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건륭제에 대한 여러 측면을 아울러 보여주며 동시대 서양의 상황과도 비교하여 객관성을 높이고 있다.
건륭제의 치세 기간은 우리나라의 영조와 정조에 해당하는 시기로 오늘날 주목받는 18세기에 해당한다. 건륭제는 1711년에 태어나 1799년에 죽었으니 물리적인 시기도 거의 일치한다. 주로 종합적인 서술을 한 집권이전 수학기와 양위 이후의 말년을 제외하고 중요한 부분은 대체로 만주족과 한족의 민족적인 부분, 강남 일대을 위시한 여행, 변방의 확장과 전쟁, 서화 예술에 대한 문화적인 면, 대외 관계 등으로 분야를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그 분야의 구분은 건륭제를 여러 측면에서 심도 있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저자의 서술은 건륭제를 다루기 위해 많은 공부가 바탕이 되어 있어 여러 나열적 지식을 자신의 생각에 따라 재구성하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번역가 양휘웅 씨는 이 방면에 여러 권을 역서를 내었는데 나를 크게 실망시킨 일이 없다.
내가 건륭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대만 고궁박물관에서 전시하는 여러 서화전에 건륭제의 낙관과 글씨가 무수히 많고 또 건륭제가 만든 서화 목록에 대한 관심 때문에 이 방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해서였다. 이 책은 내가 만족할 만한 서화 방면의 조예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일례로 건륭제가 심도 있게 감상한 황공망의 부춘산거도나 중요한 시 작품과 서화에 대해 한두 사례를 들어 그 전체를 알게 하는 힘이 부족함을 느낀다. 건륭제의 서화와 여행에 대해서는 앞으로 누군가가 별도의 단행본으로 책을 펴내리라 생각한다. 그 전에 우리나라 문화 방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건륭제에 대해 종합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책으로 국내에 이만한 책을 아직 보지 못하였다. 이는 참으로 아쉬운 일이자 우리 학계와 문화계가 함께 분발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정조가 그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수원으로 나들이를 다녔는데 건륭제도 그 노모를 모시고 강남으로 다녔다니 그 일치에 내심 놀라움을 느낀다. 건륭제가 편찬한 사고전서는 오늘날 한문학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자료 중의 하나이다. 건륭제를 읽으면서 내내 조선의 현실이 오버랩된다는 것이 이 책의 묘미이기도 한다. 물론 저자가 그러한 것을 고려하여 이 책을 쓴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상황이 우리 역사와 그만큼 밀접한 것을 말한다. 여러 이유로 건륭제에 대해 혹은 18세기 중국의 상황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는 독자에게 먼저 읽은 독자로서 이 책을 권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