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 토요일에 많은 일이 생기는 것 같다. 토요일에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해야함에도-투표함 개표- 거기도 못 가고 다른 일들이 무더기로 일어났다. 정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토요일에는 기말고사 마지막날 시험감독이었다. 평소에도 2-3시간 감독이지만, 그날은 특별히 70분짜리 시험감독이 있었다. 나는 시험감독을 맡으면 자리에 앉지 않는다. 자리에 앉아 있거나, 슬금슬금 다른 일을 하면 왠지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서 영 개운치가 않다. 그래서 꼿꼿하게 서서 감독을 하고 나서니, 다리가 후들후들... 시험마감 시간이 12시 20분이었다.

  12시 40분까지 자범이를 만나기로 했다. 자범이를 만나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금정산으로 향해서 앞전에 소개한 대로 3시간 정도 산 속에 있다가 내려왔다. 금정산을 내려오니, 겨울 해는 짧아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다시 버스를 타고 학교에 아니 저녁 6시가 다 되었다.

   도서실을 보니 아직 불이 켜져 있다. 도서실은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곧 있을 축제 때문에 시험이 끝난 토요일부터 정신 없이 바쁜 것이다. 아이들이 대견하고 안쓰럽고, 사랑스러웠다. 학교 앞 붕어빵 가게에서 사 온 붕어빵 두 봉지를 건넸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아버지의 자동차를 빌려서 시내 중심가에 있는 OO백화점으로 향했다. OO백화점에서 누구를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OO백화점은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혼잡했다. 정문에서 만나 차를 태우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그 전에 OOO선생님과 연락이 닿아서 저녁 9시쯤에 만나기로 했다. OO선생님은 사상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사상 근처로 가서 그 선생님과 함께 경성대학교 근처로 갔다. 선생님께서 볼 일이 있으신 곳에 따라간 거였다. 생각보다 일은 쉽게 마무리 되었고, 다시 차를 타고 오는 길에 가벼운 접촉 사고가 났다.(내가 정차해 있는데, 앞차가 뒤로 밀리면서 내가 탄 차를 부딪쳤다.)

   선생님께서는 집으로 돌아가시고 나는 다시 차를 몰아 부산 외곽에 있는 OOO마트로 갔다. 그 마트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농산물이 싸다는 OOO마트에서 배, 사과, 다래를 샀다. 농산물을 사 들고 돌아오다가 집에 전화를 했다. 동생에게 혹시 먹고 싶은 간식이 있는지 물었더니 통닭이 먹고 싶다고 했다.

   그 마트 근처에 줄서서 기다리는 OOO치킨이 있는데 나도 아직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줄이 길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요일은 동생의 부탁도 있고, 밤도 늦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그 치킨집에 갔으나 여전히 줄은 길었다. 20분을 기다려 겨우 닭 한 마리를 살 수 있었다.

   이 모든 일이 끝나고 집에 도착하니 밤 12시 20분이었다. 그 깊은 밤시간에 고단한 내 인생을 생각하며 동생이랑 닭을 뜯었다. 닭을 먹고도 잠은 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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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이최고야 2004-12-15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긴 하루네요. 매일매일 바쁜 느티나무님.... 그런데 긴 글 끝에 피식 웃음이 나는 이유는 뭘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