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교수를 찾기가 쉽지 않은 요즘-혹 잘 모르겠다, 내 성미가 까다로워 이렇게 말하는 것인지도-, 그래도 학교 다닐 때 꼿꼿한 자세로 열심히 연구하고 가르치시던 교수님.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했던 그 선생님.

  교수님께서 작년 여름에 정년 퇴임하실 때, 300명의 제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정년 퇴임식을 조촐하게 열었더랬다. 그리 성대하지는 않았지만, 스승님의 훌륭한 가르침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마련한 제자들의 소박한 마음 씀씀이였다.

   며칠 전 주례를 부탁드리려고 선생님댁을 찾아 뵈었을 때, 선생님께서 여러가지 말씀을 해 주셨지만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마디!

 - 정직하고, 정의로워라. 그러나 너그러워라.

* 덧붙여 설명하자면, 남들이 정직하지 않고 정의롭지 않은 것을 탓하지 말아라. 그러나 너희는 정직하고 정의로워야 한다. 또 부정직한 사람과 정의롭지 않은 사람을 너그럽게 대하라. 그리고 그 사람들을 -그 정도의 인간으로 살 수 밖에 없는 것에 대해서-불쌍하고 가엽게 여겨야 네가 너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그저 그런 '말'로 들렸겠지만, 당신이 이 말씀대로 살아오신 분이시라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좋은 사람 만나기가 어렵다고 항상 투덜거리기도 하지만, 나는 정말로 좋은 선생님과 멋진 친구들, 아름다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 속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행운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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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1 0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티나무 2005-01-11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주신 님, 고맙습니다. 성실하게, 따뜻하게 열심히 살겠습니다.
 

   참, 요즘 세상은 어수선하고, 어떤 사람들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곡기를 끊고, 또 그 사람들을 위해 겨울 아스팔트 찬바닥에 앉아서 목청껏 외치며 힘을 보태고, 그러는데 또 한해는 어김없이 저물고... 그래서 쓸쓸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쉬운 사람도 많을 것이고, 추운게 끔찍하게 싫은 가난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새해가 되면 좀 나아질까 하는 희망도 없이 그저 이 추위만 좀 사그라들었으면 하는 사람들도 아직 많다.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내 처지나 상황은 천국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나에게는 소중한 오늘이었기에 짧은 글로 기억해 두려고 한다.

   어제 (12월 30일)우리  학교는 방학을 했고, 오늘은 우리 학교 도서부 학생들이랑 스케이트 타러 가기로 한 날이다. 도서부 활동이다, 학교 축제다, 도서실 운영이다 해서 1년동안 바쁘기만 했는데, 이번에 모처럼 시간을 내어서 같이 놀러가는 것이다.

   지하철을 탈 때부터 큰소리로 '선생님, 여기 앉으세요'라는 말로 온 승객들의 주목을 끌더니, 시끌벅적함으로 내릴 때까지 민망했다. 오전에는 벡스코에 가서 스케이트를 좀 탔다. 아이들은 인라인을 타본 경험이 있어 그런지, 어릴 때 스케이트를 배운 적이 있는지는 몰라도 대부분 잘 탔다. 지하철을 타고 해운대 스펀지로 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나와 같이 간 선생님이 계산했다. 아이들이 다시 가까운 해운대 아쿠아리움 지하로 가자고 했다.(그 때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쿠아리움도 아니고, 왜 거기 지하? 그래도 아이들끼리 계획을 잘 세워왔기에 편하고 좋았다. 아이들이 세운 계획은 이랬다. 오전 스케이트와 점심 식사는 도서부라면 필수!! 이후 보드카페와 노래방은 선택사항이라는 것이었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순조로왔다.) 아무튼 모두 10분 정도 걸어서 아쿠아리움 지하로 갔고, 거기서 잠시 사라진 두 명을 기다리며 '마피아 게임'도 했다.

   조금 후에 돌아온 두 명의 아이들. 손에는 케익을 들려 있었다. 속으로 '어? 오늘 누구 생일이지?'하는 생각을 하며 기억을 되살려 보는데,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그 순간, '혹시?'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래도, '설마?'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쿠아리움 지하 휴게소에서 케잌에 초를 꽂고, 불을 붙인 다음, 이 녀석들이 '결혼 축하합니다'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하도 당황스럽고 고마워서 정말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촛불을 끄니, 폭죽도 터트리고 준비해온 선물과 함께 내놓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몰랐다. 내가 살면서 이렇게 말문이 막혔던 경우도 드물었지 싶다. 순박하고 아름다운 아이들! 어떤 댓가도 바라지 않고, 오직 내 결혼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준비한 마음의 선물이었다. 자기들끼리 이런 깜짝 이벤트를 기획하고, 행동으로 옮기려고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랬더니 갑자기 눈물이 핑 돌면서 내가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순간의 감동은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다.(사실, 이벤트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기까지 했는데...^^;;)

   바닷가로 나갔더니 날은 예상보다 훨씬 추웠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오래 서있기 힘들었다.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어쩌다보니, 바다물에도 발목까지 한 번 빠지고 아무튼 무지 추었다. 아이들이랑 그냥 헤어지는 것이 섭섭해서 가까운 가게에서 따뜻한 코코아 한 잔씩 먹었다. 아이들은 보드카페를 갔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 무지 피곤했고, 아주 행복했다. 2004년 12월 31일의 하루였다.

* 함께 한 고마운 아이들

2학년 : 강정중, 장영근, 박수용, 류지훈

1학년 : 이정화, 양아름, 박규리, 이현지, 심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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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5-01-02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결혼 축하합니다.~~!! ^^

nrim 2005-01-02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뒷북이로군요;;)

느티나무 2005-01-03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뒷북이라뇨? 아직 결혼식도 많이 남았는데... ㅎㅎ 오늘도 연락 늦게 했다고 여러군데서 구박받았지요. 왜 이렇게 그런 말 하는 게 민망한지...ㅠㅠ 아무튼 고맙습니다. ^^
 

가까운 서재 주인님들께는 알려야겠죠?

내년 1월 16일에 제가 착한 아가씨와 결혼을 합니다.

직접 오지는 못하시겠지만, 마음으로라도 축하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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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4-12-28 0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축하드려요! 새로 한 가정을 꾸리는 건, 언제나 봐도 흐뭇하고 짜릿합니다. 축하 무한승입니다!!! 늘 행복하세요! 제 딸의 그림을 받아주세요~ 늘 사랑이 함께하시길!


느티나무 2004-12-28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

갈대 2004-12-28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축하드려요. 행복한 가정 꾸리시길~^^ (그런데 저는 느티나무님이 여자인 줄 알았어요..-_-;;)

느티나무 2004-12-28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런 분이 갈대님이 처음이 아니었어요 ^^ 얼핏 본 것 같은데, Mr.beauty랑

Ms.strong형의 사람이 보편적이라네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조선인 2004-12-28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려요. 평화로운 준비과정과 행복한 결혼생활이 되길 바랍니다.

kimji 2004-12-28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티나무,님- 정말 축하드려요! 아하, 그런 좋은 소식을 숨겨 놓으시느라고 한동안 뜸하신거였군요! ^>^ 1월 16일, 그 날이 님의 남은 평생의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하루가 되겠군요. 정신없고 바쁜 하루가 되겠지만, 그래도 그 날은 조금 덜 추운 겨울날이 되기를 기원할게요- ^>^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정말로요- 마치 제 일처럼 즐겁고 기쁜 마음이 들어요. 마치 오랜 친구의 결혼소식 같은 느낌 말이지요. 아무쪼록 좋은 일들이 가득가득하시라고, 늘 행복하시라는 기원 드립니다^>^

느티나무 2004-12-2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고맙습니다. 준비과정은 평화로웠답니다.(저만 그리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지만..^^::) 행복한 결혼 생활은 열심히 노력해야겠지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느티나무 2004-12-28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imji님. 고맙습니다. 정말 환한 축복의 말씀에 더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정말로 자주자주 여기에 사는 이야기를 올리겠습니다. 거듭 고맙습니다.

soulkitchen 2004-12-29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느티나무님, 좋으시겠습니다. 축하드려요.

님의 소식을 시작으로 새해엔 좋은 소식, 좋은 일들만 가득했음 좋겠습니다.

푸른나무 2004-12-29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두분은 선남선녀 이십니다. 그리고 너무 잘 어울리는 한쌍의 원앙이시고 예쁘고 행복한 집 꾸미실것 같습니다. 축하합니다

느티나무 2004-12-29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쏘울키친님 고맙습니다. 새해엔 좋은 일을 많이 만들어야겠지요? 힘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느티나무 2004-12-29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나무님 ^^ 과찬이십니다. 오늘 청첩장 드리려고 했는데, 교과서 배부하고 학예전 평가회 들어간다고 점심시간을 꼬박 써버렸네요. 얼굴도 못 뵙고... ^^;;

그루 2005-01-01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흠.. 넘 늦게 리플을 다는군요; 벌써 작년 글이니.. ^^;

결혼 정말정말 축하드려요. 얼마 지나면 여기서 깨소금 냄시가 솔솔 나는겁니가? ^^ 행복하세요

느티나무 2005-01-01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루님 고맙습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도록 하겠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토요일에 많은 일이 생기는 것 같다. 토요일에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해야함에도-투표함 개표- 거기도 못 가고 다른 일들이 무더기로 일어났다. 정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토요일에는 기말고사 마지막날 시험감독이었다. 평소에도 2-3시간 감독이지만, 그날은 특별히 70분짜리 시험감독이 있었다. 나는 시험감독을 맡으면 자리에 앉지 않는다. 자리에 앉아 있거나, 슬금슬금 다른 일을 하면 왠지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서 영 개운치가 않다. 그래서 꼿꼿하게 서서 감독을 하고 나서니, 다리가 후들후들... 시험마감 시간이 12시 20분이었다.

  12시 40분까지 자범이를 만나기로 했다. 자범이를 만나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금정산으로 향해서 앞전에 소개한 대로 3시간 정도 산 속에 있다가 내려왔다. 금정산을 내려오니, 겨울 해는 짧아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다시 버스를 타고 학교에 아니 저녁 6시가 다 되었다.

   도서실을 보니 아직 불이 켜져 있다. 도서실은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곧 있을 축제 때문에 시험이 끝난 토요일부터 정신 없이 바쁜 것이다. 아이들이 대견하고 안쓰럽고, 사랑스러웠다. 학교 앞 붕어빵 가게에서 사 온 붕어빵 두 봉지를 건넸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아버지의 자동차를 빌려서 시내 중심가에 있는 OO백화점으로 향했다. OO백화점에서 누구를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OO백화점은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혼잡했다. 정문에서 만나 차를 태우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그 전에 OOO선생님과 연락이 닿아서 저녁 9시쯤에 만나기로 했다. OO선생님은 사상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사상 근처로 가서 그 선생님과 함께 경성대학교 근처로 갔다. 선생님께서 볼 일이 있으신 곳에 따라간 거였다. 생각보다 일은 쉽게 마무리 되었고, 다시 차를 타고 오는 길에 가벼운 접촉 사고가 났다.(내가 정차해 있는데, 앞차가 뒤로 밀리면서 내가 탄 차를 부딪쳤다.)

   선생님께서는 집으로 돌아가시고 나는 다시 차를 몰아 부산 외곽에 있는 OOO마트로 갔다. 그 마트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농산물이 싸다는 OOO마트에서 배, 사과, 다래를 샀다. 농산물을 사 들고 돌아오다가 집에 전화를 했다. 동생에게 혹시 먹고 싶은 간식이 있는지 물었더니 통닭이 먹고 싶다고 했다.

   그 마트 근처에 줄서서 기다리는 OOO치킨이 있는데 나도 아직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줄이 길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요일은 동생의 부탁도 있고, 밤도 늦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그 치킨집에 갔으나 여전히 줄은 길었다. 20분을 기다려 겨우 닭 한 마리를 살 수 있었다.

   이 모든 일이 끝나고 집에 도착하니 밤 12시 20분이었다. 그 깊은 밤시간에 고단한 내 인생을 생각하며 동생이랑 닭을 뜯었다. 닭을 먹고도 잠은 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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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이최고야 2004-12-15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긴 하루네요. 매일매일 바쁜 느티나무님.... 그런데 긴 글 끝에 피식 웃음이 나는 이유는 뭘까요! ㅋㅋ
 

  에코의 장미의 이름!

   언젠가 페이퍼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늘 이 책을 한 번 읽어야지, 하면서도 안 읽히는 책이었다.(옛날에 몇 페이지 뒤적이다가 덮은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다른 책 사는 김에 묻어서 그냥 샀는데... 제일 먼저 3학년 학생을 빌려줬다. 며칠 뒤에 그 녀석이 '샘 너무 어려운데요. 못 읽겠어요!' 하기에 '그 책 나중에 가면 진짜 재밌다. 야~! OO이 책도 좀 잘 읽을 거 같더니만, 의외네!'하는 말로 입막음을 해 두었다.

   그리고나서 며칠 뒤, OO이는 생각보다 빨리 다 읽었다며 이 책을 돌려주었다. 그래서 며칠 뒤엔 내가 읽게 되었는데, 앞부분이 너무 어렵다.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생각보다 안 읽힌다. OO이에게 큰소리친 게 후회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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