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 - 안도현의 내가 사랑하는 시
안도현 지음 / 나무생각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중국 여행을 하고 돌아온 이후 휴유증으로 감기를 앓는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서점에 가서 시집 두 권을 골랐다. 이불덥고 배를 뜨뜻한 방바닥에 붙이고 볼려고.참 좋았다. 그냥 아무개의 시집과는 달리 시 선집을 읽거나 감상이 붙은 시집은 시인의 시를 읽을뿐만 아니라 동시에 선자나 감상자의 시선을 겹쳐서 맛본다는 점에서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뒤에 장황하고 현란한 평론이 붙은 글을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 시에 대해 누군가에게 한 마디 하기에는 참고할만하나 내 개인적 경험으론 오히려 시 읽는데에 방해가 되었거나 억지 해설이 많았던 때문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시들은 그 평자들의 일관된 논리 구조를 뒷받침하기 위해 뽑힌 시들과는 다른 경우가 많았음)

한 곳에 좋은 시들을 모아 놓으니 다들 시를 참 잘쓰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일기 당천의 용장들만 뽑아 놓아 그 기세가 천군만마를 대적할 성 싶다. 예전에 남의 시를 보면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있었는데 한 편 한 편 좋은 시들만 대해서 그런지 지금 보니 내가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적군에게 포로가 된 기분이다. 그러나 행복한 포로 아니가. 한 편의 시 끝에 달린 안도현의 한마디가 좋다. 기왕에 읽어본 시에 대해서는 생각을 견주어 보고 또 읽지 못한 시에 대해서는 주목을 하여 흥미있게 읽게 해 주어 기쁨이 배가 되었다. 우리 유명 시인들이 아름답고 감동적이고 또 습작기에 즐겨 읽은 작품들이 무엇인지 퍽 궁금해졌다. 어떤 여자가 사랑스러우면 그녀의 모든 것이 궁금해지듯이 . 그런 책을 적절히 출판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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