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쟁으로 보는 조선역사
이덕일 / 석필 / 1997년 6월
평점 :
품절


이덕일이 쓴 역사서 중에서 두 번째로 내가 읽은 책이다.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를 아주 재미있게 읽어 저자의 또 다른 책을 본 것. 나는 전에 이성무가 쓴 <조선시대 당쟁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들 책은 분량도 비슷하고 흥미와 서술방식도 닮은 점이 있다. 이성무의 책이 객관적 사실에 좀 더 주안이 있다면 이덕일의 책은 필자의 추리와 시각이 좀더 첨가되었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는데 서로 장점이 있다.

이 책은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보다 3년 전 쯤 출판되었다. 나는 책을 읽어 나가면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예학논쟁에서 이 책의 전체적인 톤은 송시열을 변호하고 남인의 정략적 이용을 부각시킨 반면 송시열을 다룬 책에서는 송시열의 흑심이 부각되어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저자가 3년 만에 이렇게 시선을 달리해 사건을 바라본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먼저 출판한 책에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거나 부분적으로 내용을 정정할 수는 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넘어가기엔 근본적인 무언가 잘못이 있는 것 같다. 나는 혹시나 저자가 많은 사료를 통해, 그리고 원전 독파를 통해 터득한 것이 아니라 시선이 다른 이런 저란 글에서 내용을 모으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이만큼이나마 당쟁사를 흥미롭게 정리해 준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나는 진심으로 저자에게 감사한다. 특히 몇 구절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양비론은 예나 지금이나 겉으로는 공평을 가장하지만 속을 보면 그 어떤 의논보다 한 쪽을 지지하는 고도의 수사법에 불과하다.---404쪽
---한중록(閑中錄)을 한중록(恨中錄)이라고도 부르는데 한(恨)은 사도세자가 죽은데 대한 한이 아니라 집안이 폐가가 된 데 대한 한이었다.---410쪽
---그는 진실 앞에서는 겸허할 줄 아는 인격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58쪽
---이제 임금은 온 나라의 임금, 온 백성의 임금이 아니라 특정 당파의 임금, 특정 지방의 임금이 된 것이었다.--- 385쪽

요즘 역사서들을 보면서 역사의 진실에 접근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우리가 얼마나 밝은 눈을 가져야 하는지, 우리가 얼마나 흐리멍텅한 눈으로 오늘을 살고 어제와 내일을 보는지를 알 것 같다. 이 책은 뜨거운 가슴으로 다시 역사서를 보아 나가는 나에게 기름을 부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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