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에 클럽활동으로 뮤지컬반에 들었었다. 첫시간에 한 것은 으레 그렇듯 자기소개 였는데, 내가 지긋지긋하게 여기던 학기 초의 그것과는 좀 달랐다. 옆에 보이는 것 처럼 하얀 A4용지를 이용하라는 거다. 황당. 그냥 이름이나 말하고 들어오면 되겠지 생각하던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런 걸 시킬줄이야. 나를 뮤지컬반으로 이끈 친구를 원망하며 어떻게 이 종이 한장으로 나를 드러낼 수 있을지 고민해봤다. 다른 학생들은 접어도 보고 그림도 그려가며 열심히 자신을 표현할 준비를 하는데 내 앞의 종이는 여전히 깨끗하기 그지없었다.

첫번째로 떠올린 것은, 정말 성의없게도, 종이에다 이름을 대문짝만하게(그래봤자 A4용지보다 더 커지겠냐마는) 적어서 칠판에다 떡 붙이고는 이것이 내 이름 석자요 하는 거였다. 이랬다간 절대로 인상 못 남겨. 바로 탈락됐다.

두번째로는 종이접기와 그림에 걸어볼까하고 생각했다. 컵이라든가 리본, 배 같은 것들을 차례로 만들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이렇게 말한다. "이 종이로는 다른 종이로 다 할 수 있는 종이접기를 할 수 있습니다, 정말 여러가지를 만들 수 있죠. 하지만..." 그리고 여러가지 색깔의 펜으로 그림을 그린다. "이것이 흰 종이, 아무것도 없는 백지이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색깔을 모습그대로 보여주며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다른 어떤 색 종이로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이 흰 종이와 같습니다.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가졌고 마음이 넓어서 어떤 사람도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썩 좋은 아이디어라고 느꼈지만 벽에 부딪혔다. 내가 접을 수 있는 게 몇 안 된다는 것, 또 주어진 종이는 한 장 뿐인데 여러 가지 만들기를 하려면 만들어 나갈 수 없어서 사람들 앞에 서서 접어야 한다는 것. 시간이 많이 걸릴 게 뻔하고, 지루하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터였다. 결국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른 생각으로 옮겨갔다.

세번째, 마지막으로 한 생각은 종이를 찢어보자 였다. 그런데 무슨 소리를 하면서 찢지? 그래. 이 종이를 하늘이라고 하자. 교탁과 수평이 되게 종이를 들고 있다가 "하늘이 우리 위에 있었습니다. 모두 평온한 하늘 아래 행복했지요."라고 하는 거다. 운이 좋으면 흥미를 가져줄 거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이 무너져내렸습니다." 종이를 손으로 쿵 소리 내며 내려놓는다. 관심 없어도 일단 한 번 쳐다보겠지. "사람들은 혼비백산, 정신을 못 차리고 구멍을 찾아 뛰어다닙니다. 어딘가, 어딘가에 구멍이 있을 거야! 물론 구멍은 보이지 않고, 곧 있으면 하늘에 찌부러져 죽을 판입니다. 사람들은 신을 원망하며 구멍을 찾을 생각만 합니다. 그러나! 저는 다릅니다. 저는..." 종이를 죽죽 찢는다. "하늘을 뚫고 나옵니다! 마냥 기다리지 않고 실천에 옮기는 사람, 하늘을 찢는 파워가 있는 사람, 바로 저 하명란입니다." 재밌을 것 같았다.

시간이 더 있었으면 다른 걸 생각해냈을까? 아무튼, 저까지 생각했을 때 자기소개가 시작되었다. 나는 세번째 생각으로 나에 대해 이야기했고, 생각보다 더 많은 호응을 얻었다. 나 스스로도 꽤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이 나를 주목해주는 게 기분좋아서-사실은 거의 정신이 없었다.- "하늘을 뚫고 나옵니다!"를 말할 때 찢은 종이를 큰 행동으로 흩뿌려버려 자기소개 시간이 끝나고 치운다고 고생한 건 문제였지만.

내가 한 저 소개는 너무 잘난 체 하는 게 기분 나쁘다고? 하늘을 어떻게 찢니, 라고? 장점을 한 가지 말할 때마다 꼭 단점이 한가지씩 붙어나오는 소개를 들어본 적 있다. 자기의 약한 점을 잘 알고 있다는 건 훌륭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무지 재밌게 하지 않는 이상 긴긴 이야기를 하는 건 사람들의 집중을 흩뜨리기에 딱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내 또래 학생들은.) 내가 누구인지 말하는 데, 꼭 단점을 밝히라고 하지 않은 이상, 좋은 점만 말하기도 벅차지 않나? 좀 재수없게 보이더라도 말이다. (솔직히 그게 왜 그리 재수없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서. 좋은 것 좀 말한다고 남한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오늘 개학해서, 할 일 없이 책상앞에 멍청하게 앉아있다가 옛 일이 떠올라서 적어봤다. 음... 한번 생각해볼만 한 일이다. 꼭 A4용지가 아니더라도, 갑자기 뭘 하나 내주면서 이걸로 당신이 누군지 말해봐! 라고 하면 나는 나의 어떤 점을 말할 수 있을까 하는 것. 나의 너그러운 면? 나의 재미있는 면? 나의 귀여운 면? 지금 이 글을 읽고있는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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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2-13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아주 멋진 자기 소개네요... 멋진 퍼포먼스..
저는 아직도 자기소개하라면 언제나 쭈삣거리다 마는데;; ^^

플라시보 2004-02-13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는 글쎄요. A4용지를 한장 주면서 소개를 해 보라고 하면 그냥 자기 소개서 따위나 끄적거리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흐흐

만월의꿈 2004-02-13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는.. 못하겠는데요,;;;; 그 단시간안에 그렇게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리시다니.. 대단하십니다.

_ 2004-02-13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자개소개, 그리고 A4지 하나 딸랑 주어졌다면, 그래서 요즘의 저를 소개해야 한다면 종이를 갈갈이 찢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무렵 명란님의 '세번째'를 읽었습니다. 저랑 그 의미는 다르지만 행위가 같아(?) 일면 놀랬고 또 일면 우습네요 ^^ (물론, 많은 이들 앞에서 그렇게 할 자신은 없습니다만.;;;)

책읽는나무 2004-02-13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과히 명란님의 재치가 넘치네요...그짧은순간에 시선을 압도할수 있는 강력한 그무언가를 생각해낸다는건 정말 아무나 할수가 있는 일은 아닌듯해요....그리고 옆에서 쭉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버드나무님이랑 명란님은 뜻이 잘 통하는것 같구요...ㅋㅋ....참 이생각도 나네요..제가 고1때였나??...암튼 미술시간에 한번은 선생님이 과제를 내주시길...흰스케치북에 자신의 내면상태를 그려보라고 하시면서 담주에 그것을 들고 발표를 하라는 과제를 내주셨는데..좀 황당하더군요...근데 좀 괴짜기질이 있는지라...좀 이런 특이한 수업을 좋아했었던것 같아요...지금도 그렇지만...^^....암튼...그림소질이 없는 저로서는 영 반가운게 아니었죠...아주 유치한 그림을 몇개 그려가지구서 앞에 나가서 뭐라고 뭐라고 주절주절 했더니....첨에 내그림 보고 인상 찡그리시던 선생님왈...."꿈보다 해몽이 낫다~~"....그때 딱한번 높은 점수를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물론 저뿐만 아니라...높은 점수 받은 사람도 많았지만요...암튼...그때 그기억이 얼핏 나는데.....님처럼 저렇게 A4지에 자기소개를 하란 명제가 주어졌을땐 저또한 그냥 자기소개서 적고 있는 저자신을 발견할것 같네요..ㅎㅎㅎ

明卵 2004-02-23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소개라고들 해 주시다니... 저는 '훗, 그정도니?'하면서 더 번뜩이는 자기 소개방법을 적어주실 거라 생각하고 잔뜩 쫄아있었는데요.^^ 다들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서 그렇지, 아마 그런 일이 진짜 닥치면 훨씬 대단한 소개를 해내실 것 같아요. 자신의 장점을 꼭 집어서 다른 이의 뇌리에 박아놓을 수 있는 그런 거요. (그러고보니 저거 하고 나서 부원들이 제 이름은 몰라도 얼굴과 소개내용은 기억하더군요. 하늘을 찢는 괴력의 여인이라고..ㅎㅎ)

明卵 2004-02-13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는 나무님, 그것도 참 재밌을 것 같습니다. 내면을 나타내라니... 갑자기 그 (님의 말에 의하면) 유치한 그림 몇 개가 보고싶어집니다. 전혀 유치하지 않을 것 같은.

윤언경 2004-02-15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자기소개 한번 특이하네 언니.. 난 새 학년 올라가서 자기소개 하라고 하면 아직도 이름, 나이(당연한거-0-), 취미, 특기, 가족관계 밖에 안하는데=_=;;; 그래도 제일 마지막 멘트는 있는말 없는말 다 넣어가면서 주저리를 한다지.;

박경애 2013-09-03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빵터졋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명란아
한장 자기소개 구글링햇다가 니꺼나옴
나 깜놀
 

마유의 정신세계가 드러난다. 한마디로 간단히 말하자면, 미쳤다. 그런데 참 우스운 것은 이렇게 가혹하게 마유를 정의하는 나지만, 그녀에게서 내 모습을 봤다는 거다. 어쩌면 '그래도 내가 제일 불쌍한 건 아니야'라는 말은 누구나 무의식적어로 떠올리고 그리는 말일지도 모른다. 내가 그렇다. 아무리 괴로운 일이 있어도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꾸짖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나보다 더 힘든 친구, 나보다 더 괴로운 사람들. 만약 내가 이들을 잃는다면, 다시 말해, 머리가 터지도록 생각해 봐도 내가 제일 불쌍해!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나는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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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4-02-09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란님! 잘 지내셨나요?
월광천녀, 몇 년 전에 한 십여권 보고는 그 후로는 못보았는데,
그림도 멋있고, 상상력이 풍부한 전개도 좋고, (가끔 잔인하고 끔찍한 내용도 있지만...) 가끔 화려한 옷의 문양도 덤으로 볼 수 있고...
완간되었는지 안되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明卵 2004-02-22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입니다. ^^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묻게 하는 작품. 괘씸한 것은 그 어디에도 질문에 대한 답은 나와있지 않다는 데 있다. 심지어 여기에서는 주인공 나쉬가 스스로 던진 질문과 다른 인물들에 대한 궁금증의 답변도 전혀 서술하고 있지 않다. 분명 작가는 저 하늘 위에서 이들 모두의 생각과 모습을 읽고 있을 터인데 군더더기는 포커스 아웃 해 버리고 나쉬가 음악이 흐르듯 부닥치는 우연들만을 다룬다. 이렇듯 김빠진 느낌을 만들어내는, 때려주고 싶은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빨려들어가 버린 나를 느낀다. 이 책은 꼭 다시 한번 더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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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가미 2004-02-15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상적인 책...대각선으로 너른 벌판을 가로지르는 그 장대한 벽..!!

_ 2004-02-24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의 음악은 제가 접한 폴오스터의 작품중 단연 으뜸이 아니었나는 생각입니다. 폴 오스터의 굵은 테마중 하나가 우연이다 보니, 후속작들은 우연의 음악보다 큰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던것 같군요.

환상의 책이 나왔는데, 뉴욕3부작에서 극히 실망스러움을 느껴 잡기 망설여 지는군요.
 

오랜만에 만화책을 읽었다. 스바루 10. 소다 마사히토의 작품들 중에 가장 역동적인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다. 한권 내내 격렬하게 뒤틀어놓은 이 무시무시한 천재의 타오를 것 같은 기운 때문이다. 이 작가의 작품에는 숱한 천재들이 나오는데, 스바루는 그 중에서도 가장 비현실적이자 인간의 한계에 대해 도전적인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이런 발레리나가 있다면 얼마나 섬뜩할고. 그러나 나는 만화라는 이름으로 많은 것을 용서하는 사람인데다, 이 갈긴듯도 하고 온 힘을 주어 그어 내린듯도 한 펜선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11권을 목빼고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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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01-29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저도 스바루 보고 싶어욧... -,-

K②AYN-쿄코 2004-01-29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에 스바루 1권을 읽었을때 쿄코는 약간의 무서움마저 느꼈다죠..ㅇ_ㅇ..;

明卵 2004-01-30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바루 1권 읽고 바로 빠졌어요.^^ 이 작가의 작품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죠. 말도 안돼! 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많지만 그렇기 때문에 재밌다고 생각해요. 흐.. 하긴 스바루가 좀 무시무시하긴 하죠?

明卵 2004-02-06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감당이 안 될겁니다. 공연을 한번 보고 나오면 기진맥진해서 엎어져버릴 걸요.^^
 

아무리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고 내 자신이 싫다!라고 부르짖을 때가 많다지만 역시 나만한 건 없다. 내가 없으면 그 어떤 것도 나에게는 의미가 없으니까, 사랑해줘야지. 남을 사랑하기 위해서도 내가 필요하다. (물론 이런 깜찍샬랄라스런 이유는 나랑 별 상관없다만 한번 적어봤다.) 사진은 7살 때 모습. 보라색 스타킹이 처음 본 사람으로 하게끔 나를 잊을 수 없게 만든다.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적격인 코디도 코디지만, 이런 패션은 아무나 소화하는 게 아니다. 역시 나는 뛰어난 옷걸이였다.
위의 사진과 일종의 시리즈로 같은 날 찍었으니 두번째 사진 속의 나도 당연히 7살이다. 내가 뛰어난 옷걸이일 뿐만 아니라 훌륭한 모델이기도 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저 고난도의 포즈와 앙증맞게 다물어진 입술하며 탁월한 시선처리, 각도의 감각적인 선택을 보라!

아. 그리고, 스캔을 좀 삐꾸로 해서 그렇지 저 옷 상당히 럭셔리하다.

 

 

 

 

 

 

 


 

 

 

 

 

 

 

 

 

 

 

 

살포시 올린 손과 약간 기울여 준 얼굴에서 어릴 적 보인 모델의 자질을 엿볼 수 있기는 하나,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이젠 코디도 옛날같지 못하고 얼굴은 내놓기가 슬프다. 그런데 저 팔이 왜 저따구가 됐는지는 나 스스로도 모르겠다. 내 팔이 많이 굵긴 한데 저정도는 아니거든. 특히 손목 부분은 우람하신 팔뚝님과 안 어울리게 굉장히 갸냘파서 손목만 내놓으면 팔 두께를 완전 착각하게 할 수 있을 정돈데, 저 시기에 잠시 본분-나를 좀 더 가느다랗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을 잊었던가보다.

최근에 찍은 내 사진들은 디카 속에 잠자고 있는데 연결해서 끄집어내기가 심히 귀찮은 관계로 언젠가 방명록에 올린 적 있었던 사진을 가지고 와 본다. 요즘 내가 예쁘다는 소리를 들은 곳은 오로지 두군데, 눈동자와 입술이다. 눈동자는 한명 뿐이지만 입술은 꽤 많은 이들에게서 들은 것 같다. 우리 반 반장양은 1학년 때도 우리 반이었는데, 매년 내 입술이 마치 만화에나 나오는 것 같다면서 가져가고 싶다고 말한다. (엄한 뜻은 아니다) 사진으로 보면 별로 예쁜 입술같지는 않으나 때때로 스스로가 '입술은 예쁘네.'하고 생각하도록 하는 걸 봐서 원판이 더 나은 모양. 아. 내 외모에 대한 평이 하나 더 있다. 아까 말한 이쁜이 반장양(빈말로 이쁜이가 아니라 얘는 예쁘장하게 생겼다. 반장 뽑혔을 때 선생님이 미모로 우리 반을 평정할 것이랬다.)은 재작년에 나보고 '아저씨같다'는 엄청난 발언을 했다. 충격. 그런데 작년에는 뭐랬는 줄 아는가? '할아버지같애'.............그래, 시간이 흘렀다 이거지. 늙수그리한 게 변삘만 흘러서 미안하게 됐수다ㅜㅜ 이쁜이라 뭐라지도 못하고. 호. 사실 관리를 안 하니 애착도 안 생기고, 이런 말도 신경은 안 쓰는데 이거 쓰다보니 갑자기 생각나서 적어봤다.


 

 

 

 

 

 

 

 

 

언젠가 괜찮다면 빈이를 서재로 초대하려 했건만, 불가능하게 됐다. 내가 빈이의 모습을 올려버리다니! 모자이크처리를 해야 했을까? 호주갔을 때 사진이다. 이때 모습 하나 올리려고 사진 디벼보다가  죽을 뻔 했다. 이놈의 사진들은 기억을 생생하게 부활시키는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함부로 보면 안 된다. 이젠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미지수이며, 그리워서 향수병 걸릴 지경인 타국땅에서 찍은 사진은 더더욱. 대체 이 나라의 무엇이 나를 이렇게 끌어들이는가? 고작 한달 있었을 뿐인데? 모르겠다. 저 앞에서 나를 고민하게 만든 장본인인 빈이, 그러니까 서빈이는 홈스테이 파트너였다. 한 살 어린데, 책 많이 읽고 글도 잘 쓰며 여러모로 나랑 닮은 점이 많다. 물론 다른 점도. 얘 이야기를 하려면 끝이 없으니 이쯤에서 접고, 저 시기의 나에 대해 설명하자면 우선 상당히 살이 쪘었다. 살면서 가장 뚱뚱했던 시기에 호주에 갔었다. 호주에서 더 쪘냐고? 아니. 아주 약간 슬림해져서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즉시 비만 클리닉에 들어가야만 했다.) 사진은 2월 7일에 찍은 거니까, 집에 돌아갈 날이 가까워질 때였구나. 그렇다면 두꺼운 수학 문제집을 들고다니며 도서관에서 풀어제끼고 있었겠다. 한달동안 한권 다 풀겠다고 약속했는데 손도 안 대서 마지막 몇 일간은 무척 고생했었으니. 결과를 밝히자면 다 못 풀었다. 초콜릿 가게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 Darrell Lea던가? 아무튼 비슷한 이름의 가게 초콜릿과 밀키 바를 빈이와 즐겨먹었다.

얼라리. 처음에는 사진만 몇 개 올리고 끝낼 생각이었는데 주절주절 많이 적은 것 같구만.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계속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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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언경 2004-01-27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3번째 사진은 누가 찍어준거여?-_- 언니 7살 때 모습이랑 비슷한 사진 울집에도 있지렁~
내가 갓난애기 때 언니랑 나랑 같이 찍은 사진.ㅎㅎ;; 그 땐 내 모습이 참으로 처량했다지..
근데 난 언니 안경 벗은 모습 첨 보는 것 같은데-_-

ceylontea 2004-01-29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러워라... 깨끗한 저 피부... 한참 피어나는 저 뽀얀피부...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을까요? 전 피부가 좋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네요..

ceylontea 2004-01-29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맨 마지막 사진에서느느 누구지요? 제일 오른쪽에 빨간소매 흰티셔츠인가요?

明卵 2004-01-30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알아보기가 힘드나요? 덤으로 알려드리자면 그 옆에 있는 애가 빈이랍니다. 그리고 저 피부 별로 안 깨끗해요-.-

2004-05-17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모자이크 처리 해주지... 너무해요~
아 그 수학문제집! 풀어야 하는데 하면서 아마 놀았었죠??
그리구 그 밀크바! 한국에서 찾아보니까 없던데...
정말 맛있었는데... 안타깝다... (쩝쩝)

明卵 2004-05-17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가 언제부터 나한테 존대를 했냐? 후후... 아무튼 오랜다고 와주니 고맙네. ^^
근데, 문제는 모자이크 처리라는 고난이도의 기술을 내가 모른다는 거지! 아하하~
그리고 밀키바.. 너무 먹고싶다ㅜㅜ 그 초콜릿가게 초콜릿도 먹고 싶고...
근데, 진짜 거기 이름이 뭐였냐? Darrell Lea 맞나? 엄마가 초콜릿 봉지를 갖다 버렸단 거 아니겠니. 내가 고이 싸서 통에 넣어놨었는데;;

싸리꽃 2004-10-10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반말로... 밀키바 비슷한 초콜릿을 찾았는데 너무 비싸다는...
놀라운 가격1200원!!! 아~ 밀키바~ 그리고 그 초콜릿가게의 커피맛하고
팀탬이었나?? 그 과자!!!

明卵 2004-10-11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정말?! 밀키바 비슷한 초콜릿이라니+ㅁ+!! 1200원이라도 한 번은 꼭 먹어봐줘야겠네. 어디서 살 수 있을까? 아, 나도 최근 밀키바 비슷한 녀석을 찾았어. 해태의 '화이트 쿠키&크림 초콜릿'. 이건 500원이던데^^
초콜릿 가게의 커피맛?! 오오오!! 그건 또 어디서 찾은 거야? 정말 꼭 먹어보고 싶어. (사실 그 중에 라스베리맛이 제일 그리워.)
게다가 TimTam이라고! 우와!! 3달러 95센트하던, 달콤하던 그 과자! (훗, 정말 기억력 뛰어나지 않냐?...라고 하고 싶지만 나는 기억력이 나쁘므로 적어놓은 걸 참조했음. 호호;;) 진짜 먹고 싶다ㅠㅠ 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