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모자의 비밀 동서 미스터리 북스 66
엘러리 퀸 지음, 강영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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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인의 보수주의와 크리스티의 자유분방함의 중간쯤에 위치한 퀸작풍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건의 발단과 전개는 반다인을 따르고 결말에서는 크리스티나 딕슨카처럼 의외성을 노리고 있다.

교양있는 상류계급의 탐정이 등장하고 지적게임이라는 의미에 충실하며 중간중간 리처드와 퀸의 대화를 통해 추론과정을 명확히 제시하고 경찰의 수사기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애석하게도 이것은 반다인이 먼저 시작한 것이다. 뭐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많은 퀸 팬들이 반다인의 퀸에 대한 영향을 경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된다. 반다인이 없으면 퀸도 없다고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반다인이라는 훌륭한 모델이 없었다면 퀸이 초반부터 명작들을 대량생산할 수 없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생각된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탐정으로서 리차드의 비중이 엘러리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이다. 로마모자의 비밀은 주인공 탐정의 개성창조에 실패한 작품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퀸의 작품중 탐정이 가장 흥미롭게 표현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 탐정은 엘러리 혼자가 아니라 퀸부자이다. 베테랑 경감과 괴벽을 지닌 제법 신비스러워 보이는 그의 아들이 콤비를 이루는 형태는 매우 재미있는 착상이라고 생각된다.

처음에 퀸은 와트슨의 비중이 대폭 상승된 새로운 형태의 홈즈-와트슨관계를 생각한 것 같다. 와트슨이 홈즈와 더불어 사건을 해결하는 주체가 되고, 기존 와트슨의 역할을 레스트레이드가 떠맡는... 어떠한 이유에서 이후의 작품에서는 리차드가 엘러리의 들러리로 전락해버렸는지는 알 수 없으나, 콤비형태의 탐정을 계속 유지하였더라면 퀸부자가 좀더 매력적이고 독특한 캐릭터가 되었을 것이다. 어차피 작가도 둘이니 맨프레드와 프레드릭이 한명씩 전담하면 될것을...

트릭이나 모든 면에서 별로 흠잡을 데가 없는 이작품은 첫작품인라는 것을 감안하지 않아도 상당히 우수한 작품이라 생각되며, 명작들이 우글우글한 퀸의 작품계열속에서도 충분히 상위권에 들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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