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정해
임창순 지음 / 소나무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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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송사,원곡,명소설이라고 부를 정도로 당나라 시대에는 시가 융성하였다. 한국 한시의 원류도 대개 이 당시의 영향을 입었는데 오칠당음이나 두율 은 모두 당대의 것이고 고문진보 전집 역시 당시대가 주류이다. 이런 책들은 선비들의 필수 교양이었고 이순신 장군도 두율을 인진란 전에 배운 바 있어 장군의 문투에 많이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서구 시를 번역하여 소개한 김억은 한시 번역에도 조예가 깊었고 그의 제자 김소월은 고문진보를 외다시피했다고 한다. 김소월의 시를 잘 보면 한 시의 영향을 느낄 수 있고 이육사 역시 시정신이 한시교양과 맥을 같이한다.

국내에서 나온 당시에 대한 번역서는 더러 있다. 당시 삼백수는 중문과 교재로 쓰이는데 계명대에서 번역이 되어 나왔고 불교학자 이원섭의 당시는 시의 맛을 살린 번역으로 유명하고 또 작년에는 서울대 교수휴게실인 자하연에서 펴낸 책 두 권이 베스트 셀러가 되기도 했다. 당시전집도 있고 다양한 해설서도 있다.

오늘 감히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소나무에서 나온 靑冥 任昌淳 선생님의 唐詩精解이다. 선생은 1999년 가을에 작고 하셨는데 우리 나라 한학의 대가이셨다. 중국 비림에 갔을 때는 많은 중국인 학자들이 선생을 따라다니며 선생의 평에 귀를 기울였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금석학에도 대가이시고 글씨 그림에 다 능하시고 바둑을 좋아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생전에 한 번 뵙고 싶었는데 뵙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는다. 내가 다니는 연구실에 선생의 초서 글씨 한점이 걸려 있다.

선생은 교수시험을 통과하여 성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기도 했고 추진회에서도 제자들을 가르쳤고 만년에는 지곡서당에서 많은 제자를 양성하여 지금 전국의 대학에 교수로 재직하는 이가 많다.

이 책은 1956년에 이미 출판된 것을 선생이 작고하시던 해 봄에 펴낸 책이다. 읽어보면 한글자 한글자에 정성을 쏟았고 허튼 말씀이 없음을 금방 알 수 있다. 다만 당시는 형식을 많이 따져서 평측과 압운,댓구 등 형식에 대한 교양이 필수인데 그기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점이 아쉬운데..이것은 아마도 요즘 사람들이 전공자라 하더라도 그런 형식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또 직접 한시를 많이 짓지 않는 현실적인 분위기를 감안하여 그렇게 한 듯 하다.

우선 좋은 시를 안목있게 정선하였다. 원시를 왼쪽에 배치하고 번역을 오른쪽에 배치히여 대조해 가며 읽도록 하였고 <자구>에서는해설이 필요한 낱말을 정갈하게 풀이하였다. < 통석>란에서는 시를 해석하여 번역에서 이해가 잘 안되는 점을 보완하고 <감상>에서는그 시에 대한 감상을 절제있고 해 놓았다. 중간 중간 운치있는 그림이 있고 해서 매우 사랑스러운 책이 되었다. 또 뒤에는 시제목, 시인 ,자구 색인을 두어 실용성을 높였다.

선생은 서문에서 ' 해석을 읽어서 뜻을 이해하려고 애쓰지 말고, 마음으로 좋다고 생각되는 것을 뽑아서 입에 무르녹을 정도로 몇십번 내지 몇 백번이라도 반복해서 읽어서 암송할 정도에까지 이르면 그 시의 진미를 저절로 알 것이요, 해석에 나오는 시에 대한 용어도 정확히 이해될 것이다.' 라고 했다. 시의 진미를 맛보려면 깊이 유념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唐詩의 형식미와 문예 예술미를 현대시창작 현장과 접목시켜보고 싶은 생각이 늘 있으나 그런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한두 사람 떠오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사람을 만나 배우기도 하고 우의를 다지기도 하면 오죽 좋으랴.

하여튼 이 책은 시를 읽고 쓰거나 한학을 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많은 교양인이 두루 읽어 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감히 거듭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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