蜀道後期 촉도를 지나느라 예전보다 늦게 도착해서
張說(장열)(667-730. 당 낙양인.)
客心爭日月 여행자의 마음은 늘 시간을 다투지
往來豫期程 오가는 데 미리 여정을 기약하건만
秋風不相待 아아 촉도는 험난해라
가을 바람이 기다리지 않고서
先至洛陽城 나보다 먼저 낙양성에 도착하다니!
이 시는 시 내용으로만 보면 가을 바람이 나보다 먼저 낙양성에 도착했다, 즉 가을이 되어서야 내가 낙양에 도착했다는 어찌 보면 평법한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제목을 예의 주시하고 시를 다시 보면 3구에 많은 생략과 함축이 있음을 알게 된다. 바로 그곳에 이 시의 깊은 매력이 숨어 있다.
즉 이백(李白)이 촉도난(蜀道難)에서 '촉도는 너무도 험난하여 푸른 하늘에 오르는 것보다도 어렵다'(蜀道之難 難於上靑天)라고 한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섬서(陝西)에서 사천(四川)으로 들어가는 촉도는 아주 험난하다. 사실 이 시인은 아마도 사천에서 촉도를 지나 장안을 거쳐 낙양으로 들어가는 여정을 짤 때는 가을이 오기 전에는 충분히 낙양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막상 촉도를 지나자니 너무도 험난하였고 이제 그 길을 지나 낙양에 들어서고 보니 벌써 가을이다.
험난한 길을 무사히 지나 목적지까지 도착하였을 때 느끼는 가슴 저린 안도와 피곤하지만 야릇한 희열, 그리고 자꾸만 떠오르는 지나온 촉도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 이런 것들이 아마도 이 시를 쓰게 하였을 것이고 당연히 이 시에는 그런 심상이 3구의 앞에 함축적으로 깊게 깔려 있다. 즐거운 혼자만의 상상일지도 모르지만 그 점을 읽어 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렇게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3구의 번역도 보충을 가하여 해 보았다.
張說의 字가 說之 인 것으로 보아 說의 발음은 기쁘다인 '열'인 것으로 생각된다. 논어에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라고 하였으니. 이 때 說은 발음이 '열'이고 뜻은 '悅'이다.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의 자가 열경(悅卿)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