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화답사기
위치우위 지음, 유소영 외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오늘 인천에서 배를 타고 중국 천진에 간다. 일주일 가량 북경을 중심으로 곡부와 청도를 둘러볼 예정이다. 외국여행 한 번 해 보지 못한 나로서는 상당한 기대와 불안감이 교차되고 있다.

이 책은 최근 나의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인데, 뜻밖에 이 책을 읽느라 충만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며 부끄러움이 담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을 처음 받아든 나는 '답사기'라는 제목에서 우선 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나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떠올렸고 이어 허세욱 교수가 쓴 중국문학기행이나 삼국지 역사 기행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과 지난 여름에 본 진순신의 시와 사진으로 보는 중국기행을 상기하고는 마음 한 켠에 군침이 돌아 입맛을 다시며 이 책을 기대속에서 펴들었다.

그런데 나의 그런 기대는 서문을 읽고 동황 막고굴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당혹감으로 변했다. 나에게 최근 익숙한 기행문이 아니라 감성 짙은 수필이나 소설에 가까웠다. 작잖이 실망을 한 나는 듬성듬성보다가 2부의 강남의 작은 마을들에서부터인가 차츰 책에 몰입하다가 한 장서가의 꿈이 깃든 천일각을 볼때쯤엔 나도 모르게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삼일에 걸쳐 책을 읽는 동안 이 책이 눈에 보이는 사실과 역사적 객관적 진실을 다루기 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이고 정감적인 면과 개인적인 사유와 감성에 치중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요컨대 이 책은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는 중국의 문화 개별적 사안에 대해서 쓴 밀도 높은 소설적 구성과 짜임을 가진 수준높은 수필이라고 할 수가 있다.

드디어 이 책의 진면모를 발견하고는 나의 천박한 독서력에 대해 탄식을 하고 다시 1부부터 읽어 나가니 그제서야 얼마나 훌륭한 글인가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둔황 석굴에 배어 있는 슬픔과 비애는 큰 감동을 준다.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해도 책을 두번 이상은 읽어야 그 책의 맛을 조금은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중국에 가면 진순신이나 유홍준의 시각은 물론 저자 余秋雨의 시각으로 중국문물을 감상할 작정이다. 물론 다녀와서 다시 위치우위의 글을 읽어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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