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로 보는 조선역사
이덕일 지음 / 석필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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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당쟁으로 보는 조선역사>를 아주 재미있게 보아 이 책을 또 보았으나 좀 실망 스러웠다.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보다 <당쟁으로 보는 조선역사>는 조금 더 재미없고 이 책은 또 조금 더 재미없다. <당쟁으로 보는 조선역사>가 조금 더 재미 없어진 이유는 송시열에 대한 작자의 시각이 몇 년 차가 안되는데도 많이 달라진 것에 연유하고 이 책이 더 재미없어진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한가지는, 사화를 본격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사림들이 타도하려 한 훈구파의 연원과 그 전개 과정에 대해 너무 많은 분량, 5분의 3정도가 할애된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려 한 이유는 사화의 구체적 전개와 그 의의 이런 것에 대한 관심이었지 고려말에서 조선 초기에 걸치는 여러 정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한시들이 대개는 대충 뜻이 많지만 두어 작품은 번역이 좀 문제가 있어 책 읽는 맛을 확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조 이전의 조선 역사를 정치사 중심으로 이렇게 흥미롭게 서술한다는 것은 이 책의 강점이라고 본다. 그리고 정치 이면사인 야사의 내용도 소개하며 흥미롭게 글을 써 놓아 재미있게 읽으면서 지식도 넓힌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이덕일이라는 저자의 학식에 대해 좀 의심이 들고 해서 다음에 또 저자의 책을 읽을지는 좀 망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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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시대의 사상과 문화 돌베개 한국학총서 2
정옥자 외 4명 / 돌베개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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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시대의 이해를 위해 이런 저런 책을 보던 중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보아하니 주로 서울대에 학연을 둔 사람들 몇이서 논문 한 편 씩을 모아 놓고 이런 제목을 붙인 책이다. 딱히 이 책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나 우리 출판계는 책의 내용에 비해 터무니없이 과장되거나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는 경우가 이제 일상화되어 있는 듯 하다. 공부하는 학인들도 그에 부화하여 책을 내곤 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우울하다.

이 책도 <정조 시대의 사상과 문화>라는 제목은 걸맞지 않다고 본다. 책의 내용으로 보면 정조의 생각을 추리한 내용과 정조가 펼친 편찬사업이나 서학 정책, 그리고 정조의 정치태도의 전개와 변화 이런 것인데, 이것이 정조 시대의 사상과 문화라는 제목으로 묶인다는 것은 좀 맞지 않다. 이 책에는 정조 시대에 어떤 사상의 흐름이 있고 문화가 있었는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정조가 정치와 문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한 두 가지 사안을 들어 근거를 들어가며 추리해 본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정조의 정국과 문화에 대한 태도> 이 정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책에 담고 있는 내용이 한 그릇에 묶일만한 내용인지도 좀 의심스럽다. 논문 수를 더 채워 넣든지 아니면 책 내용을 좀 더 세분화하던지 해야 할 것이다.

정옥자의 글은 다른 책에 이미 중복되어 있어 짜증이 났고 유봉학의 글은 비교적 재미가 있었다. 저번에 읽은 <정조대왕의 꿈>은 별로였는데 이글은 논리도 정연하고 정조의 정치관을 크게 조망해 보는데 도움이 되었다. 김문식의 글은 주자서를 편찬한 의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알기 어려우나 주자서 편찬 내용에 대해서는 소상하게 밝혀 아주 도움이 되었다. 근거 자료도 충분하고. 배우성의 해동 삼국도도 재미있는 주제이긴 하지만 그것 하나에서 그런 큰 의미가 담겼을까, 좀 회의가 간다. 그런 유사한 사례를 여러개 모아 소개한다면 좋을 것이다. 노대환의 글은 내가 아직 서학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제대로 읽지 못했는데 책을 두고 나중에 관심이 생기면 한 번 읽어 볼 작정이다.

정조 시대에 대해 총론적으로 좀 깊이 접근해 볼만한 책이 없는 것이 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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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시조 감상 - 겨레얼 담긴
김종오 엮음 / 정신세계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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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를 번역하다 보니 시조의 율격을 깊이 있게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한시가 정형시이다 보니 그 리듬이 매우 중요한데 이것이 우리 시조나 가사의 율격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래서 시조집들을 사 두고는 틈틈이 꺼내 보곤 했다. 일요일인 오늘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하루 종일 방에 앉아 난로를 켜 놓고 시조를 읽었다.

우선 이 책의 흠을 지적하면 맨 앞에 붙은 개설이 너무 평범하여 아무 맛이 없다는 것과 9장으로 나누고 맨 앞에 해설 격으로 붙은 글은 너무 무성의하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쓴 것같은 인상을 준다. 무언가 눈에 확 뜨이는 내용을, 그리고 남들이 모르는 중요한 내용을 고심해서 써야 할 자리라고 생각되는데 그냥 지면이나 채운 것 같아 퍽 아쉽다.

한 수의 시조를 제시하고 지은이와 말뜻, 그리고 감상을 해 놓았는데 그 것을 읽으면 대체로 그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13년 전에 나온 것으로 당시 저자의 나이가 84세로 파악되는데, 오랜 교직생활과 인생의 연륜이 해설에 베어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강점이다.

이 시조를 읽는 맛은 요즘과 다른 어휘구사에 있는 것 같다. 그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하고 생각하며 알아 가는 맛, 그게 우선 좋다. 그리고 짧은 글 안에 한 작가의 생활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것…그래서 좋은 작품을 많이 외우면 어디 가다가, 혹은 적절한 자리에서 한 수씩 읊어 보면 좋을 듯하다. 시의 깊이야 요즘 현대시나 한시에 미치지 못하지만 (아무래도 시조에 온 삶을 바쳐 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혹은 생활의 여가에서 나온 것이기에 그런 듯하다. 대신 부담 없이 읽히는 맛이 있다.)시조 한 두 수를 통해 역대의 저명한 유학자 혹은 기생, 또는 무명인으로 표시된 일반 서민의 의식 세계를 엿본다는 것은 퍽 쏠쏠한 재미를 안겨 준다.

앞으로 시조도 더 많이 읽고 가사 작품도 많이 접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문득 예전에 아르바이트 하러 초등학교에 갔을 때 어떤 초등학생들은 몇 백수의 시조를 외운다는 예기를 들은 기억이 나는데 그들은 시조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그리고 지금 시조집을 읽으면 어떤 기분인지 퍽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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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와 정조의 나라
박광용 지음 / 푸른역사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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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조와 정조 시대의 탕평론에 그 기본을 두고 그 당시의 영조, 그리고 정조와 깊은 관련을 맺은 인물들에 대한 것이 주 내용이다. 우선 영조와 정조 시대의 이해를 위해 당파가 생긴 유래와 그 전개를 1장에서 서술했는데 흥미 없는 밋밋한 서술이고 별로 새로운 내용도 없다.

이 책 전체에 걸쳐 어중간하게 현대 정치와 연관을 지으려고 하는 것은 다 군더더기라고 본다. 언급할려면 현대정치와의 연관을 어떤 대책을 가지고 깊이 따져 보던지, 아니면 그냥다른 전문 학자나 독자의 몫으로 남겨야 할 것이다. 고전을 하는 사람들이 구체적인 식견이 없이 일반론을 가지고 자꾸 현대를 비판하고 하는데, 사실 문제의 핵심을 찌르지도 못하고 별 도움도 안 된다.

2장과 3장에 이 책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하나 하나의 주제를 잡아 글을 썼는데 그건 잘한 것 같다. 내용도 정리가 되고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읽기에 편리하니까. 그런데 그 주제를 언급하면서 내용이 부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도 세자의 문제를 다룬 글이나 한중록 같은 글이 그 예이다. 영조년간 탕평파 이론가들이나 정조가 믿고 선택한 정승 같은 글은 저자의 공부가 보인다. 그리고 정약용이나 박지원을 다룬 글도 그런대로 괜찮고 정제두와 강화학파를 다룬 내용은 썩 좋았다. 아무래도 저자가 잘 아는 내용과 그렇지 않은 분야가 있어서 그런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 영, 정조 시대의 탕평과 그에 얽힌, 그리고 정조와 깊은 관련을 맺은 인물, 그리고 그 시대의 분위기에 대해 조금 도움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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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수상록 일득록 연구
정옥자 지음 / 일지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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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같으면 이런 책을 읽고 서평을 써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에 알라딘 서재가 생기면서 읽은 책을 정리해 보관해 두고 싶은 의욕이 커지는 바람에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확실히 명성과 실제는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저자를 신문지상의 칼럼과 이런 저런 기사에서 여러 번 접하던 차에 최근 정조 시대에 관한 책을 좀 읽으려고 몇 권을 사 보았다. 5명이 공저한 <정조시대의 사상과 문화>, <정조의 문예사상과 규장각>, 그리고 이 책이다. 우선 이 책은 정조 시대 연구 총론을 필두로 정조의 교화사상, 그리고 사회통합사상, 학예사상이란 제목의 논문을 싣고 뒤에 일종의 정조의 어록인 일득록을 발췌 번역하여 첨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 자체가 중복이 있는가 싶더니, 총론과 사회 통합 사상은 <정조시대의 사상과 문화>에 다시 실려 있고 정조의 학예사상은 <정조의 문예사상과 규장각>에 다시 실려 있다. 물론 내용을 조금씩 다듬고 하긴 했다.
그러나 3권의 책이 나온 것이 3년 안에 이루어 진 것을 감안하면 내용을 자꾸 수정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같은 글이 이런 저런 책에 중복되어 실려 있으니 짜증이 난다. 만약 젊은 학자가 이렇게 했다면 아마 큰 욕을 먹고도 아무 말 못할 것이다. 전에 이문열이 이 책 저 책에 같은 중, 단편을 새 글과 같이 넣어서, 책을 살 때마다 기분이 상했는데 지금 그 꼴이다.

그리고 내용도 딱히 일득록에 대한 연구라기보다는 홍재전서에 나타난 정조의 생각을 기반으로 일득록의 내용을 그 소재로 많이 활용한 것일 뿐이니 일득록 연구라는 제목도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다. 논문 내용도 문제의 핵심을 잡아내어 간결하고 정확하게 진술하는 대가 다움이 없이 잘 정리되지 않아 좀 막연하고 추상적인 느낌이 난다. (이런 것은 사실 많은 학자들의 큰 병폐이다.) 그리고 번역과 주석도 시원찮다. 명성을 듣고 이 책을 산 나로서는 좀 실망스러운 기분이다. 그 실망스러움이 이런 서평을 쓰게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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