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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의 비극 ㅣ 한말 외국인 기록 2
F.A. 매켄지 지음, 신복룡 옮김 / 집문당 / 199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저자는 매켄지인데 그의 시선을 보면 일본에 대해 우리처럼 뼈에 사무친 적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오히려 이해적이며 심지어 우호적이기까지 하다. 그것은 아마도 당시 일본과 우호적이었던 영국인이라는 사실과 저자가 일본인에 의해 박해를 받기보다는 협조를 얻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지식인으로서의 양식에 기초하여 일본의 행위를 담담히 기술하고 있다. 그런 서술 문장에는 일본에 대한 비판의식과 실망감이 녹아 있다. 저자가 우리 민족에 대해 특별히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는 보이지 않으나 교육 수준이 높고 양식있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보편적인 진실의 추구와 동정어린 관심은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강점은 아무래도 역사적 사실이 벌어진 시기와 서술 시기가 매우 가깝다는 데에 있다. 대개 훗날 기술된 역사서들은 문자 자료에 크게 의지하다 보니 일차 사료의 굴레를 벗어나기가 힘들고 저자의 시각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된다. 그에 비해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보고 들은 것을 기술하였기 때문에 현장감이 넘치고 생생하며 신빙성이 있다. 약간의 기억 착오 같은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또 저자가 우리 나라 편도 아니고 일본 편도 아닌 제 3자이다 보니 어떤 사건에서 냉정한 시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양측에서 다 같이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 점이 이 책을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운 것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다만 번역에는 좀 문제가 있어 의미를 불통하게 하는 문장이 더러 있다.
고종 시대의 이해를 위해 읽은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그 시대 분위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