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인데도 겨울이라 금방 해가 지는 것 같다. 그리고 보니 동지이다. 스타디를 금방 마쳐 좀 피곤해진 나는 근처에서 팥죽 한 그릇을 사들고 현자를 만나러 갔다.

나 : 현자시여, 오늘이 동지라 팥죽을 사 왔습니다.

바람의 전설 : 음 , 맞이 좋구나. 고대 주나라에서는 동짓달이 섣달이었나니 팥죽을 쑤어 붉은 색을 내는 것은 벽사의 의미로다. 너는 올해 무엇을 물리치고자 하는가?

나: 저는 제 마음에서 미움을 버리고자 하옵니다.

바람의 전설 : 갸륵한지고. 미움은 자신의 선심을 갉는 쥐와 같나니, 미움을 버리는 것은 중요하되 쉽지 않느니라. 어떻게 미움을 버리고자 하는가?

나 : 남의 악을 보지 않고 선을 볼 것이며 남의 흉을 들은 것은 한쪽 귀로 흘리고자 합니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아니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남에게 할 기회를 주겠습니다. 그리고 기왕의 미움은 더 키우지 않으려 합니다.

바람의 전설 : 미움은 다른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이니라. 자신과 같지 않을 땐 그 다름을 인정해야 하느니라. 그리고 그 다름은 무엇인가. 나와 타인과의 구별이니라. 구별이야말로 미움의 씨앗이니 구별을 줄이면 미움은 절로 줄 것이니라. 사랑이란 무엇인가. 호감이니 호감은 같은 것이니라. 같은 기운은 서로 통하고 응하하나니 이해의 바탕이니라. 천지간에 통하는 거대하고 광명한 기운이야말로 바다와 같은 이해심을 낳고 이 이해심이야말로 산악같은 포용력을 낳아 그대에게 마음의 화평을 줄 것이니라.

나 : 그럼 천지에 통하는 기운은 이떻게 얻을 수 있습니까?

바람의 전설 : 격물치지와 양지이니라. 사물을 궁구하여 그 철리를 깨닫는 것은 그대의 미혹을 씻어 줄 것이고 나면서부터 알고 있는 지혜는 그대를 옳바른 실천에로 인도해 줄것이다. 그대여 늘 그대의 양심에 따라 행하며 쉬지않고 노력하라. 그러면 평화가 올 것이로다.

바람의 전설은 말을 맺고 천천히 일어나 붓을 잡았다. 그리고 먹물을 듬뿍 묻혀 두 글자를 써서 내려 주었다.

옥성 玉成

貧賤憂慽은 用玉汝於成也니라
가난과 천함 근심과 슬픔은 너를 옥처럼 갈아 성공으로 인도할 것이다. 장재 張載의 서명 西銘에서 인용.

나는 현자의 처소에서 물러 나와 서편 하늘을 쳐다 보았다. 바쁘기만 하고 실속은 없으며 남에 대한 미움으로 번뇌한 내 초라한 몰골이 날 조롱하듯 떠 오르고 있엇다. 곧 해는 질 것이다. 그리고 하늘은 항상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내일의 여명은 밝아 올 것이다. 아직은 지는 시간이고 찬 바람은 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