기들. 

 

모든 삶은 말과 사실이 서로 침투할 때에만, 그리고 거기서 말이 사실에 옷을 입혀 내보일 때에만 비로소 삶으로서 존재한다.

 

123_ 이 이야기에 교훈이 있어야 할까?


132_ 환멸을 맛본 듯한 눈초리를 가진 요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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