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 해 여름
조근식 감독, 이병헌.수애 외 출연 / 팬텀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어울리지 않게도 치킨과 소주를 마시며 이 영화를 보았다. 물론 집에서..
옆에서 아이들도 도란도란 왜 저런거냐고 재잘거리고 술은 마셔야 하고 잠시 한눈팔면 남푠은 한병을 혼자 꼴깍할 참이었다.ㅎㅎㅎ 음악도 들어야 하고 눈부신 그해여름을 느껴야 하기에 집중이 필요했었는데 상황은 여의치 못하였다. 하지만 왠지 [번지점프를 하다]의 이병헌이 다시 돌아온 것 같아 마냥 설레이었다. 사실 카리스마있는 이병헌의 모습도 보기 좋지만 저런 소년같은 웃음을 머금은 그를 보는게 더 좋기때문..
수애랑은 10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나이먹지 않은 모습으로 그 곁에 어울리는 이병헌은 대체 그가 늙기나 하는걸까 의심할 수도 없게 만든다.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소리와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소리만 날것같은 시골풍경이 경이롭기만 하다. 특히 이영화에서 흘러나오는 듣기좋은 팝 Yesterday..When I was young (Roy Clark) 는 아련하기만 하다. 두사람은 어쩜 그리도 순수한 사랑을 했을까..
사진은 장에 간 정인이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Yesterday..When I was young 을 유리문을 통해 귀를 기울이다가 서로의 얼굴을 시간차로 음미하는 장면이다...이걸 보고 있노라니 우리집구석에서 썩어가고 있는 턴테이블을 다시금 돌리고 싶어졌다..
두사람의 끊어지지 않을것 같던 사랑도 시대의 소용돌이에는 소용이 없었다.. 영화는 현재의 나이든 교수로 늙어가고 있는 석영(이병헌)과 그의 첫사랑 정인의 사랑을 추억하며 그 연인들을 더 슬프게 하는것 같았다. 나이든 분장을 한 이병헌은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어쩌면 그의 순수한 눈빛이 더욱 그런 분장을 겉돌게 만든 건지도 모른다.
아뭏든 영화를 보는내내 이병헌의 눈빛연기에 빨려들어가버렸고 빨갱이의 딸인 정인을 몰라야만 했던 경찰서유치장에서의 만남은 정말 너무 슬펐다. 그를 대신하여 감옥에 투옥된 정인이 나오는날 서울역에서의 두사람의 모습은 서로가 이미 그렇게 되리라는걸 알고 있는듯 그렇게 체념을 해버리다니 안타깝기만 하다.
정인이 석영을 위해서 모습을 감추고 살았듯이 석영또한 자신의 사랑을 가슴에 묻고 살았다. 그들이 긴긴 세월을 그리워하는 사이 그들은 늙어갔고 건강도 악화된 윤석영교수가 그녀를 찾아갔을때 그의 손에 돌아온것은 아직도 향기를 풍길것 같은 마른 편백나무잎과 물고기돌이었다. 사랑은 이렇게 아름답고 슬프다. 그리고 그렇게 추억되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