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궁궐 이야기
홍순민 지음 / 청년사 / 1999년 4월
평점 :
절판
(이 글은 2001년 12월 31일에 쓴 것인데 알라딘에 서재가 생기면서 함께 모은다.)
최근 국민들의 생활 수준과 지적 수준이 동시에 향상됨에 따라 테마 여행이 유행하고 있다. 여러해 전에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중학교 3학년 교과서에도 내용을 약간 고쳐서 실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신문에 보면 답사 여행단이 자주 눈에 띄고 인문 서적 중에서도 답사와 관련된 서적들이 많이 보인다. 최근 베스트 셀러가 된 김병종의 화첩 기행이나 김훈의 자전거 여행도 이런 범주에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언어와 상상력이라는 씨줄에 역사와 시간이라는 날줄을 더하고 공간적 움직임이 주는 활력과 기타 부수적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사실 아무 목적 없이 여행을 가는 것도 즐거운 일이긴 하다. 그러나 금방 싫증이 나고 여행의 깊이가 없다. 기왕에 여행을 가는 것 좀 배우는 자세를 취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일 것이다.
사실 몰라서 그렇지 문화 유산이 서울만큼 많이 몰려 있는 곳도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데이트 장소로 주로 활용하는 궁궐에 관한 좋은 책이 있어 소개할까 한다.
서울의 5대 궁궐은 뭘까? 지금의 궁궐 모습은 예전과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궁궐의 각 건물 명칭들은 어떤 의미이고 그 용도는 무엇일까?
나는 지난 1년에 걸쳐 비원과 5대 궁궐을 전문 안내를 받아 답사를 한 적이 있다. 경복궁은 한 나절 이상씩을 두 번에 걸쳐 답사하였다. 미리 궁궐 도면을 준비하고 설명을 듣고 질문을 하면서 내가 얼마나 가까이 있는 문화재에 대해 무지하였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궁궐의 각 건물 마지막에 붙이는 용어인 殿 堂 閤 閣 齋 軒 樓 亭의 의미도 처음 알았고 해태상이 지금보다 훨씬 앞당겨진 司憲府앞에 있었다는 것도, 殿 앞에 놓인 드므라는 것이 화마를 놀래주기 위해서라는 것도 그 때 알았다. 그리고 종묘가 여러 번에 걸쳐 증축된 것이며 그 증거를 앞의 돌 축대에서 알 수 있다는 것도, 공신각에 이완용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의 저자인 홍순민 선생과도 창덕궁 답사를 하였는데 궁궐에 대해서 전반적 내용을 잘 알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책은 궁궐 답사에 필요한 기초 지식을 도판 사진과 함께 요령있게 설명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내 생각으로는 이 책을 한꺼번에 다 읽어 치우는 것보다는 궁궐 하나를 택하여 한 번 읽은 다음, 좀 상세한 궁궐 지도를 구해서 들고 마음 맞는 사람과 현지 답사를 한다. 그리고 나서 다시 의문점을 해결해 나가는 형식의 독서를 하고 특이하거나 인상 깊은 부분을 다른 참고 도서를 이용하여 탐구해 나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궁궐 이외에도 많은 유적들이 서울에 있으니 관심있는 분은 연락하여 함께 답사를 해 보는 것도 유익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