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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 - 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
김별아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요즘은 뉴스 보기가 겁이 난다. 가장 신뢰할 수 있으며 가장 편안해야 할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악행들의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도 어느새 무뎌진 나를 깨닫는 것이 무서워지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들은 ‘모두 안녕하십니까?’라는 물음을 던져본다. 살아가는 힘의 원동력이며, 슬픔과 갈등의 원천이기도 가족이라는 그 이름.
요즘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 ‘선덕여왕’에는 야심 많은 그러나 결국 비극의 주인공이기도 한 여인 ‘미실’이 등장한다. 김별아의 ‘미실’이 떠오른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필자는 <식구>(대교북스캔)라는 책으로 나와 가족의 의미를 다시 되짚어 볼 기회를 만났다.
책을 읽다보면 30대 주부인 작가의 가족에 대한 심도 있는 시선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가족들에 대한 생각을 통해 딸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한 여성으로서의 갈등과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체념에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새로운 시선으로 희망적인 ‘가족의 지금’에 다시 힘을 얻게 된다. 김별아는 말한다. 가족의 모습을 정형화 시키며 그 안의 행복을 조건화시키지 말라고. 다양한 가족, 무언가 부족하고 삐거덕거리는 관계의 얽힘이 가족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행복을 뻔한 틀 속에 가두고 박제화시킬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불행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행복을 배양하고 증식시켜야 한다. 혼자서도 행복하고, 헤어져서도 행복하고, 다시 만나서도 행복하고, 상처와 장애와 실패와 절망 속에 마저 행복할 수 있도록. 그럴 때에야 비로소 함께 살아서 더욱 행복한 가족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이란 ‘자기’들을 인정해주는 이해의 테두리인 것이다. 그런 ‘자기’들이 우선이어야 하며 비로소 가족이란 이름으로 사랑과 정서적 지지를 주고받아야 함을, 아니 주고받을 수 있음을 얘기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 <식구>.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본질은 모르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데도 서로에 대해 더 알려고 하지 않는지, 짧은 에피소드들을 통해 다양하게 조명된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읽혀지지만, 한 번씩 숨을 고르며 생각하게끔 한다. 나, 안녕히 잘 있는지, 그리고 우리 가족, 안녕히 잘 있는지. 가족 얼굴들 가슴 속에 그리며 따뜻하게 보듬어 본다. 오늘은 정말 나의 <식구>가 그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