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부터 예술의 전당에서 시작. 성인은 16000원이라는 좀 쎈 가격이군요. 아마도 이번 전시 이후로 해외에 작품 거는 일은 없을 거라는 얘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뭐 단독전 규모로는 최대 규모라고도 하고. 말대로라면 이거 이후에 클림트 그림을 직접 볼려면 오스트리아행 비행기표를 기본 옵션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거니 관람 메리트는 있군요.

유화 30점에 드로잉 및 포스터 원화 70점 정도라는데 저 클림트의 드로잉에는 표현수위가 꽤 쎈 것들도 있건만 그런 것들도 걸어줄지 모르겠군요. 당당하게 어린이도 받습니다만, 예술이잖습니까. 사실 [다나에]도 자위하는 걸 그린 거고. 어째 클림트라고 하면 황금빛 고결함보다는 쎅쓰러운 것만 생각이 나네요 삶도 질탕하셨고. 그리고 요즘 애들이 뭐 애들이야.  

요즘 시대에 클림트가 갖는 의미란 무엇일까요. 현대적 미학으로서의 적극적 하이브리드의 시조? 잘 모르겠습니다. 초국가적 불황이 순차적으로 전세계를 떠돌고 있으며 정치적 알력으로 미술 시장은 박살났고 예술의 권위는 땅에 쳐박혀버린 이 시대에,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주신다니 좀 생뚱맞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차라리 뭉크가 더 어울릴 거 같은 세상이라. 그리고 세기말을 하도 겪다보니까 이젠 별 느낌이 없는 거 같아요 세기말적인 퇴폐가 온다고 해도.  

그러고보니 세기말 퇴폐라고 하니까 얼마 전에 퀴즈 육감대결에서 1990년대 압구정동 얘길하면서 김민종 주연의 [오렌지나라]가 자료자면으로 쓰이길래 헐 저걸 자료화면으로 쓰다니 피디가 뭐하는 사람이야 싶어서 신선했던 기억이 나네요. 강민경이 예쁘게 나왔었는데 감독이 [매춘] 찍었던 양반이니 영화 속 문학청년 김민종 방에 [엔젤하트]니 [베티블루]니 하는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던들 영화가 갈 길은 뻔했죠(어쩌면 그 미장센 자체도).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각설하고 이렇게 얘기하고는 있지만 클림트를 싫어한다는 건 아니고, 되려 되게 좋아하는 축입니다. 야한 남자가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을라면 단순히 면상 좋고 실력이 출중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적당히 우울한 면모도 있어야 한다는 걸 증명해낸, 어쩌면 현대적 차원에서의 탁월한 카사노바상을 제시한 게 아닐까 싶어서 그 선구자적 면모가 존경스럽기도 하고. 화려함 속에 감춰진 남모를 우수.... 아 이거 생각해보니 셀러브리티의 속성을 아주 제대로 잡아낸 거잖아. 그리고 어쨌든 그림이 끝내주잖아요. 어떤 시비를 갖다붙여도 클림트가 탁월한 화가였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옹골찬 리비도적 면모에 대해선 호불호가 있겠지만 취향이니까 존중해주시죠.

암튼 중요한 건 표값이 비싸다는 거 같습니다.

  

 



클림트 그림 중에서 가장 강렬했던 건 이 그림인데, 멀리 떨어져서 보면 맘에 쏙 들더라구요. 백미터 전지현 같은 느낌이랄까. 

  

 

 

대강 클림트 관련 책들을 읽어본 건 이정도인데, 생각나는 게 아무 것도 없네요. [키스]가 오지게도 인기가 좋구나 라는 건 알 것 같습니다. 요즘은 예전에 관계가 끊긴 사람이 왜 그렇게 된 건지도 기억이 안 나는 판이니. 지리멸렬하게 인간실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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