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따 재밌다. 장근석, 좋아 죽겠다. 

그런데, 어제는 박신혜(고미녀 역)의 구두가 너무 너무 너무 거슬렸다. 고아원에서 자랐고, 견습수녀였다가, 우여곡절 끝에 쌍둥이 오빠대신 남장을 하고 아이돌그룹에 들어가 있는 그녀가 마침 서울에 올라오신 원장수녀님을 만나려고 간만에 여장을 하고 외출하는 장면이었다. 색은 까맣지만, 9센티쯤 되어 보이는 아슬아슬한 힐을 신고 있었다. 황태경을 기다리다가 옷을 사가지고는 늦게나마 온 황태경을 향해 뛰어오는 그 불편한 걸음걸이가 거슬렸다. 숙소로 돌아갈 때 다시 남장으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그녀의 가방이 너무 작았던 데다가, 그런 복잡한 상황에서 역시 제일 심난한 것은 신발인데, 힐처럼 성별구분이 뚜렷한 데다가 부피도 꽤 차지하는 신발은 답이 안 나오니까.
기억에 옛날에도 박신혜의 구두가 거슬렸던 적이 있다. 그 때도, 극 중에서 어려서 부모를 잃고 늦은 나이에 입양된 여자-알고보니 입양한 사람이 친엄마였던가, 기억이-였는데, 내내 힐을 신고 출근해서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본 기억이 있다.
그래서, 어제는 이게, 박신혜의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인가, 생각하는 지경이 되었다. 연기도 출중하고, 얼굴도 예쁜 이 여자 연기자가 가진 극심한 콤플렉스로써 키 말이다. 충분히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녀가 그런 콤플렉스를 가졌다는 것도 안타깝지만, 그 콤플렉스의 크기가 극 중 상황이나,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데도 선택하게 할 만큼 어마어마하다는 게 더 슬프다. 그래도, 그래도,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연기자로써 고미남 역을 하는 고미녀로 자신을 설명해야 한다면, 힐을 포기해야 한다. 내가 '미남이시네요'에서 만나는 그녀는 '키 때문에 힐을 포기 못하는 배우인 박신혜'가 아니라, '절제의 미덕을 내내 학습했던 견습수녀 고미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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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이예요 2009-10-27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의 생각은 드라마의 흐름보다 그 컷에 비중을 두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그냥 이십대의 예쁜여자는 이러지 않을까? 라는 머~~

별족 2009-10-28 14:34   좋아요 0 | URL
음, 그럼 신혜양에게 미안하군. 그저 내가 힐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써놓고 생각을.

별족 2009-10-30 13:10   좋아요 0 | URL
그래, 나처럼 생각하면, 굳이 가발을 쓸 이유도, 치마를 입을 이유도 없구나. 머리가 길건,짧건, 치마를 입었건, 바지를 입었건, 힐을 신었건, 로퍼를 신었건, 여자는 여자, 남자는 남자긴 하구나.
 
자긍심 - 건강한 인간관계와 행복의 바탕
마릴린 소렌슨 지음, 진성록 옮김 / 부글북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너무 싫은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은 밥을 사도 싫고, 선물을 줘도 싫고, 말을 걸어도 싫어서,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식으로 감정을 낭비하는가 심난해져서, 이 책을 샀다.  그렇다. 초록불님의 블로그(orumi.egloos.com)에서 이 책을 소개하면서 이런 말을 인용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하고는 어울리지 말라"-그런 사람이란 자신의 자긍심을 갉아먹는 사람이다-. 나는 그 인용문을 읽는 순간, 나의 옹졸함, 나의 편협함, 나의 온갖 악덕들을 변명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이 책을 사서 읽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한다.  그 사람을 대하는 나의 태도, 혹은, 나를 대하는 남편의 태도, 오히려 나랑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나는 그 말에 왜 화를 내는가. 나의 어떤 면을 그 말들이 자극하는 것일까. 나의 나에 대한 자긍심은 어떤 성분들로 구성된 것일까.   

"있잖아, 그 사람이 그런 의도가 있는 것처럼 내가 느꼈어도, 그 사람이 그게 아니라고 하면, 믿어야 하잖아.  그 사람이 아니라고 했는데도, 내가 너는 그랬잖아,라고 인정하라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

내가 남편에게 이렇게 말하니까, 남편은 그 사람과 자신이 같냐면서 나에게 화를 냈다. 이 때 남편은 나의 어떤 행동이 자신을 무시해서 그러는 거라면서 내가 아니라고 하니까, 계속 인정하라고 했다. 가까운 관계에서 생기는 오해는 상대가 그렇게 느꼈다고 해서, 모두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책 속에는 타인의 반응을 끊임없이 오해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자신의 훼손된 자긍심때문에, 그저 단순한 거절에도 영원한 절교를 상상하는 사람들, 그래서 인간관계를 회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나는 내 자신이 오해하는 상황들이 나의 무엇 때문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말을 오해하는 남편과 동료의 말을 오해하는 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 좀 더 단순해지기로 결심하였다.  나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했다고 해서 그것으로 상대를, 관계를, 확대해석할 필요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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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 - 개정판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남장한 여인, 미묘한 사랑의 감정, '바람의 화원'에서도, '커피프린스'에서도 익숙하다. 내년에는 이 책도 그런 드라마에 하나를 보탤 것이다.  

책은 재미있다. 그 상황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여성적 활동으로는 돈을 벌 수 없는, 글쓰고 책읽는 재주만 있는, 병약한 남동생을 가진 소녀가장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것 뿐이었다고 절대 동의한다. 내내 책만 베끼던 이 소녀가 자신의 학문의 깊이를 알 수 없다는 것도, 남성들만의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이루어진 약속들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 오히려 배포 큰 남자 중의 남자로 인식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시대의 공기를 잡아내는 묘사도 좋다. 당파들 간 적개심, 과거시험장의 풍경, 

이야기에 거의 완전히 속을 뻔했는데, 나는 장르로서의 로맨스에 적응하지 못했다.  

내가 비극을 바랄 만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 엔딩은 좋지 않다. 지금까지 잘 속았는데, 마지막에 이게 다 꿈이었다는 걸 깨닫는 결말처럼 허무하였다. 그렇지, 이건 로맨스였어,라고 되뇌게 하는 결말. 로맨스로서는 전혀 나쁘지 않다. 그저, 내가, 아직, 로맨스의 세계관에 적응하지 못한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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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지옥

요며칠 이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아가씨를 부탁해,를 보면서, 그 말이 다시 떠올랐다.
이제 강혜나는 왜 서동찬이 자신의 집사가 되었는지, 어떤 목적으로 자기 곁에 있었는지 모두 알았다. 그런데도, 마음이 그게 아니라, 기회를 준다고 에둘러 말하는데도, 서동찬은 그 기회를 날려버린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는데, 그녀의 마음은 지옥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런 말을 하고, 그런 의도를 가진 것이 무엇을 증명하는가. 서동찬은 그런 의도로 -강혜나를 꼬셔서 자기 빚 1억을 갚을- 그녀의 집사가 되어서는, 그녀가 이태윤변호사를 좋아하는 그 마음을 알고 이태윤변호사가 그녀 마음을 알도록 그녀를 거들어 주었고- 그 의도를 증명하려면 적어도 훼방을 놓았어야 한다-, 더 이상 그녀를 꼬실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그녀 곁을 떠났으며, 그녀가 정말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다시 돌아와서는 회사 안에서 그녀가 인정받도록 도와주고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말이나 의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행동'이다. 무엇을 했고, 어떻게 했는가만이 중요하다. 나에게 도움이 될 의도로 하는 모든 행동이 모두 다 고맙지 않은 것처럼, 그리고 그 행동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는 것처럼, 의도를 가졌다는 것은 아무 것도 증명하지 않는다. 그런 의도를 공표했다는 것도 또한 아무 것도 증명하지 않는다. 그 의도는 행동으로 증명되어야만 한다.  


언제부턴가 나는 속지 않거나, 이용당하지 않으려고 너무 애쓰지 않기로 했다. 사람은 서로 서로 어떤 방식으로 관계맺는다. 그건 표현하기에 따라서,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관계 안에서 자신이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다면, 타인의 의도를 알려고 애쓰는 것은 정말 아무 소용도 없다. 그 사람이 원하는 방식으로 내가 움직이려고 할 때, 그 마음이 정말 내 마음이라면, 그리고 상대가 나에게 행한 방식이 폭력이나 협박이나 어떤 부당한 게 아니라면, 왜 공연히 마음을 지옥으로 만들겠는가. 상대방의 의도라는 것도, 나와 관계맺는 과정에서 바뀔 수 있는 것, 계획과 실제는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오로지, 타인에 대한 판단은 '행동'을 통해서만 가능한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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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어던 살인
보리스 아쿠닌 지음, 이형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남편과 나는 서로 책을 살 때 알려주기로 했다. 택배비를 줄이자는 심산이다. 그래서, 이 책은 내가 살 때, 남편의 요청으로 들어온 시리즈물이다.  

아자젤의 음모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진행되는 에라스트 판도린의 첫번째 등장을 알리는 사건이고, 이건 두번째 사건으로 시점이 바뀌면서 진행된다. 나는 첫번째보다 이번 사건이 더 좋았다.  아자젤의 음모,가 비운의 단독자에 대한 이야기로 비장미 넘치는, 그러니까 영화로 치자면 본 아이덴티티 느낌인데, 내가 적을 거의 초반에 알아차려서 싱거웠다면, 리바이어던 살인,은 나일의 살인이나 오리엔트 특급살인을 연상시켰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리바이어던,이라는 여객선에서 범인을 추적한다. 살인사건의 용의자는 배안에 있고, 한 테이블로 좁혀져 있다. 사건의 주요 배경이 고립된 운송수단이란 측면에서 나일의 살인, 이나 오리엔트 특급이 떠올랐다면, 그 살인사건의 동기나, 용의자의 면면에 대한 묘사라는 면에서 인디애나 존스가 떠올랐다. 분명히 주인이 있는 그 재물을 무력을 동원한 식민지의 지배자가 취할 수 있었던 시대, 그 시대상이 책 속에 묘사된다. 세계 어디를 가던 비자를 쓸 수 있는 시대에, 부족국가 왕의 어마어마한 보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인디애나 존스를 보는 것과도 같은 느낌. 많은 사회적인 배경들을 모른 척 쳐내고 나면 남는 소년의 로망같은 묘한 동경을 불러일으킨다.    

시간을 보내기 좋은 책이다. 지나간 시대의 가십들이 아귀가 맞도록 조합되어 있다. 내가 열광하거나, 경탄하는 종류는 아니지만,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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