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본 듯한 소설 기법

인간의 힘
성석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7월

이 이소설을 읽으면서 어디서 본듯한 인상이 늘 지워지지 않고 따라다녔다. 다른 분들도 느끼셨는지 모르지만 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와 매우 흡사함 구도와 기법이다.

우선 문채면에서 그렇다. 주인공을 희화하 하는 기법은 아주 닯았는데 이것은 소설적인 재미를 주는 요소가 될 것이다. 돈키호테와 같은 주인공의 행적이 웃음을 자아내게 하면서 한편으론 측은함을 넘어 그에 대한 동질감을 느끼다 결국 그의 편이 되어 그를 이해하고 오히려 세상 사람들을 비웃고 조롱하는 심적 변화를 가지게 된다.

돈키호테란 명작은 아주 낭만적이면서도 그 속에 담긴 메시지가 의미심장하다. 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도 객관적으로 보면 우스운 행동과 말이긴 하지만 내면적으로 일관성이 유지되어 있고 무엇보다 작가의 문필역량이 그것을 충분히 받치고 있다.

이에 비해 성석제의 이 소설은 희화화 해서는 안되는 부분까지 희화화 한 나머지 독자에게 웃음은 주었는지는 몰라도 웃음을 넘어 감동과 진실을 주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동구가 형의 재산을 그냥 빼앗아 왔다든지 동구를 수행한 명선이 죽는데도 숨고 있었다든지 하는 대목은 감동을 주는 주인공의 성격창조에 실패한 대목이 아닌가 한다.

이문열과 세르반스가 각각의 소설에서 성공한 이유는 어설프고 웃음을 자아내기는 해도 감동을 주는 주인공의 성격창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 부수적으로 역사 사실과 소설적 구성이 부조화를 일으킨 것도 흠이지만 이렇게 사료를 모으고 정리한 역량은 여타의 작가들이 하기 어려운 대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성석제의 소설에는 이러한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재미라는 요소가 있다. 이것은 그의 능력이다. 그러나 읽고 나서 소설적 감동이 없다보니 맥이 빠지고 느끼한 마음마저 생긴다.

이제 성석제의 소설을 더 읽어야 할지 망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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