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진보 - 후집
성백효 옮김 / 전통문화연구회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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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는 문학이라고 하면 시,소설,희곡,수필,평론 이런 식으로 일반적으로 분류를 한다. 신춘문예 응모작이나 문예지의 응모 요령을 보아도 창작현장에서 통용되는 장르는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 책에 수록된 내용은 어떻게 분류를 해야 할까?
수필?

국문학의 장르 구분에서 장덕순 선생은 서정, 서사, 희곡으로 분류를 하였고 조동일은 서정, 교술, 서사, 희곡으로 분류를 하였다. 그리고 김흥규는 서정, 서사, 희곡, 교술, 중간 혼합적 갈래로 분류하였다. 3분류 설에서 5분류설로 전개해 온 셈인데 이런 분류의 어려움은 가사나 경기체가 그리고 다양한 양식의 한문학 작품들 때문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문학의 장르 구분은 편의상의 시도이지 각 개별 문학 작품이 그 틀에 꼭 맞는 것은 아니다. 언어에서 문법적 규칙에 따라 모든 언어가 그 규칙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닌 것과 같다. 대개 지속성과 유기성을 갖는 것은 분류되기 어려운 특징을 갖는다.

중국에는 <고문관지>가 주로 읽히고 있는데 우리가 대하는 <상설고문진보대전>과 겹치는 작품들이 꽤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에서는 고문진보는 사라진 듯하다. 일본에도 고문진보가 있지만 분량이 우리의 것과 비교해서 현저히 적은데 그대로 번역해 나온 것도 있다.

고문이라는 말은 단순히 '옛 글'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당송때 한유, 유종원 등이 사륙병려문의 기교나 형식을 반대하여 고문부흥운동을 하면서 쓰이기 시작한 문학 용어이다. 대체로 이 고문가들 중에는 한류구소라고 해서 한유 ,유종원 구양수,소식등이 대가로 꼽히는데 이들의 작품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김도련 선생이 쓴 <한국 고문의 원류와 성격> 그리고 그의 문생 등이 쓴 <한국 고문이 이론과 전개>에 잘 언급 되어 있다. 이 고문은 조선조의 문장가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나는 고문진보를 몇 분 선생님들께 차례로 배워 보았다. 처음에 이 책에 애정을 가지게 된 것은 내가 전에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형식이라는 것과 한 편 한 편이 그야말로 명문이라는 정도의 감상 수준이었다. 그런데 민족문화추진회에서 고문진보 수업을 위해 착실히(?) 예습 복습을 하다가 거의 끝무렵에 이르른 어느날 횡단보도를 건너가다가 앞에서 배운 한 편 한 편의 글이 염주에 구슬이 꿰이듯 꿰지고 거기에 어떤 관통하는 정신이 흐름을 느끼는 체험을 하고 나서 비로소 이 책의 위대함을 알았다. 우리 문학에서 載道文學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문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폄하를 받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은 측면도 있으리라는 막연한 나의 기대를 확인시켜준 경험이었다.

또 언젠가 서예를 하는 어떤 분을 위해 이 책에서 좋은 구절을 뽑아 본적이 있는데 물반 고기반이었다.

고문진보가 번역되어 나온 것은 여러 종 있다. 그 중 명문당의 번역과 이 책이 다른 점은 명문당은 자세한 주석과 색인이 돋보인다는 것이고 이 책은 구두의 정확성과 오역이 없으며 읽기에 편하다는 것이다.

이 책이 다른 번역본과 가장 큰 차이점은 고문진보 원전에 보면 각 글마다 앞에 迂齋 가 쓴 그 글에 대한 평론이 있는데 여기에도 현토를 하고 번역을 했다는 점이다. 문학을 연구하거나 창작을 하는 사람은 이 글을 잘 분석하면 얻는 것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문진보를 강의하는 사람들도 글 내용만 가르치지 그 문예 예술미는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또 책 마지막 부분에 문장궤범이 붙어 있다. 이것은 원래 고문진보 전집에 붙어 있는 것인데 글 성격상 후집에 제 자리를 찾아 번역해 놓은 것이다. 이것도 이 책만의 특징이다.

다만 주석과 감상이 없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아래에 단어가 있고 번역이 있으니 아쉬운 대로 해 볼만은 하나, 어디가서 강의를 한번 쯤 듣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나서 자기만의 자득의 길로 가야 좋다고 본다. 표지는 요즘 감각으론 좀 촌스럽다. 요컨대 이 책은 한문 전공자나 문학연구생과 창작인,서예인은 말 할 것도 없고 기타 교양인도 한 번쯤 정독을 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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