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의 금강경 강해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199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보기에 도올의 책들은 최근에 나온 것일 수록 내용이 알찬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나는 노자철학 이것이다란 책을 통해서 처음 도올을 알았는데,책의 삼분지 일이 자신을 변명하고 스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어 그다지 좋은 인상을 받지는 못하였다. 그 후 두어권의 책 들을 필요에 의해 읽기는 했지만 굳이 남들에게 추천하고 싶지도 않았고 두 번 읽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내가 필요한 부분만 그 때그 때 발췌해서 보곤 했다.

그런데 재작년 노자를 강의할때 나는 처음 몇 번을 제외하고는 거의 빼놓지 않고 들었다. 텔레비 앞에 상을 펴 놓고, 노트를 해 가면서. 물론 강의 내용에 틀린 내용도 있었고 번역과 인용이 잘못 된 경우도 있었으며 과도하게 남을 비판해서 비난을 부른 점도 있다.그러나 그의 강의는 무엇보다고 재미가 있었으며 짜임이 있었고 문제 의식을 불러일으키고 흥미를 유발했다. 어쩌면 내가 노자를 이미 숙독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그의 강의는 훌륭했다고 본다.

이어 공자를 강의하는 내용도 나는 주의깊게 들었다. 그의 좋은 점만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 아닌가. 굳이 그를 비난하려면 너무도 많지만. 그가 많은 압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한 것은 퍽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한 편으론 논어는 실천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 심오한 지식으로 의미있는 것이 아니니 어쩌면 도올의 인격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텍스트 였기도 했으니 필연적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이번에 한 불교강의도 재미있게 들었다. 사실 금강경은 3년전 출판된 직후에 읽은 책인데, 그 때 상당한 감명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며칠 걸려서 틈틈이 다시 읽어보니 그때의 감동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런 생각을 했다. 몇 번이고 읽히는 감동적인 책이 되려면 글이 담담하고 함축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말이다. 도올 선생의 글은 아주 예리한 면이 있지만 너무 직설적이고 또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의 분량을 잘 조정하지 못해서 글의 감동을 떨어드리는 면이 있어 아쉽다. 그래도 비교적 이 책이 충실한 번역과 해설서의 면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이만한 노력으로 금강경의 대의를 한 번 파악해 본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이 책은 대승경전의 핵심인 금강경을 번역하고 강의 형식으로 풀이한 책이다. 앞 부분에 나오는 문둥이 예기에 이 책의 내용이 다 함축되어 있는데 매우 인상깊은 에피소드이다. 그리고 아상을 버리라는 말이나 제법무아 같은 말은 평생토록 사색하고 깨달아 나가야 하는 숙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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