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베개를 안베고 잔답니다...
신혼때 나에겐 베개가 없었지요.
우리집엔 베개가 달랑 한개...그리고 납작하게 업드려있는 강아지인형한개....(저흰 신혼살림을 간소하게 준비해서 결혼했고..살면서 하나씩하나씩 장만해나갔답니다..)
신혼살림을 장만하러 시장엘 갔는데..남푠이 베개를 사면서 자기껏만 사드라구요..그리곤..내가 있잖아..내가 팔베개 해줄껀데..니꺼는 없어도 된다~~~ 헐...꼬꼬댁꼬꼬...닭살이지요? ㅋㅋㅋ 하지만 뭐 신혼을 지내보신분들이야 다들 아시겠지요? 이때의 분위기란.ㅎㅎㅎ
그렇게 몇달이 흘렀고..같이 서울엘 가게 되었는데..길거리에서 강아지 인형을 마구 구루마에 놓고 팔고 있었읍죠..남푠이 거기로 접근하더니 저 인형이 어떠나고 묻더이다..저는 물론 좋다구 저에게 안겨줄려구 그러나 싶어 입이 귀에 걸렸드랬죠..집에오니..오늘부터 니 베개는 그기다~~~헐...저 눈똥그래가지구..왜????그렇게 반박하며 늘 새벽엔 남푠의 팔로 옮겨가곤 했답니다. 약간 위험수위인가요?이내용?ㅋㅋㅋ
남푠이 저의 머리가 무거워서 강아지 인형을 사준거란걸 알고는 저 한동안 삐쳤드랬습니다..
그리고 그 강아지 인형이 납작해져서리..배가 한겹에 가까울때쯤 조용히 쓰레기로 버려지고서부턴 저는 베개를 안베고 잔답니다...목에 뭐가 괴여 있으면 불편해져버리더군요..
그렇게 10년 가까이 세월이 지나고 작년에 여기에 이사오면서부터 아이들이 각방을 사용하고 남푠과 저는 둘이서만 거실에서 자게 되었지요..(그동안 아이들과 같이 잤었답니다..) 여전히 베개를 베지 않고 자는 제가 안쓰러운지..아님 다시 옛날생각???이 소록소록 나는지 요즘 남푠은 새벽녘이 되면 슬며시 저의 머리를 자신의 팔에 올려놓습니다..저는 으응?~~~ 하면서 모른체하고 뒤척이며 자리를 잡지요.ㅋㅋㅋ 너무 속보였나요?
이렇게 세월은 돌고 도는 것인가봅니다..한참 살고볼일입니다..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