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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옛 시정을 더듬어
손종섭 지음 / 태학사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요즘 손종섭 선생의 팬이 되어 한시 읽는 재미로 하루를 산다. 손종섭 선생이 기왕에 펴낸 『옛 시정을 더듬어』와 『이두시 신평』에서 무한한 감동을 받은 나는 이 책이 나온 것을 알기 바쁘게 즉시 구입해 읽고 있는 중이다.
내가 전에 읽었던 한시 관련 책들은 한문만 빼곡히 들어찬 목판본이나 아니면 주석과 감상이 붙은 중국책들, 그리고 원문을 좀 딱딱하게 주석과 함께 번역해 놓은 것 , 혹은 번역문과 함께 감상이 짤막하게 붙은 종류였다. 우선 주석을 많이 달고 원문을 딱딱하게 번역해 놓은 것들은 주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번역이 틀리지 않았을까 의심하며 읽어야 했고 감상이 붙은 책들은 특별히 한 두 종류를 빼고는 군더더기가 많고 내용과 긴절하지도 않은 억지가 많아서 별로 공감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차라리 잘 가공된 중국책을 보는 것을 선호했다.
그런데 이 분이 쓴 책을 보면서는 번역이 잘못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사라지고 마음 푹놓고 감상을 할 수가 있었다. 주석도 간결하지만 정곡을 지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평설이란 것이 시의 정수를 체득한 저자의 입에서 저절로 토로해 나온 것이어서 바로 공감이 갈 뿐만 아니라 평설하는 언어의 구사에 있어서 남 눈치보며 주저주저하지 않고 쾌할하게 말하며 한자어와 순 우리말 어를 묘미가 있으면서도 맛깔스레 구사를 하고 있어 더욱 읽는 재미를 안겨준다.
이 책은 10 년 전에 나온 『옛 시정을 더듬어』와 비교할 때 좀 더 정리된 듯하다. 열성적인 평설은 어떻게 보면 전에 비해 떨어진 듯도 하나 함축적인 설명으로 간결미와 노련미는 더해진 듯도 하다.
이 책을 소설보듯 한꺼번에 죽 내리읽기보다는 평소 자기 하는 일을 하면서 틈나는대로 흥에 따라 몇 편씩 음미하며 보는 게 좋을 것이다. 나는 책에 편집되어 있는대로 번역을 보고나서 원시를 보며 이해하고 또 번역을 보고 평설을 보고 하는 식으로 읽는데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평설에서 유관한 시를 소개하는 솜씨며 형식미와 내용미를 자유자재로 설명하는 능력은 한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시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복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시문학의 이해와 감상 수준이 높아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