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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시조 감상 - 겨레얼 담긴
김종오 엮음 / 정신세계사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한시를 번역하다 보니 시조의 율격을 깊이 있게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한시가 정형시이다 보니 그 리듬이 매우 중요한데 이것이 우리 시조나 가사의 율격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래서 시조집들을 사 두고는 틈틈이 꺼내 보곤 했다. 일요일인 오늘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하루 종일 방에 앉아 난로를 켜 놓고 시조를 읽었다.
우선 이 책의 흠을 지적하면 맨 앞에 붙은 개설이 너무 평범하여 아무 맛이 없다는 것과 9장으로 나누고 맨 앞에 해설 격으로 붙은 글은 너무 무성의하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쓴 것같은 인상을 준다. 무언가 눈에 확 뜨이는 내용을, 그리고 남들이 모르는 중요한 내용을 고심해서 써야 할 자리라고 생각되는데 그냥 지면이나 채운 것 같아 퍽 아쉽다.
한 수의 시조를 제시하고 지은이와 말뜻, 그리고 감상을 해 놓았는데 그 것을 읽으면 대체로 그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13년 전에 나온 것으로 당시 저자의 나이가 84세로 파악되는데, 오랜 교직생활과 인생의 연륜이 해설에 베어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강점이다.
이 시조를 읽는 맛은 요즘과 다른 어휘구사에 있는 것 같다. 그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하고 생각하며 알아 가는 맛, 그게 우선 좋다. 그리고 짧은 글 안에 한 작가의 생활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것…그래서 좋은 작품을 많이 외우면 어디 가다가, 혹은 적절한 자리에서 한 수씩 읊어 보면 좋을 듯하다. 시의 깊이야 요즘 현대시나 한시에 미치지 못하지만 (아무래도 시조에 온 삶을 바쳐 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혹은 생활의 여가에서 나온 것이기에 그런 듯하다. 대신 부담 없이 읽히는 맛이 있다.)시조 한 두 수를 통해 역대의 저명한 유학자 혹은 기생, 또는 무명인으로 표시된 일반 서민의 의식 세계를 엿본다는 것은 퍽 쏠쏠한 재미를 안겨 준다.
앞으로 시조도 더 많이 읽고 가사 작품도 많이 접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문득 예전에 아르바이트 하러 초등학교에 갔을 때 어떤 초등학생들은 몇 백수의 시조를 외운다는 예기를 들은 기억이 나는데 그들은 시조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그리고 지금 시조집을 읽으면 어떤 기분인지 퍽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