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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30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월
평점 :
'문장'이라는 이름,
"글쟁이라......, 아버지가 진즉에 네 길을 정해 두었구나." (본문 126p)
이책은 천주교를 박해하던 시절에 책을 손으로 일일이 베껴쓰는 직업을 가진 필사쟁이의 주변인물들이 등장한다. 좋은 종이를 대주던 지물포, 필사쟁이에게 일을 주던 책방주인, 책방에서 몰래 천주학책을 구하던 천주교인들, 그리고 언문소설을 돌려읽던 우리서민들, 재미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던 전문이야기꾼 '전기수'등...
12살 장이는 필사쟁이인 아버지가 죽으면서 책방을 하는 서쾌의 돌봄속에 자란다. 12살이라는 나이는 아직 철이 들기에는 이르지만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아이에게는 더이상 자신을 위해 두둔해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한다.
이야기는 장이가 홍교리댁에 전해줄 상아책갈피를 허궁제비에게 빼앗기면서 마음을 졸이게 한다. 재미난 언문소설을 많이도 읽어서일까 홍교리나 서쾌에게 술술 거짓말로 둘러대곤 지물포에서 곤죽을 두들기고, 기생집에 팔려온 꼬맹이여자아이 낙심이에게 돈을 빌려서라도 허궁제비가 요구한 돈을 만들어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아무에게도 손벌릴때도 도움을 청할곳도 없고 무엇하나 쉽게 생각 할 수 없게 만드는 혼자만의 고립감, 어쩌면 아버지같이 자상함이 없는 서쾌에게서 자라서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알게모르게 혼자서 해결하려는 마음만이 커져있었다.
이 일은 낙심이의 재빠른 입놀림으로 마무리지어지지만 그일로 장이는 한가지 사실을 헤아리게 되었다. 바로 자신 을 둘러싼 이웃들이 자신을 가엽게 여기고 있다는 것, 자신의 편을 들어 준다는 것이다. 혼자라고 생각하는 이에겐 이보다 더한 깨달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웃의 지나치듯 내뱉은 말에는 자신이 이미 책방주인의 양아들로 대접받고 있다는 것, 또한 서쾌는 그일 끝에 앞으로 감당할 수 없거든 자신에게 도움을 구하라는 말까지 한다. 자신의 아버지는 이미 죽었고 늘 혼자라고 생각해온 장이는 이런 깨달음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
장이의 눈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이 소설에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선하다. 서로를 덮어준다. 악역인 허궁재비만 빼고 말이다. 인물들의 그런 모습은 이미 장이에게도 이입되어 결정적 사건이된 천주학쟁이를 잡아들이는 난리통에서 높은 양반이면서도 장이를 자상하게 대해 주었던 홍교리댁에 무작정 찾아가 장이가 그동안 알고도 모르게 심부름 했던 천주학책들을 모두 찾아 없애며 홍교리를 구하게 된다. 그리고 기생집의 낙심이가 걱정되어 다시 달려간다. 그것도 서쾌가 절대로 그리로는 가지말라고 단단히 일러두었는데도 말이다. 이부분은 장이의 마음이 얼마나 자랐는지, 이 아이가 얼마나 대범한지, 의리가 있는지도 보여준다. 서쾌와 주변인물들에게 받은 보살핌을 되돌려 주는 은연중의 행동이다.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장이와 죽은 아버지의 인연에 대해서 나오는데 그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참으로 소박한 작가의 글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소설이 아이를 대상으로 하지않고 어른을 대상으로 했다면, 시점이 장이가 아니었다면 이처럼 담백하게 글을 끝낼 수 있었을까? 나또한 지극히 어른들의 시점에서 상상력을 부풀려 왔었다. 혹시 장이가 기생 미적의 버려진 아이일까? 아니면 양반의 피를 물려받은 아이일까? 등..... 하지만 마지막 부분은 장이의 마음표현을 최대한 절재하면서 끝이 난다. 모든 사실을 한꺼번에 듣게 되는 장이는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그부분에서 그저 미소만 짓게 되었다.
과연 장이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이름난 필사쟁이가 될 수 있을까? 낙심이와는 어떻게 될지, 너와내가 모두 평등하다는 것을 알게된 천주교도들은 또 어떻게 될까? 궁금한점은 많지만 이야기는 모두 글을 읽은 아이들의 상상에 맡기고 있다.
글의 중간중간에 나오는 삽화는 표지의 깊이있는 분위기와 또다르게 꿈인것 처럼 아름답다. 글과 참으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또한 못 들어본 말들이 많은데 페이지마다 따로 설명을 곁들였다. 새로운 말들을 알아가는 재미또한 느낄 수 있다. 부모가 이책을 아이들에게 권할때 시대의 분위기를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줄 준비도 조금 더 한다면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