뿡! 방귀 뀌는 나무 어린이 자연 학교 1
리오넬 이냐르 외 글, 얀 르브리 그림, 김보경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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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달전에 도서관에서 [풀들의 전략] 이라는 책을 빌려다 본적이 있다. 그속에는 길가에 흩어져 자라던  하찮은 풀들이 얼마나 머리를 굴려서 계획을 짜고 번식을 해나가는지에 대해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 전에는 그저 꽃이 좋아 식물도감을 들여다 보았지만 그책을 본 뒤로는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좋아하게 되었다.  

  아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생물들의 왠지 괴짜스러운 이야기들, 과학을 정통적인 방법으로 설명하기보단 흥미로운 이야기속에서 들여다보는 것들을 다룬책같은거 말이다. 이책도 아들이 참 흥미로워 할것 같다. 참고로 아들은 중학교 2학년이며 책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들은 흥미롭게 잘 보겠지만 그닥 책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에겐 또 다른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이책을 더 어린 아이들에게 읽히기에 부담스럽다면 엄마가 한번 정독하고 산책을 하면서 이러이런 식물도 있다네...그런형식으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게 좀더 나은 방법같다. 물론 다 이야기로 들려주면 책을 읽을 기회를 놓치게 되니 커다란 흥미를 줄만한 식물은 직접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넌지시 권하는 것도 잊지 말자.후훗~

 이 책은 아동용이지만 그속에 든 지식은 어른들이 들어보지 못한것 투성이다. 간혹 세상에서 가장 큰 버섯인 말불버섯이 번식하는 방법이 바로 소리없이 방귀를 뀌는것과 같은 행태라는 것! 세상에 나무가 방귀를 뀌다니요~ 너무나 흥미롭지 않은가? 이렇게 소리없이 방귀를 뀌는 이유가 수백만개의 미세한 홀씨를 바람에 날려보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렇듯 자연은 자연을 이용하며 스스로를 이어왔다.  

  난생처음 알게된 분출오이라는 식물은 식물도감에서도 볼 수 없었는데 얼마나 특이한 행동(?)을 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림을 보니 생긴건 오이처럼 생기진 않았고 배가 볼록한 작은 럭비공처럼 생겼다. 이것이 풀숲에 숨어 있다가 당나귀 같은 것들이 풀을 뜯으려고 다가오면 곧바로 침같은 액체를 쏘아댄단다. 정말 웃기는 일이다. ㅎㅎㅎ이렇게 초식동물의 얼굴에다가 수액을 뱉아내는 이유는 자신의 씨앗을 옮기기 위해서란다. 이속에 들어있는 씨앗은 3~6미터까지 날아갈 수 있다니 얼마나 똑똑한 식물인가!

  책의 내용중에 우리가 알고있거나 체험한 내용도 나온다. 간혹 버드나무밑을 지날때 왜 침이 튀는 것처럼 느껴졌을까? 이제보니 버드나무에 살고있는 거품벌레 때문이었다. 버드나무의 수액을 빨아먹고 사는 이 벌레는 수액을 이용해 거품막을 뿜어놓고 그속에 들어가 자신의 몸을 지키는 거란다. 그러니 그 밑을 지나는 우리에게 거품이 튈수 밖에 없겠다. 이제부터 버드나무 밑에서 다정하게 이야기하다 서로 침튀었다고 다투지 마시길...핫!핫!핫! 


  우리가 길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애기똥풀은 줄기를 꺾으면 아기똥색과 같은 유액이 나온다. 불쾌한 냄새도 풍긴다. 이런것은 우리가 다 아는 이야기지만 좀더 깊이 들어가면 무시무시해진다. 이 유액에는 라텍스가 들어있는데 이 물질은 적을 마비시키는 힘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독극물을 만드는데 이 것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이처럼 식물들은 자신들이 살아남기위해서 천적을 독살하는 무서운 힘도 있다. 또   길가나 풀밭에 흔하디 흔한 민들레는 프랑스에서는 아주 맛 좋은 샐러드로 변신하기도 한단다. 민들레에는 동일한 양의 우유보다 칼슘이 더 많이 들어 있어서 건강에 아주 좋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민들레환 같은 식품이 인기 있는 것 같다. 

  책의 구성을 보면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식물을 그룹화 시켰으며 각각의 식물을 세밀화로 소개해 놓았다. 중간중간에 만화를 보는 듯한 삽화로 재미난 이야기거리를 전하는 점은 아이들이 좋아라 할 듯하다. 뒤에 다 소개하지 못한 또다른 식물들을 한 장 분량으로 추가 해놓았다.  부록으로 소개된 것들중에도 특이하다 싶은 것들을 부로마이드형식으로 만들어 들어있으니 안그래도 벽그림을 보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겐 딱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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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 씨앗
왕자오자오 지음, 황선영 옮김, 황리 그림 / 하늘파란상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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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에서 제일 먼저 보는것이 그림인데 이책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친근감 가는 화풍의 따스함이 묻어 나온다.  무엇보다도 그림을 좋아라 한다는 것 그것이 초등6학년의 딸을 가진 내가 아직까지도 그림책을 놓지 못하는 까닭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참 여러 성격의 아이들을 보아왔다. 물론 내아이는 둘이지만 집으로 데리고온 아이의 친구들, 이웃의 아이들, 또 친척의 아이들.... 그 아이들 모두의 성격을 부러워 했었다.  먹을 것에 욕심내는 아이, 책욕심이 많은 아이, 장난감욕심이 많은 아이, 이야기를 조근조근 잘 해대는 아이등....하지만 그아이들 모두 내 아이일 수 없듯이 내아이 또한 그 아이들이 될 수 없다는게 내 결론이다.  

 [안의 씨앗]에도 세 동자승이 등장하는데  승부욕강하고 욕심많은 본, 이리저리 따져보고 완벽을 추구하려는 정, 우선은 손안에 받아든 씨앗에 흥미를 느끼며 서둘지 않는 안....노스님이 연꽃씨앗을 주신때는 흰눈이 퐁퐁 나리는 한겨울인데 달려가 괭이를 찾는 동자승이나 거창한 화분부터 준비하는 동자승이다.후훗... 

 안은 무슨생각인지 주머니에 씨앗을 넣어두기만 할 뿐 씨앗을 위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안은 절간의 일을 하나하나 평소처럼 해나가지만 다른 두 동자승은 씨앗에만 메달려 땅을 파거나 연꽃에 대한 책을 읽느라 시간을 보낸다.

 급하게도 연꽃씨앗을 심은 본은 추운겨울 싹이 트기만을 기다리다 지쳐서 울분을 참지 못한다. 씨앗을 싹틔우는데 필요한게  오직 책인것 같아보이는 정은 책만 파고든다. 흰눈이 잔뜩쌓인 절간을 쓸어대는 건 늘 묵묵히 제 할일을 해내는  "안"이다.  

  오랜 연구와 최고의 화분에다 심었던 정의 씨앗도 싹을 틔운지 몇일째 되는 날 시들어 버리고 만다.  그사이 절간의 살림은 "안"이 평소대로 잘 해 나갔다. 그렇게 겨울을 보내고 싱그러운 봄이 오자 "안"이 씨앗을 심을 생각을 한다. 

  참 남다른 동자승인 "안"은 불가의 가르침을 받아서 이런 성품이 가능한 걸까? 기다릴 줄 알고 그 때를 알며 제 곳을 아는 그런 사람....그게 가장 어려운 가르침 같다. 그림동화책이지만 생각함에 따라 다양한 가르침을 주는 이야기이다.  이책을 읽는 어른인 나도 삶에 대한 태도를 반성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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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만의 규칙 생각하는 책이 좋아 1
신시아 로드 지음, 김영선 옮김, 최정인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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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인공이 초등학생인 이책이 왜 중학생권장도서인지 무척 궁금했다. 그렇지만 다 읽고 나니 왜 수준을 그렇게 정해 놓았는지 알것 같다. 실제로 해마다 장애인의 날을 앞뒤로 하여 독서또는 글짓기같은 행사가 치러지지만 아이에게 마땅히 읽힐 책이 부족했었다. 여기 이책을 청소년에게 그리고 부모님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 이제 열두살인 캐서린은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하지만 마음까지 털어놓는 친한친구는 이번여름에 아빠에게 가서 방학을 보낸단다. (미국의 평범한가정처럼 친구의 부모도 이혼을 했다) 모든아이들이 방학에 친한친구랑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붙어있고 싶을법한데 캐서린은 그것도 맘대로 안된다.그치만 옆집에 또래의 친구가 이사오게 되어서 무지 설레인다. 

 사실 캐서린은 범상치 않은 동생이 있다. 자폐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데이비드. 데이비드는 다른 사람과 대화가 힘들다. 우리가 익히 듣고 보았던 자폐증이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서린은 동생과 대화하는 법을 알고 있다. 바로 자신이 정한 규칙을 동생에게 지키게 하고 동생이 광적으로 좋아하는 아놀드 로벨이라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속 주인공들의 대화를 인용해서 서로의 감정을 나눈다. 하지만, 캐서린의 엄마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대화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며 캐서린과 데이비드의 특이한 대화법(?)을 반대한다.  

 이책에 아주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하는 아놀드 로벨이라는 작가의 작품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작품이다. 주인공이 개구리와 두꺼비인데 나의 딸도 이 시리즈를 아주 좋아라했다.  작가는 친구사이의 감정과 자신의 감정을  순수한 언어에 아주 잘 녹아들게 썼다. 사실 이 책에 갑자기 등장한 개구리와 두꺼비의 대화에 당황하지 않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데이비드는 자신의 감정을 개구리와 두꺼비가 했던 말로써 잘 표현하고 있다. 물론 캐서린도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너무나 잘 표현되어지고 있고 말이다.   

 캐서린이 동생에게 알려준 규직중엔 마치 인생잠언처럼 들리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때로는 처한 상황에서 가능한 한 최선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라든지   "한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새로운 문제를 낳을 수 있다.",....등등. 이중에서 "늦는 것은 안 온다는 뜻이 아니다"라는 규칙은 늘 약속시간에 늦는 아빠를 기다리는 데이비드에게 캐서린이 수도 없이 쓰는 말이기도 하지만  데이비드는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규칙이기도 하다.  또한, "필요하면 다른 사람의 말을 빌려 써도 좋다."라는 규칙은 데이비드가  아빠를 기다를때 지나가는 차들을 세면서 내뱉는 말인 -온 세상에 단추가 널렸지만,내가 찾는 단추는 아무대도 없어(유명한 작가 아놀드 로벨의 동화책에 나오는 말)-라고 할때  데이비드가 찰떡처럼 잘 써먹는 규칙이다. 이렇듯 규칙하나하나가 부서질듯 위태로운 동생에 대한 누나의 애정과 관심이 담겨져 있다.

  자기몸을 스스로 움직일 수 없고 말을 하지 못하는 친구인 제이슨의 의사소통수단은 낱말카드이다.그 카드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몇개 없다. 우리가 아는 미묘한 감정의 표현들. 한가지 감정도 수많은 어휘를 선택해서 사용하는 보통사람과는 달리 제이슨은 다른사람이 제한적으로 만들어준 단어카드에서 자신의 감정을 선택해서 표현해야 한다. 그런 제이슨을 보고 캐서린이 나선다. 마음씀씀이가 보통이 아닌 아이인 캐서린은 자신의 그림솜씨로 다소 밋밋한 낱말카드를 섬세하고 다양한 그림으로 자신이 알고있는 수많은 단어들을 골라서 꾸며준다. 하지만 캐서린은 낱말카드엔 없었던 다양한 감정들을 실제 제이슨이 모를꺼라고 생각했나보다. 모든행동에 제약을 받는 평범하지 않은 제이슨에게도 수없이 복잡한 감정들이 이미 존재하고 다 이해하고 있었다. 캐서린만이 모를 뿐...

 참 사랑스럽고 믿음직한 캐서린은 엄마를 도와 통제불능인 동생을 돌볼줄 안다. 하지만 가슴한켠엔 엄마의 관심이, 아빠의 사랑이 동생데이비드에게만 편중되는것에 아픔을 느낀다. 여기서 하루하루 커가는 캐서린의 마음이 느껴진다. 이런 문제는 수많은 이런 가정들이 겪는 고통일 것이다. 그렇다고 캐서린의 엄마와 아빠가 전혀 캐서린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실제로 동생데이비드가 치료를 받고 그것을 기다리는 동안에 엄마는 캐서린을 위해 책을 읽어준다. 어쩌면 그것만이 캐서린을, 캐서린만을 위한 애정의 표현이지 싶다.  

 이책의 작가인 신시아 로드는 실제로 자폐증을 가진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녀도 자신의 아이와 이런 사랑스런 대화를 나눌까...궁금해지기도 한다.  작가는 이책에서 자폐증을 가진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행복한 순간들과 가슴이 부서지는 것 같은 순간들도.... 이말에 참 가슴이 먹먹해 졌다. 책의 후반부에 캐서린이 데이비드가 치료받는 병원에서 알게된 아이인 제이슨과 함께 우정을 나누다가 자신이 사실은 얼마나 그동안 데이비드를 부끄러워 했었는가, 자신의 친구인 제이슨에게도 솔직하지 못한 감정을 갖고 있었는가를 깨달게 되는 부분이 있다. 캐서린은 자폐증인 데이비드가 다른사람의 주목을 끌거나,한바탕 소동을 벌일때, 말하지 못하며 혼자서 걷지못하고 때때로 발작을 하는 제이슨과 같이 있을때 다른 이들이 데이비드와 제이슨을 어떻게 보는지 이야기한다. 그들의 눈에서 애처로움과 동정과 그리고 무시....그런 모든것들을 보아왔을 것이다. 그저  극복이 되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캐서린의 의식속에선 분노가 있었고 가슴이 저려오는 아픔을 느꼈던 것이다. 여기에서 나는 자폐증을 가진아이와 이아이의 가족이 느끼는 슬픔을 아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아픈가족을 돌보는 건강한 가족구성원, 그들에게서 늘 희망만이 존재하진 않는다는 것...끝내 캐서린은 옆집에 새로이사와서 친구가 된 크리스티에게도 솔직하지 못한것을 고백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제이슨이란 아이는 말도 못하고 혼자 다니지도 못하는 것 때문에 같이 댄스파티에 갈수 없다는 것을 밝히지 못한것이 너무 부끄러웠던것이다. 그것을 깨달게 되는 계기가 제이슨의 질문속에서였다.  그냥 평범하고 건강한  친구와 몸이 불편해 자신의 도움이 절실했던 친구를 동시에 가지게 된 캐서린은 참 힘들었을 것이다. 어느 한쪽의 편에서도 설 수 없는 자신의 심정을 들키기 싫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 여름방학이 끝나면 자신의 감정을 하나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진실한 친구에게는 이 모든것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한뼘 더 자란 여자로 성장해 있겠지...가슴속에 따스함이 밀려온다. 화이팅! 캐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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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일의 겨울 사거리의 거북이 10
자비에 로랑 쁘띠 지음, 김동찬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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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가 참 포근하다. 막상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글의 내용은 몽골의 매서운 겨울을 묘사하는 내용이 많다. 하지만 표지에서는 그 겨울을 이겨내고 마침내 봄바람이 알랑이듯 따스한 노랑과 연두의 조화가 감격스럽다고나 할까... 

 48톤이나 되는 트럭을 타고 10시간을 달려 도착한 차궁엔 어린 갈샨이 태어나 채 다섯번도 보지 못한 할아버지가 산다. 장차 태어날 동생이 엄마를 몹시도 힘들게 해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집안일에 신경을 써서는 안된다는 말이다.즉 돌보는 엄마의 역할보다는 보살핌을 받는 쪽이어야한다)  의사의 소견에 따라 좁디좁은 집을 떠나 멀리 할아버지에게 맡겨지는 이 아이는 확실하게 엄마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내놓여 지게 된다. 갈샨은 할아버지를 '미친 늙은이'라고 하면서까지 엄마곁은 떠나지 않으려하지만 부모의 결정은 완고했다.

 몽골도 이제 도시화가 되어 갈샨이 사는곳도 도시의 좁은 아파트로 드넓은 초원과는 비교되는 곳이다. 갈샨의 친구는 관광객의 1달러를 받기위해 온종일 전통의상을 빼입고 거리를 서성인다. 그런것이 못마땅했던 갈샨은 어쩌면 할아버지가 사는 초원의 차궁이 더 어울릴것 같다. 장성한 아들이 영어선생질(?)이나 하던 여자와 결혼을 하고 집안대대로 내려오던 초원에서 말을 타며 양떼를 치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래로 참 많이도 서운했으리라 짐작가지만 갈샨을 대하는 태도는 싸늘하기만 하다.                                                                                    

 하지만 손녀에게 재무쇠라는 말을 주며 초원을 달리게 하거나 전통적으로 남자들의 소관인 검독수리를 길들이는 일등을 하게 함으로써 되도록이면 많은 것을 갈샨에게 가르쳐주려한다. 교육과 감독관과 다툼을 하면서까지 갈샨을 중학교에 보내지않고 자신이 가진것을 하나라도 더 가르쳐야한다고 생각한다.그것이 자신이 할일이라고....

 늙은 할아버지로서 첫손녀딸인 갈샨이 어찌 귀하지 않았을까, 다만 같이 지낼 시간만이 둘의 사이를 발전시킬수 있을 것이다. 153일이란 시간은 갈샨에게도 할아버지 바이타르에게도 의미있는 시간이 되어간다.  글을 읽는 법을 배우지못한 할아버지는 어느날 갈샨의 책을 넘겨본다.  

 "그래, 책을 열면 글자들이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겠나,하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렇지 않구나. 글자들이 책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아." (페이지 77 ) 

 나에게는 할아버지의 이런생각들이 때묻지 않은 아이처럼 순수함에서 오는 것일거라고 생각되었다. 또한 이런행동은 그동안 할아버지가 자연을 대해오던 삶의 방식이다. 추운겨울 게르안에서 따스한 불을 피우고 손녀가 읽어내려가는 [노인과 바다] 를 듣는다.  한번도 바다를 본적이 없는 할아버지는 그렇게 손녀를 통해 먼 바다를 느낀다. 어쩜 할아버지의 갈샨에 대한 사랑이 더해지면서 게르안은 점점더 따뜻해지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갈샨은 바이타르를 '아타스*(할아버지)'라고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차궁의 겨울은 매서웠다. 다브카르 쭈트-죽음의 흰 가루 ,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엄청난 눈폭풍이 닥쳐오고 할아버지는 게르안의 태울만한 모든것들을 다 태우면서까지 추위에 떠는 어린 손녀를 지켜낸다. 그리고 이번엔 갈샨이 할아버지를 지켜낼 차례.....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교육과 감독관 '힐방쭈과아'.참 괴상한 이름도 다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몽골의 추위만큼 등장하는 이름들이 생경했으나 그나름의 매력이 끊이질 않는다. 힐방쭈과아는 미친늙은이라고 생각하는 바이타르가 어떻게 그 혹독한 다브카르 쭈트를 예견했는지 알지 못한다. 단지 현실적이지 못한것과 과학적이지 못한것들에 대한 불신..미래에 대한 욕망등 그런 그는 아마도 우리 현세대들을 대표하고 있는 것이리라. 전통은 그것이 존재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늘 간과하고 만다.

 작가는 프랑스사람이라는데 몽골인의 마음을 어찌 이리 잘도 표현하고 있을까?  참 단순한 구조,간단한 이야기로 이렇게 풍부한 상념에 젖어들게 할까? 역시 작가라는 사람들은 우리와는 다른 이해의 폭으로 모든것을 대하는구나.또한번 느끼는 순간이다. 또한 우리말로 옮긴분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 우리말을 간간히 넣어서 더욱 글의 분위기를 아름답게 하였다. 인상깊은 장면이 있었는데 검독수리가 하늘을 날때 갈샨도 마치 검독수리가 되어 하늘을 나는것처럼 느끼는 것인데 과연 그게 가능하다는 것일까? (물론 그런걸 느끼는 사람은 일부라고 했다) 과연 몽골인들은 자연과 하나되어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는데 신비롭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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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30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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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라는 이름,

"글쟁이라......, 아버지가 진즉에 네 길을 정해 두었구나." (본문 126p) 


  이책은 천주교를 박해하던 시절에 책을 손으로 일일이 베껴쓰는 직업을 가진 필사쟁이의 주변인물들이 등장한다. 좋은 종이를 대주던 지물포, 필사쟁이에게 일을 주던 책방주인, 책방에서 몰래 천주학책을 구하던 천주교인들, 그리고 언문소설을 돌려읽던 우리서민들, 재미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던 전문이야기꾼 '전기수'등...  

 

  12살 장이는 필사쟁이인 아버지가 죽으면서 책방을 하는 서쾌의 돌봄속에 자란다. 12살이라는 나이는 아직 철이 들기에는 이르지만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아이에게는 더이상 자신을 위해 두둔해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한다.   

  이야기는 장이가 홍교리댁에 전해줄 상아책갈피를 허궁제비에게 빼앗기면서 마음을 졸이게 한다. 재미난 언문소설을 많이도 읽어서일까 홍교리나 서쾌에게 술술 거짓말로 둘러대곤 지물포에서 곤죽을 두들기고, 기생집에 팔려온 꼬맹이여자아이 낙심이에게 돈을 빌려서라도 허궁제비가 요구한 돈을 만들어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아무에게도 손벌릴때도 도움을 청할곳도 없고 무엇하나 쉽게 생각 할 수 없게 만드는 혼자만의 고립감,  어쩌면 아버지같이 자상함이 없는 서쾌에게서 자라서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알게모르게 혼자서 해결하려는 마음만이 커져있었다.

  이 일은 낙심이의 재빠른 입놀림으로 마무리지어지지만 그일로 장이는 한가지 사실을 헤아리게 되었다. 바로 자신 을 둘러싼 이웃들이 자신을 가엽게 여기고 있다는 것,  자신의 편을 들어 준다는 것이다. 혼자라고 생각하는 이에겐 이보다 더한 깨달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웃의 지나치듯 내뱉은 말에는 자신이 이미 책방주인의 양아들로 대접받고 있다는 것, 또한 서쾌는 그일 끝에 앞으로 감당할 수 없거든 자신에게 도움을 구하라는 말까지 한다. 자신의 아버지는 이미 죽었고 늘 혼자라고 생각해온 장이는 이런 깨달음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

  장이의 눈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이 소설에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선하다. 서로를 덮어준다. 악역인 허궁재비만 빼고 말이다. 인물들의 그런 모습은 이미 장이에게도 이입되어 결정적 사건이된 천주학쟁이를 잡아들이는 난리통에서 높은 양반이면서도 장이를 자상하게 대해 주었던 홍교리댁에 무작정 찾아가 장이가 그동안 알고도 모르게 심부름 했던 천주학책들을 모두 찾아 없애며 홍교리를 구하게 된다. 그리고 기생집의 낙심이가 걱정되어 다시 달려간다. 그것도 서쾌가 절대로 그리로는 가지말라고 단단히 일러두었는데도 말이다. 이부분은 장이의 마음이 얼마나 자랐는지, 이 아이가 얼마나 대범한지, 의리가 있는지도 보여준다. 서쾌와 주변인물들에게 받은 보살핌을 되돌려 주는 은연중의 행동이다.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장이와 죽은 아버지의 인연에 대해서 나오는데 그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참으로 소박한 작가의 글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소설이 아이를 대상으로 하지않고 어른을 대상으로 했다면, 시점이 장이가 아니었다면 이처럼 담백하게 글을 끝낼 수 있었을까?  나또한 지극히 어른들의 시점에서 상상력을 부풀려 왔었다. 혹시 장이가 기생 미적의 버려진 아이일까? 아니면 양반의 피를 물려받은 아이일까? 등..... 하지만 마지막 부분은 장이의 마음표현을 최대한 절재하면서 끝이 난다. 모든 사실을 한꺼번에 듣게 되는 장이는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그부분에서 그저 미소만 짓게 되었다.  

 

  과연 장이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이름난 필사쟁이가 될 수 있을까? 낙심이와는 어떻게 될지, 너와내가 모두 평등하다는 것을 알게된 천주교도들은 또 어떻게 될까? 궁금한점은 많지만 이야기는 모두 글을 읽은 아이들의 상상에 맡기고 있다.   

 

  글의 중간중간에 나오는 삽화는 표지의 깊이있는 분위기와 또다르게  꿈인것 처럼 아름답다. 글과 참으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또한 못 들어본 말들이 많은데  페이지마다 따로 설명을 곁들였다. 새로운 말들을 알아가는 재미또한 느낄 수 있다. 부모가 이책을 아이들에게 권할때 시대의 분위기를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줄 준비도 조금 더 한다면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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