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의 국명 시리즈는 반다인의 영향을 받아 철저하게 지적 게임이라는 구도하에 페어플레이 정신을 고수하며 쓰여진 독특한 작품들이다. XYZ4부작과 비교하면 인간성에 대한 성찰이 부족해서 좀 가벼운 느낌이지만, 작가의 추리소설을 향한 순수한 열정이 좀더 드러나기도 한다. 그런데 매번 ~의 비밀이라는 고정적 제목처럼 국명 시리즈는 하나의 틀이 작품의 한계를 설정하여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기계적인 느낌을 줄때도 있는데, 바로 이 작품이 그러한 대표적 경우가 아닌가 싶다. 사건 현장의 시체나 모든 사물들이 거꾸로 되어있다는 설정은 미스터리적 흥미를 자극하기도 하지만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 들어 현실감을 떨어뜨린다. 게다가 그 기괴한 발단에 비해 해명은 그다지 놀랍지 않으니 더욱 그러하다. 퀸의 작품으로는 중간 이하라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