約客 약속한 벗이 오지 않아
趙師秀(1170-1219)
黃梅時節家家雨하니
靑草池塘處處蛙라
有約不來過夜半하니
閑敲棋子落燈花라
황매 시절 집집마다 비가 내리니
청초 우거진 연못 곳곳에 개구리 울음소리
약속한 벗 오지 않고 한 밤중이 지나는데
심심해 바둑돌 두드리며 등불 심지 떨구네
黃梅時節이란 立夏 후에 매실이 누렇게 익는 때를 말하는데 이 때는 바로 강남에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이다. 바둑을 두기로 약속한 친구가 오지 앉아 혼자 바둑돌을 만지작거리다 보니 등불의 탄 심지가 떨어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등불의 타버린 심지가 떨어진다는 것에는 벗을 기다리는 자신의 심사도 들어 있어 교묘한 울림을 준다. ‘燈花’는 등잔의 심지가 타버리고 남은 꽃모양의 작은 덩어리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