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조금은 후끈한 느낌마저 든다.
올해는 유난히 봄을 탄다. 평소대로라면 한해를 마무리하던 12월이 우울했었는데 말이다.
한달도 안 남았을 이봄을 어찌 견뎌낼런지 참 암담하기만 한데....
그래도 꾸준히 책은 본다. 오늘 아침엔 코바늘도 다시 잡았다. 거실탁자에 한달전부터 나와있던 코바늘실들이 이제사 눈에 와 박혔거든,
기리노 나쓰오의 미로시리즈는 신선해서 자꾸 보게 된다. 하지만 어쩔수 없는 작가의 하드한 분위기가 점점 드러나는거 같아 살짝 걱정되기도 한다. 이번책은 표지가 살짝 맘에 안차네....순전히 개인적인.
참 오래전부터 봐왔던 표지인데 이제사 책을 읽어나가고 있다. 뒷표지에 실린 내용땜에 마음이 심란해졌다. 도대체 미로가 왜? 어떻게?이유가 뭘까? 하지만 이책을 다 읽어도 난 이해할 수 있을까?이제 겨우 4분의1을 읽고 미로가 상처받은걸 되짚어 보긴하겠지만 그 감정들은 참으로 복잡하다. ***
희한하게도 기리노나쓰오책은 반신욕하면서 읽기시작하는게 많아졌다. 그러다 보면 30분이 훌쩍지나가 정신을 차려보면 물은 다식어있다. 오들오들떨며 부산스레 욕실을 나온다.ㅎㅎㅎ
이기호의 책은 참 쉽다. 엉뚱하고 해맑다.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그치만 여운이 남는다. 조금만 더 나가라고 확실하게 끝내버리라고 응원을 하지만 늘 거기까지만 이제끝. 그게 다다.
강풍에 벗꽃들은 다 날려가버리고 그 좋던 자목련이 피었다. 자목련이 좋다 했더니 이사하는 곳마다 꼭 한그루씩 있네...창밖으로 내다보니 큰길건너 새마을금고앞에 한그루 서있는 자목련.
딸아이에게 짜증을 낸지도 일주일이 다 되간다. 음 내용이 뭐냐면,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밥을 하고 반찬하다 20분이 지나 씻으라고 아일 깨우고 40분이 되면 밥먹으라고 부르는게 나의 아침일과다. 아들이 중학생이 되었을때부터 시작되었던 일과인데 아직까지도 아침엔 일어나기가 참 힘들다. 모닝콜로 비몽사몽 일어나지만 거의 눈을 감고 주방으로 가서 밥을 안치는데 딸아이는 식탁에 앉아서 마주 앉아 쳐다보고 있는 나에게 눈치를 준다.
밥이 많은데... 오늘은 안먹으면 안될까요? 이거 나 싫어하는데... 왜 이렇게 짜요? 국은 없어요? 어제 어묵탕 다 먹었어요? 오늘도 먹고 싶었는데...왜 이렇게 늦게 줘요. 딴거 없어요? 등등...
표정은 완전 굳어가지곤 목소리또한 자기한테 말 붙였다간 각오하라는 듯 풍기는 그 늬앙스라니...
엄마는 새벽에 일어나 지밥차리고 저를 깨우는게 당연한거고 지는 지몸씻고 식탁에 나와 앉아있는게 엄청 대단한줄 아는것 같다.
참다참다 짜증섞인말로 한소리 했더니 내기분만 더 나빠졌다.
늘 이렇다 맘속에 있던 말을 꺼내고 나면 내기분만 참담해지곤 한다. 그리고 며칠을 맘고생을 한다.
사실 화내는건 그날로 끝나지만 표정만은 숨길수 없다. 어떻게 뱉어낸 속내인데 쉽게 풀리면 안된다는 쓸데없는 자존심땜에 ㅎㅎㅎ
그리곤 맘속으로 반성을 한다. 그래 하다못해 이웃의 아이들에게도 쉽게 용서하고 웃어주는데 내자식에게 그거 못해주겠나 싶어 마음은 다시 억척스런엄마로 돌아선다. 하지만 개운치는 않다.
그냥 하는 얘기다. 퍼줘도 퍼줘도 끝나지 않을 엄마라는 자리 그 마음만은 알아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