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를 참아내야 진정 대장부인 것을
題烏江亭
杜牧
勝敗兵家事不期
包羞忍恥是南兒
江東子弟多才俊
捲土重來未可知
오강정에 붙이다
승패는 병가의 일이라 예측할 수 없으니
수치를 참아내야 진정 대장부인 것을
강동의 자제들 중에는 재주 있는 인걸이 많으니
땅을 말 기세로 다시 옴을 알 수 없었을 텐데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힘을 지녔던 항우는 용력과 기절은 높았던 반면 우유부단하고 슬기로운 면이 부족하였다. 그래서 한 고조 유방과 천하를 놓고 각축을 벌이다 마침내 해하성에서 패하고 수백기로 포위를 뚫고 달아나다 오강(烏江)에 당도하게 된다. 이 때 오강 정장(亭長)이,
“강동이 비록 작다 하더라도 땅이 사방 천리이고 무리가 수십만이니 역시 왕노릇하실 수 있습니다.”
라고 하자,
“……내가 강동 자제 8000명과 강을 건너왔는데 이제 한 사람도 없다. 설령 강동의 부형들이 나를 왕으로 삼는다 하더라도 내가 무슨 면목으로 강동의 부형들을 뵙겠느냐.”
라는 말을 남기고는 스스로 목을 찔러 자살하고 만다.
항우는 자신이 유방에게 패한 것을 하늘의 뜻이라고 말하였으나, 한신이 떠나가게 하고 범증을 의심하는 등 자신의 인재들을 제대로 쓰지 못한 결과라고 보는 해석이 후세 사가나 문인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이 시는 항우의 자살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회고한 작품인데 항우의 자살을 아쉬워하는 작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권토중래(捲土重來)라는 말은 두목의 이 시에서 유래하여 ‘실패한 뒤에 다시 역량을 회복한다.’는 의미로 후세에 널리 쓰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