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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살아가면서 좋은 한 권의 책을 만난다는 것은 여행가가 새로운 길 하나를 발견한 것과 같다.
요사이 시간이 좀 있어 책을 읽다 보니 이런 좋은 책을 만났다. 바쁘고 시름 많은 세상살이도 잠시 잊고 기쁘고도 행복하다. 귀여운 아이를 보는 것처럼 자꾸 책을 보면서 이 글을 쓴다. 처음 몇 장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레 책에 몰입하게 되는 아주 흥미롭고 재미난 책인데 우리 옛 그림에 대한 저자의 사랑과 글에 공력을 들인 저자의 정성이 흠뻑, 듬뿍 느껴진다.
이 책은 우리 옛 그림 중 11편을 골라 그 그림에 얽힌 사연과 배경지식을, 오랫동안 이 분야에서 생활해온 저자의 몸에 푹 젖은 설명으로, 우리를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운 세계로 이끌어가는 아주 격조 높은 책이다. 저자의 설명에 귀 기울이다보면 책장은 한 장 두 장 넘어가고 중간중간 뒤에 부록으로 첨부한 그림을 유심히 보게 된다.
김홍도가 음악에도 조예가 깊고 시는 물론 시조도 지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김홍도와 윤두서가 지은 시를 암기하였다.
봄 물에 배를 띄어 가는 대로 놓았으니
물아래가 하늘이요 하늘위가 물이로다
이 중에 늙은 눈에 뵈는 꽃은 안개 속인가 하노라.
이 작품은 김홍도의 주상관매도에 어울리는 시조이고
옥에 흙이 묻어 길가에 버렸으니
오는 이 가는 이 흙이라 하는고야
두어라 알이 있을지니 흙인 듯이 있거라
이 작품은 윤두서의 시조이다.
이 책은 특히 작품을 설명하는 것 이외에도 우리 옛 그림을 보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 두었는데 내가 평소에 막연하게나마 의심을 가지고 있던 것이 고스란히 풀리는 것을 느꼈는데 절로 탄복이 나왔다.
이 책에서 받은 감동으로 나는 배달해 주는 시간을 참지 못하고 서점에 가서 저자의 <한국의 미 특강>이란 책과 <단원 김홍도>라는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우리 그림에 대한 입문서이자 아주 수준 높은 글인데 문장도 좋고 내용도 아주 훌륭하다. 아주 탐나는 책이다. 나도 나중에 이런 책을 쓰고 싶다. 두 번째 권이 곧 나온다고 하니 몹시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